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하게 허구라고는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완벽하게 역사라고 보기엔 좀 부실한 측면이 있습니다.
두 대첩의 공통점을 말하자면, 청천강(살수가 청천강이라는 증거는 거의 없으나... 아직까지는 청천강이라는게 정설)에서 수공을 했다는데 있습니다.
바로 이 수공이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의 청천강은 평안 남북도를 가르는 경계에 흐르는강으로 제 부친의 고향이 바로 그 청천강변의 영변입니다.
단순하게 고향의 옛날 사진들을 보자면 청천강은 폭 200미터 정도의 작은 강입니다만...
구글 지도를 바탕으로 살펴 보면 하구에서는 대략 500미터 정도에 이르는것 같습니다.
(참고로 한강 다리는 대부분 2킬로 대에 육박합니다. 남북으로 고수부지가 거의 없는 한남대교의 경우 강폭이 대략 1500미터 정도 될거라고 봅니다. 그러니 청천강은 얼마나 작은 강인지 잘 아실 수 있을거에요.)
1. 수공할 댐 건설의 문제점...
수공을 하려면 물을 모아서 한번에 터뜨려야 합니다. 살수대첩이나 귀주대첩은 댐의 재료로 쇠가죽을 썼습니다. 보통 쇠가죽은 가로 1미터 세로 2미터 정도의 작은 크기 입니다. 의류용 쇠가죽은 보통 1미터 1미터 정도 밖에 안됩니다.
이 쇠가죽으로 얼마나 엮어야 댐을 만들 수 있을까요?
사실 불가능합니다. 청계천을 가두는것도 아니고, 폭이 최소 200미터 정도 된단 말이죠.
좀더 상류 였을테니 100미터라고 해도 길이 방향으로 100마리, 높이 방향으로 20마리 정도...
즉 2천마리의 소가 필요해요.
당시의 규모로는 불가능한 양입니다.
설령 쇠가죽을 구했다고 쳐도, 그걸로 엮어서 물을 막기엔 역학적으로 불가능합니다.
쇠가죽이 버티는 무게는 물보다 훨씬 작습니다.
그러니 2천개의 쇠가죽을 엮어서 물을 막으려면 가장 자리는 피아노 코드로 이뤄진 케이블을 써야 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무게를 받게 됩니다.
2. 통신수단의 미비...
수공을 하려면 적이 모르게 해야 합니다. 물이 모여 있는게 뻔히 보이는데 건너갈 병사들은 없죠. 고로 최소 2킬로 이상의 거리를 두고 댐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 경우 통신의 문제가 생겨요.
적이 물에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댐을 터뜨리면 낭패...
적이 물을 다 건넜는데 댐을 터트려도 낭패...
물의 속도에 맞춰서 적당한 시간에 터뜨려야 대부분의 적군을 수몰시킵니다.
2킬로 후방에서 적도 잘 안보이는 곳에서 그 시간을 재서 터뜨릴 수는 없어요.
3. 수몰 병력이 너무 많아요.
가로세로 1미터짜리 격자를 만들어 그 안에 사람을 한명씩 넣는다고 가정하고 말이죠.
폭 2백미터인 강에는 2백명이 1줄로 설 수 있습니다.
두줄이면 4백명, 세줄이면 6백명.... 해서... 대략 30만명이 되려면(살수 대첩)
1500줄이어야 해요. 이 말은 강의 길이 방향으로 1.5키로에 이르는 인원이 강에 한꺼번에 있어야 한다는 거고..
1.5킬로면 그 시간차 만으로도 수몰이 불가능합니다.
첫번째 줄에 물이 와서 쓸어서 1500번째 줄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10분 정도란 말입니다.
물을 막아서 물이 거의 없는 강이라면, 강을 다 건너갈 수도 있어요.
겨우 200미터를 10분안에 건너가자... 라는거 불가능한게 아니거든요.
발목까지.. 아니 무릎까지 차는 물이라 해도 건너가는건 쉽습니다.
고로 시간차 때문에라도 병력의 상당수가 살아 남습니다.
30만명이 전부 죽으려면, (몇천명 살았다죠?) 폭 200미터 강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살수대첩이나 귀주대첩이 완벽한 허구는 아닐겁니다.
분명히 우리가 승리한 전투였을겁니다만...
수공은 뭔가 설화 같은데서 가져온듯한 느낌이 강합니다.
어떻게 이겼는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수공은 아닙니다.
강이 너무 작거나, 병력이 너무 많거나, 혹은 재료가 너무 부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