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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11-06 22:12
[기타] 삼국통일에 회의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서
 글쓴이 : 힐베르트
조회 : 1,694  

요약하자면 2가지입니다. 

1. 통일의 대상으로서 삼국인가 아닌가

2. 그 당시 사람들은 통일이라고 생각했을까 -> 이것이 가능하려면 原공동체가 있어야 하고 이걸 의식했어야 한다라는 전제가 필요합니다. 

1번문제는 신라의 대외팽창정책의 성격을 놓고 긍정적 의미에서 통일인지, 반쪽짜리 부정인지는 별론으로 취합니다. 

2번문제로서 고조선부터 '하나된 공동체'를 경험한적이 없었는데 무슨 통일이냐라는 반론에 직면했을때에 지나치게 엄격한 제약/조건을 부과하고 있다고 제시할 수 있습니다. 국가만이 공동체인가 아닌가의 여부부터 불투명하지만 그 당시 사람들이 공유하는 '천하'='세계'가 어디까지인가도 중요한 지표가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서 

대륙역사에서 춘추시대를 놓고 주왕실의 제후국들에 불과한 희성제후의 패권싸움으로 보기에는 틀이 굉장히 좁습니다. 분명히 그들 입장에서 楚, 吳, 越, 秦은 주왕실에서 떨어져 있는 이민족들의 나라였지만, 진시황의 '통일'에 와서야 자기네들 세계내에 있는 다른 집단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이런 모호한 이미지는, 漢대에 와서 중국이라는 지역적 의미가 문화/문명적 의미로 각성되면서, 세계정의를 해주는 틀이 되는데 이러한 의미에서 이 역내에 있는 모든 열국들을 놓고 '통일'이라는 말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초나라는 양자강 근처에 있었고 조금도 상, 주나라와 같은 나라였던적이 없어요. 더욱이 초나라는 왕으로 참칭하게 되는데 왕은 주나라 밖에 가지지 못한 상징적인 의미였고(서양으로 치면 신성로마제국) 이건 초나라가 주나라와 근본적으로 다르다/혹은 주나라와 같다라는 세계이해를 말하는것이기도 합니다. 이 점에서 본다면야 진나라의 통일도 엄밀히는 통일이외의 역외침략이기도 합니다. (물론 전국시대가 되면 죄다 '왕'으로 칭하지요)



일본역사에서도 일본이 중앙집권화된 통일국가가 등장한건 명치유신부터였고 이 이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는 일본의 의미는 그들에게 있어서 '일본적 세계'를 담지하는 일왕이라는 상징적 존재와 세속적인 군주-다이묘로 분리됩니다. 막부말 사무라이들이 말하는 '국가'라는 뜻은 번을 말하는 것이지 일본은 그들에게 있어서 세계/문명과 동급으로 취부되던 정당성의 표지였었고요. (왜 히로시마, 야마구치일대를 中國이라고 부르는지, 에히메, 고치현일대를 四國이라 부르는지 이해하면 빠릅니다) 이러한 입장 이해가 유학이 전파되고 사무라이들중 식자층이 늘어나면서 쇼군, 일왕사이의 이중적인 관계가 의문시되고 서양세력을 몰아내고 진정한 중심인 일왕을 받들어야 한다라고 하는 '존왕양이론'이 등장하는 이유입니다. (이 구호는 본래 대륙 주나라시절때에 주왕실을 받들고 오랑캐를 몰아낸다라고 하는 명분에서 따온 겁니다)


심지어 이탈리아의 통일은 1860년 이전에 한번도 통일국가를 이뤄본적이 없는 사정에 비추어서 '이탈리아'라는 이름은 단지 지리적인 이름일 뿐이다라는 평가를 낳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마치니와 가리발디, 카보우르의 운동을 놓고 '통일운동'이라고 지칭합니다. 더욱이 남부 시칠리아, 캄파냐 사람들이 북부 롬바르디아, 리구리아 사람들과 동질적인 의식을 가졌는지 지금도 애매모호합니다. 그래도 이탈리아라는 이름하에서 '통일'의 성격을 부여하고 묶입니다. 


독일이라는 이름이 정식 국호로서 나온건 1871년 독일제국이 나오면서인데 그 이전에는 '신성로마제국'이 이를 대위했을 뿐입니다. 서로마제국의 후신에서 출발한 황제권이 신성로마제국으로 계승되고 이게 독일인의 민족국가로 인식된건 훨씬 후대의 일이지만, 나폴레옹이 황제를 칭하게 되고 신성로마제국이 해체되고 난 후에 합스부르크가의 성격과 독일인들의 민족국가를 완수해야 한다는 통일사명감이 싹트지요. 프랑스, 영국이 아무리 힘이 있더라고 황제로 참칭을 못 했듯이 로마=세계=유럽을 대표하는 것이 신성로마제국이었고 독일이 통일된 국가로서 최초로 등장한건 비스마르크의 제2제국부터입니다. 그래도 이걸 통일운동으로 묘사하는데 그렇다면 그 이전의 통일적 성격이라고 해석하는 시초공동체를 어디서 찾아 '통일'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여기에 비해서 한국은 마치 구체적인 정부/나라가 존재했어야 '통일'이라는 말을 쓸 수 있고 이러한 국가공동체를 경험하지 못하면 전부 역외세력이다라고 정의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단 당대사람들이 '조선'이라는 나라를 어떻게 대했는지의 역사적 사유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의식에 있어서 어디까지  같은 영역/세계/문명으로 인지했는지를 파악하는가가 더 중요합니다. 



이건 한국인들 스스로가 자초한 면도 없지 않아요. 예를 들어서 17세기 역사를 놓고 중국, 일본이라는 표현은 막바로 등장시키지만 한국사에 관해서는 '조선'이라고 하는 엄격한 국명으로 부르는식으로 일관합니다. 마치 정철의 건저사건, 정여립의 난, 사림의 붕당, 예송을 논하는 그런 자리에서 한국정치는 이러했다라고 말하지 않고 '조선'정치는 이러했다라는 구체적인 국명으로 대입시키는 겁니다. 그에 반해서 에도막부, 전국시대, 무로막치막부라는 구체적인 이름으로 전달하는게 아니라 '일본은 어떻고', 그리고 동림당, 백련교가 날뛰었던 명나라가 아니라 '중국은 어떻고'라고 말을 하는 사례에서 실제 중국, 일본에 비해서 한국인들이 지나치게 국가적 명명에만 집착해서 이를 벗어난 것을 한국사가 아니라고 인지하는 버릇을 말합니다. 그래서 한국사라고 이름을 붙여놓았지만 구체적인 '조선'이라는 국가성을 벗어날 수 없는 엄격한 틀만 강조하는 편이고 간도며, 만주며 두루뭉술하게 일관해버리는 행위까지 만들어내는것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사인식이 지나치게 국가존재에서 한발짝도 못 움직이게 되고 여기서 오류를 낳게 되는 점도 다수 있어요. 도요토미히데요시를 놓고 '일본인'이라고 부르는것이 당연하면서도, 만력제 주익균을 중국인으로 부르는것은 당연하면서도, 세종 이도를 놓고 한국인이라고 부르면 어딘가 어색하게 들리는건 조선을 놓고서 '한국'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관성때문입니다. 그러니 조선이해를 조선이라는 국가 자체에서 끝내버리고 국가너머를 인정하지도 않고 더욱이 현대 한국과의 연관성을 모호하게 연결시키면서 끝내버렸으니 역사적 사유(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정도)가 마비되는 이유이지요. 


이런 의식이 신라가 고구려, 백제와 다를 것이다라고 하는 추측/확신으로 이어지고 논리적 정립이 됩니다. 중요한건 국가도 국가이지만 대한제국이 표명했던 '大韓'이 무엇이고 어디까지인가 이를 과거로 계속 소급해서 '한국사'라고 불렀다면 이를 관철시켜야 하는 겁니다. 조선은 조선인게 아니라 조선은 한국이기도 합니다. 신채호가 말했던 삼조선, 그게 아니더라도 국사교과서상 '단군조선' 그리고 그 후신들이 공유했던 문명/세계의 본질이 무엇이고 한국적문명, 한국적문화, 한국적 세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직관하는 버릇을 기르는게 한국사의 임무라고 보는 쪽입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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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위하늘 15-11-09 13:01
   
음... 새로운 사람인데.... 이전 사람과 비슷한 곳에서 오신 분 같네요.

어디서 사람을 세뇌시켜서 양산하는 곳이 있는 듯... 어찌 논리가 이렇게 비슷하고 자료도 풍부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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