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굳이 글을 3개로 나누면서 한국내에서 역사가 어떻게 이해가 되고 있고 왜 무쓸모인지, 역사를 왜 등장시켜야 하는지 쓴 이유는 그런 통속적인 역사이해를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해서 말하는 겁니다.
고구려로 드라마, 영화 잘 찍을려고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세워야 할 이유가 합리적이지도 않지만 기왕에 드라마를 찍을 것이라면 2차세계대전사에 한 1조원 투자해서 100부작 시리즈로 만드는게 더 낫지 않을까요? 굳이 어떤 역사에 집착을 가지고 그걸 '문화상품'으로 이해해서 역사를 배워야 한다라고 한다면야 그런 정신을 세계사 전체로 확대해도 똑같은 말이 될 겁니다. 한국인들이 만든 '명치유신'드라마도 괜찮고 '중일전쟁'도 괜찮을 겁니다.
자기는 문화컨텐츠로서의 의미를 잘 아는데 저 친구는 모른다라는 평도 좋지만 중국에서 아무리 사극을 찍어봐야 중국의 문화수출량이 되서 돈 버는 건 아닙니다. 한국에서 드라마등의 방송영상물이 해외로 수출되서 돈 버는 것도 전체 수출액의 일부분에 불과하고요. (2013년 전체 콘텐츠수출액 4조9231억원중에서 방송부문이 3093억원이군요! 비중상으로 6.3%. 이중에서 사극드라마만 고려한다고 했을때에 그 비중은?) 자칭 컴퓨터전공이라고 우기면서 이런 나도 문화적 가치를 알고 있는데 너는 왜 모르냐라고 주장하시는 건 좋지만 그 이전에 문화콘텐츠시장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여쭤보고 싶을 정도로군요.
한량님의 '고구려비평' 잘 봤습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가장 근본적인걸 잊고 계시지 않나요? 고구려가 대단하다라고 스스로 무슨 상상력을 가지고 생각을 해도 그건 개인의 자유일지는 몰라도 현재 중화인민공화국과 대한민국의 현실적 문제를 해결해주는데에는 아무런 영향력이 없다는 겁니다. 인민해방군이 북한, 혹은 대한민국과 전쟁한다고 했을때에 KBS드라마 '광개토대왕'을 틀어대면서 막을 생각이신가요? 사람들이 가장 간과하고 있는건 1차적으로 지금 눈에 보이는 경제, 군사, 정치적인 문제가 있고 이 자체를 먼저 논해야 한다는 것임에도 속편하게 '역사이야기'로 회피한다는 것입니다. 대단한 고구려가 어떻든 지금 대한민국의 영광과는 그렇게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물론 역사를 강조하는건 자유겠지만 적어도 중국과 싸울 생각은 하지 않고 역사로 자위하면서 거기서 안주하는건 더 문제이지 않을까요?
역사편의주의 좋은 말이긴 하지만 역사는 이제 종말했다라는게 제 요지였습니다. 1+1=2 인가를 놓고 이 상식을 아는 것, 이것을 모르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라는 말을 하지 않듯이 왜 역사는 다른 지식들과 구별되어서 독특하게 주장되어야 하는지의 합리적인 이유가 없다라는 말이고요. 그냥 지식정도로 굳어진 역사상식을 아는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이 역사상식을 안다는 것 자체가 '거대한 미래로 나아가는 문'이 되어버리고 이걸 모르는 민족집단에게 미래가 없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 민족집단이 흥하냐/망하냐의 기준은 현대과학기술문명을 얼마나 잘 실천하느냐의 문제일 뿐이에요. 그렇다면 진짜로 그 민족이 '미래가 있다'라고 주장하기 위해서는 역사가 아니라 역사아닌 곳에서 '실천'을 제대로 하고 있느냐로 떠들 수 있습니다.
1910~1945년 강점기역사를 배워서 '일본나쁜놈'이라고 말하는건 애들도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지금 한국내로 유입되는 일본산상품, 일본산금융, 일본산문화를 놓고 배척할 수 있는 사람은 그닥 많지 않습니다. 국적은 무슨 상관이냐 내가 좋으면 소비하는게 당연한 시대인데라고 말이 튀어나오지요. 이런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근데 그럴 수록 그 '당연한 시대'에 맞게 '역사는 쓸모없다'라는 논리에 동의해야 맞는 겁니다. 기껏해야 그런자유로운 소비, 탈국가적 소비를 놓고 역사로 후퇴해서 '정체성만족감'이나 얻으라고 하는게 역사의 목적은 아닐테니까요. 내 만족을 위해서 아이폰6s를 구매하는 자리에 역사따위는 들어올 이유가 없듯이 현대인들의 생활 대부분에서 역사는 이미 필요없습니다.
대단한 고구려에 목숨거는거 좋습니다. 그런데 진짜로 해야 하는건 지금 눈에 보이는 국가간 격차해소일 뿐이에요. 일본보고 도덕적 비판하는건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자기 주변에 일본상품을 안 쓰는건 누구나 하는게 아닙니다. 역사만 왜 과거에 고이 모셔놓고 '정체성'을 그렇게 강조해야 하고 '민족정서'로 이용해야 하는지는 웃길 뿐더러, 더욱이 역사 이외에서는 그렇게 글로벌리즘, 자유주의를 강조하는지 그 분열과 이중성에 답해주는 사람 없습니다. 아니, 사람들이 좀만 더 똑똑했더라면 지금 세상 돌아가는 일상은 역사와 상관없이 돌아가지만 왜 역사에 관해서는 정체성과 미래를 논할 계제가 있는건지 그 분열을 서서히 의심해봤어야 할 겁니다. 너무나 단순하게 '동물적 반응'만 보이면서 사는 사람에게는 그런 일상도 일상이고, 역사도 역사고 그렇게 세뇌당하면서 당연하게 배워왔으니 이 자체가 왜 그래야 하는지를 의심해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면 역사라는건 현대에서 쓸모없다라는걸 이해하게 되실겁니다. 마치 당위적으로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미래가 없다'라는 말이 의무처럼 사용되고 있고 의심할 여지없이 반복되고 있으니 마치 그래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 자기 현실, 자기 주변도 극복못하는 사람들이 '역사'로 후퇴할 필요는 없어요. 일본자위대가 한반도로 쳐들어오면 역사가 막아주는게 아닙니다. 군사와 외교가 막아줄 뿐이지요. 그렇다면 군사와 외교 이 자체만을 논해야 하지만 그 이상의 역사가 개입해서 자위할 수단이 될 수는 없어요. 중국과의 관계도똑같습니다. 강대한 중국 이라고 하면서 겁먹고 싸우기를 거부하는 사람일수록 강대한 고구려에 환상을 가지게 됩니다. 진짜로 목숨걸고 궁리해야 할 쪽은 고구려가 아니라 '지금 중국을 어떻게 물리칠수 있는가'에요. 그러니까 역사로 후퇴하지 말라고 하는겁니다.
고구려를 드라마따위를 만드는 걸로, 고작해야 문화컨텐츠로 사용하면서 자위할 수단으로 이용할 바도 아니지요. 영국에서 디즈레일리-글래드스턴 시기의 대외팽창정책을 놓고 드라마를 찍으면 고구려 이상으로 좋은 그림 나올겁니다. 전세계를 나부끼는 유니언잭, 세계 각지의 물산들이 런던으로 집합하고 과학문명을 선도하면서 세계질서를 논하는 의회와 정치인들. 근데 영국인들이 그런거 안 찍거든요. 고구려도 찍어봐야 누군가에게는 좋겠지만 '정말로 팔릴지'의 여부는 불투명할겁니다.
고구려가 그렇게 중요하다면야 과거 상식, 지식으로 아는 고구려가 아니라 강대했던 고구려를 지금 대한민국에서 실천해보세요. 영어공부한다고 애쓰지말고 스스로 현대적 조의선인이 어떻게 나올수 있을까라고 말이지요. 대한민국의 대외팽창과 외교전략에서 고구려스럽게 할 수는 없을까라고요. 중국앞에서 깨갱하면서 겁먹는 버러지들이 고구려에 환상가져봐야 의미없어요. 진짜로 고구려처럼 연나라를 패고 다녀야 의미가 있지요. 역사를 모르는 민족은 당신들일 뿐이에요. 이렇게 말했는데 '역사편의주의'다 라고 한다면 음...
논외로, 제 정체가 뭐다라고 우기실 분은 자기 아이디 걸고 주장해주세요. 철부지, 고지호, 성시리, 오투비 다 좋습니다. 그렇게 자신있다면야 뭘 걸어도 상관없겠지요? 원래대로라면 손모가지를 걸어야 할 법한데 평화롭게 갑시다. 어차피 다시 아이디만들어서 들어오실텐데. 사전에도 없는 괘변이라는 말을 당당하게 들고오면서 거들먹거리는것도 좋지만 자기 얼굴이 쪽팔리다 정도는 아실 분이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