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삭제됐던 대화록, 초벌 수준 아닌 완성本
"盧 前대통령이 열람 후 결재… 삭제는 대통령기록물法 위반"
"초본이니까 없애도 된다는 개념으로 접근해선 안돼… 초본이라는 말도 부적절"
유출 관련자도 처벌 검토
노무현 정부가 삭제한 것으로 확인된 2007년 10월의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이 사실상 '원본(原本)'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검찰 관계자는 "삭제(됐다가 복구)된 것이나 발견된 것이나 모두 완성본이지만, 굳이 얘기하자면 삭제됐던 본(本)이 더 완성본에 가깝다"며 "초본이니까 없애도 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안 되고, 초본이라는 말도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삭제된 대화록은 처음엔 '초본'으로 알려졌지만, 이는 최종본을 만들기 전 단계의 초벌 상태의 서류가 아니라 녹음 파일에 나타나는 실제 대화 내용을 그대로 풀어쓴 '원본'에 가장 가깝다는 의미다.
이는 "최종본이 완성되면 초안은 기록으로서 가치가 없기 때문에 이관시키지 않는 것"이라는 김경수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의 반박을 비판한 것이다.
◇"원본이 완성본"
검찰은 '봉하이지원'의 2건과 국정원의 1건 모두 각각 완성본으로서 의미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두 노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열람한 뒤 결재했고 전자적인 형태로 서명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대통령 기록물로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노무현 정부가 대화록 원본을 삭제한 행위는 대통령 기록물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또 수정본을 청와대 밖(봉하마을)으로 유출한 행위도 처벌 대상이 된다고 보고 법리 검토 중이다.
검찰은 총 3건의 대화록 중 '봉하이지원'에서 발견된 2건은 대통령 기록물이고, 국정원이 보관 중인 1건은 공공 기록물로 보고 있다.
대통령 기록물은 "대통령 직무 수행과 관련해 대통령, 대통령의 보좌기관·자문기관 및 경호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생산·접수하여 보유하고 있는 자료"를 말한다.
2건의 대화록은 청와대가 생산해 보유한 것이므로 대통령 기록물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국정원이 보유 중인 1건은 국정원이 자체 생산한 것으로 공공 기록물이라는 판단이다.
검찰은 올 초 '대화록 열람'과 관련한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면서, 국정원이 보관 중인 대화록은 공공 기록물이므로 국회 동의 없이 열람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대통령 기록물이든 공공 기록물이든 임의로 파기하면 처벌받는다.
대통령 기록물은 10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대통령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지만
대통령 기록물을 국가기록원에 이관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지만
대통령 기록물을 무단으로 은닉 또는 유출한 행위 역시 처벌 대상이다.
수정본 유출에 관여한 사람도 7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원본이 삭제된 것으로 보고, 향후 노무현 정부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를 통해 실무자들의 법적 책임을 명확히 가리겠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누가 왜 삭제를 했는지 명확히 가릴 것"이라며 "삭제 이유에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면 처벌 수위나 범위 등에 고려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원칙적으로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사건"이라며 "그런데 정치권에서 수사해 달라는 요청이 왔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은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배석해 대화 내용을 녹음한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과 '봉하이지원' 구축을 맡았던 김경수 전 청와대 연설기획비서관(현 노무현재단 봉하사업본부장), 임상경 전 기록관리비서관, 백종천 전 외교안보실장 등을 소환할 예정이다.
국정원이 대화록을 생성·보관하는 데 관여한 김만복 전 국정원장,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문재인 민주당 의원 등은 수사 막바지에 소환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