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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07 01:41
[기타] Re: 역사의식과 과거집착
 글쓴이 : 힐베르트
조회 : 1,978  

<전략>

역사를 바로 알고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다. 그런데 역사와 과거에 집착해서 사실을 왜곡하고 아전인수식으로 사고하는 것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본이 식민사관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우리 말과 문화를 억압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다. 그런데 그 반대 급부로 실제 있었던 우리의 역사를 과장하고 부풀리는 것 역시 일제 잔재 아닐까?

있는 그대로 어떤 일이 있었는지 공부하고 그 사실을 토대로 현재의 우리를 더 잘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역사공부의 의미다. 우리가 얼마나 더 크고 위대했던 민족이었나를 되뇌기 위해 역사를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말한다. 역사 공부해서 우리 선조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 맞는 말이다. 그런데 우리 선조, 우리 부모가 꼭 잘나고 아시아를 호령해야만 우리 선조로 받아들이겠다는 건가? 못나도 울엄마라는 말은 괜히 생긴 말이 아니다. 아니,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역사를 받아들일 때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받아들일 수 있다. 그리고 그래야만 우리는 발전할 수 있는 거 아닌가? 그게 역사공부의 의의가 아니라면 역사공부의 의의는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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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적으로 역사의 종말, 역사적 사유의 종말을 떠들 수 있다면야 '역사의식' 같은건 전혀 필요없는 겁니다. 역사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역사적 과거에서 미래를 향한 조건'을 찾아낸다라는 의식적인 문제때문인건데 여기서 유토피아적 사유만을 제거한다면야 보다 순수하게 정제된 역사적 사유를 찾아낼 수 있을 거에요. 말하자면 늘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무언가의 시간적인 연속성을 사유의 틀로 삼는것을 말하는 겁니다. 

하버마스가 말했지만 현대, 현대성이 처해있는 지평은 근대가 당연하게 상정했던 '역사+유토피아'가 생략되었다라는 점입니다. 이걸 탈근대, 현대성이라고 표현하지만 시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과거에서 찾는게 아니라 스스로가 탐구해야 할 과제가 되어버립니다. 형식적 공리계를 마련해서 오로지 여기에 근거한 사유로서 현실, 미래를 평가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때에 역사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 자격이 생길겁니다. 이 쯤되면 있는 그대로의 '사실'로서 과거를 볼 수 있을 것이고 과거가 어찌되었든 무관심과 동급으로 사실에의 중립성도 열릴 수 있습니다.


역사적 사유가 종말한 지점에 와서 역사의식을 문제시 삼는 사람이 "일본이 식민사관을 우리에게 강요하고 우리 말과 문화를 억압한 것은 용서받지 못할 행위다."라는 말을 할 이유도 없고, 일본이 어떤 식으로 과거 한국에 무슨 짓을 저질렀든 그건 현재, 미래와는 아무런 관련없는 문서쪼가리에 불과합니다. 더욱이 자신만의 같잖은 도덕평가도 무익하며 '있는 그대로를 이해해야 한다'라고 한다면야 일제가 무슨 짓을 저질렀든 '있는 그대로 평가해야 하는 당위'도 동시에 나오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는 뒤죽박죽이지요. 사실 이 정도로 탈역사사고력까지 가능할 정도라고 보여지지는 않습니다. 


1. 존재와 당위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2. 이들에게 있어서 현실, '있는 그대로'는 비관적, 부정적인 공간이다. 


물론 조상들이 대단하지 않을 수도 있고 대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존재와 당위를 구분하지 못하고 당위를 존재처럼 위장하고 있는데 '대단하지 못한 조상이어야 한다' => '대단하지 못한 조상이다'라고 위장하는 식이 뻔히 보이게 드러내놓는다는 말입니다. 이 분에게는 더욱이 '조상들'이 하나의 존재성이어야 한다라고 인지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그래서 '대단하지 못한 조상'이라는 단 하나의 이름으로 불리길 원하고 이 존재가 아니게 되는 사건, 사례가 등장하면 당연히 부정해야 하는 다른 존재의 이름인것처럼 대응하길 마련입니다. 백제가 요서에 진출했다면 '아니야 그건 우리 조상일리 없어. 우리 조상은 그렇게 대단하지 않거든' 이라는 사고회로가 먼저 작동하게 됩니다. 더욱 재미있는건 당위를 존재로 포장하는 그 저의에는 당위 자체가 비판받지 않게끔 하는 논리회피때문이기도 합니다. 적어도 자신이 당위를 주장하는건 '정치적인 개입'을 하게 되는 것이고 탈정치적, 객관성이라는 미명하에서 '존재'와 '오성'의 문제로서 인식되기를 원하는 논법에 달려 있습니다. 

자신은 이데올로기나 정치성을 노출하기를 회피하며 어디까지나 객관과학과 사고를 하고 있다고 강조하곤 하지만 현실이라는 무언가는 어딘가 어둑침침하고 부정적 술어로 가득합니다. 이건 본인에게는 '현실'이 뚜렷한 객관이고 부정할 수 없는 제3자겠지만 이것도 자신이 멋대로 정립한 관념이라는것을 꺠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늘 머리속에서 과잉인 것(말하자면 환빠, 혹은 대단한 조상)도 현실에 오면 침착해지고 ~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가라앉아야지만 객관적이라고 인지하는 버릇이 있어요. 있는 그대로가 정확히 뭔지 신이 와서 말해준 적도 없지만 이들이 말하는 '있는 그대로 = 현실'은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뭉쳐서 서로가 인정하는 가운데 형성된 '담론'성격이 더 강합니다. 이들에게 현실은 '부정, 비관적인 색채가 강한 자기폐쇄적인 존재'로 정의되어 있고 집단적 수준에서 공유하고 있으니 더욱이 이걸 외부에서 비판받은 적이 없으니객관적 지평인줄 알지만 애초에 '현실'이다라고 우기는 그런 객관같은 건 존재하지 않습니다. 현실 자체도 정치적인 문제일 뿐입니다. 



이렇게 되면 있는 그대로를 놓고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를 떠나서 '어떻게 있어야 하는가'의 정치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게 되는겁니다. 천안함사건. 북한의 소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중요한건 이들은 자신이 인지하는 정치적 입장을 '객관'이다라고 인지하는 버릇에 있습니다. 무엇이 사실인가 여부를 떠나서 늘 자신의 인식이 '현실이라고 하는 무언가 고정된 영역, 내 의도대로 안되는 냉엄한 공간'으로 사상시키는게 핵심이지요. 


일본 이야기 나와서 꺼냅니다. 막부말의 정한론의 거두이자 조슈세력의 스승이었던 요시다쇼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일본의 남쪽에 있는데, 바다로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그리 멀지는 않다. 그 위도는 딱 중간 정도이다. 그러므로 그곳은 당연히 초목이 무성하고 인민의 생활은 풍족하여 여러 외국이 앞다퉈 이 땅을 얻으려고 할 법인데, 영국이 이곳에서 개간하고 있는 땅은 겨우 그 10분의 1에 불과하니, 내가 평소에 잇아하게 여기는 바이다. 만약 우리 나라가 이곳을 손에 넣으면 분명히 큰 이익이 될 것이다. 조선과 만주는 연결되어 있는데, 일본의 서북쪽에 있고, 양쪽 모두 바다로 떨어져 있지만 가깝다. 그리고 조선은 옛날에는 우리 나라에 신하로 속했지만 지금은 좀 거들먹거리고 있다. 그 점을 분명히 밝히고 원래대로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 에조치를 개간하여 여러 다이묘를 봉하고 틈을 봐서 캄차카와 오호츠크를 탈취하며, 류큐의 왕도 타일러 내지의 제후와 마찬가리로 참근시키고 회동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또 조선을 옛날과 마찬가지로 공납하도록 촉구하고, 북으로는 만주의 땅을 분할하여 빼앗아야 한다. 또 남으로는 타이완, 루손의 여러 섬을 우리 수중에 넣어 진취적인 기상을 떨쳐야만 할 것이다."
<吉田松陰, '幽囚錄' '吉田松陰全集' 1권 '岩波書店, 1936, p595~596>
<박훈, 메이지유신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민음사, p78~79에서 인용>


일본이 이렇게 되어야 한다라는 존재성에는 역사적 사유가 존재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나옵니다. 저기서 떠든 내용중 대다수는 실현되었지요. 그 당시에는 말도 안되는 상상력이었지만 그보다 더 핵심은 어째서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었는가입니다. 이걸 토대로 하는 건 '존재에 대한 정의'였고(신주불멸) 후대에 이런 상상력이 구체적인 방향(정한론, 만주사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으로 설정이 되게끔 합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가 튀어나오지요. 위의 역사의식이 어쩌고 하는 분의 의견대로라면 '있는 그대로의 역사'에서 현대 한국인이 한국을 어떻게 정의할 것이며, 어떻게 미래로의 방향을 설정할 것인가를 논한다면야 늘 자기침잠하고 폐쇄적인 한국인, 한국의 존재와 원형, 이미지를 만들어낼 수 밖에 없고 후대의 어떠한 방향설정에 있어서 '침묵'하는 일이 당연한 지표처럼 인식될 근거들을 제공합니다. '있는 그대로' 를 강조하는 그 저의는  '자신이 그렇게 되었음 좋겠을 어떤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라고 주장하고 싶은 겁니다. 

 대단했던 조상을 꺼내는 이유는 지금도 대단한 한국을 만들고자 하는 욕망때문입니다. 한사군의 존재에 왜 사람들이 간섭하게 되는 것일까요? 지금 와서 아무런 의미가 없는 과거사실일지도 모르는 과거일뿐인데? 
대단했던 조상과 그러한 한국인 인지가 가능한다면야 지금의 상황에 대한 존재적 불만과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의 방향설정이 됩니다. 정확히는 현재의 의식을  과거사실을 배치시켜서 얻는 '역사학'의 목적에 물어봐야 할 일입니다. 여기서 '있는 그대로=대단하지 못한 조상'을 강조하는 이유는 대단하지 못한 한국을 원하고 있다라는 본인의 정치적 주장일 뿐입니다. 있는 그대로를 이해하는게 객관도 아니고 사실도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를 강조하는건 정치적 주장을 정치적 주장이 아닌듯이 보이게끔 떠드는 레토릭에 불과합니다.

왜 굳이 이런걸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야 적어도 지금 살아가는 사람에게 있어서 실존적 상황에 대처해야 할 요구는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만약 그걸 거부한다면 전뇌공간, 매트릭스세계에 갇혀서 사는 폐쇄적인 인생알 것이고 실존도 존재도 그닥 의미도 없지만요.  

대단하지 못한 조상도 조상인건 맞습니다. 아무도 이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어요. 그런데 여기에 대한 압박감이 있는것 같습니다. 혹자가 들으면 마치 우리 조상은 대단하지가 않은데 허구로 붕 뜬 무언가가 자꾸 미화하고 있다라는 주장으로 보이지요.  한사군이 반도내에 있었다, 조선인은 게으르고 겁나하다라고 하는 주장을 '있는 그대로'라고 쳤을 때에  겁나하고 게으르면서 타인에 종속될 뿐인 이 사람/집단이 할 수 있는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여기에 대한 해답을 낼 수 있습니까? 한국인은 무엇입니까?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나아가야 합니까? 역사의식이 중요하다면 여기에 대한 해답은 역사가 해줄 겁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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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법귀일 15-11-07 09:24
   
빈수레가 요란한 법!
구름위하늘 15-11-09 15:50
   
논문을 쓰는 것 처럼 글을 쓰셨는데,
지도교수님이 님의 글을 보신다면 빨간펜으로 줄이 쫙쫙 그어져 있을 겁니다.
의미 없은 용어의 향연으로 보이네요.

좀 더 의미있고 쉬운 글을 써보시기 바랍니다.
에효.... 어디서 이런 겉 멋만 잔뜩 든 글쓰기를 배우셨는지.

혹시 요즘은 논술 답안지를 저렇게 써야 점수 많이 받나요?
     
고지호 15-11-09 19:16
   
ㅎㅎㅎㅎㅎ 아닙니다. 이런 답안지 내면 빵점 받습니다.
이런 글을 흔히 "인문병!!신체"라고 합니다....
며칠 만에 와서... 빵 터지네요.. ..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인문병@@신체는 아래를 참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3142127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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