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제이미 모이어는 47세까지 선수 생활을 하며 기교파 투구의 진가를 선보였다. 그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시간이 갈수록 계속 낮아졌고, 마지막 시즌에는 81마일(약 130㎞) 포심을 던지기도 했다.
그런 모이어는 정교한 제구와 다양한 배합으로 타자들을 상대했다. 오히려 20대에는 그저 그런 투수였던 모이어(20대 34승)는, 30대 이후 승승장구하며 MLB 통산 269승을 했다. 그렉 매덕스, 케니 로저스, 데이비드 웰스, 마크 벌리 등도 빠른 구속을 가지고 있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모이어와 비슷한 장점을 앞세워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그렇다면 모이어가 지금 메이저리그에 온다면 당시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 통계 사이트이자, 미 대선 결과를 정확히 맞춰 유명세를 탄 ‘파이트서티에잇’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 예상한다. ‘파이트서티에잇’은 시대의 차이라고 말한다.
‘파이트서티에잇’에 따르면 모이어가 던지던 시절,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 중 11%는 포심패스트볼 구속이 평균 85마일(136.8㎞) 이하였고, 전체 투수 중 70%는 평균 90마일(145㎞) 이하였다고 분석했다. 반면 올해는 포심 평균구속이 85마일 이하인 선수가 단 하나도 없다. 90마일 이하인 선수도 29%에 불과하다. 확실히 투수들의 구속은 계속 빨라지고 있다.
모이어와 매덕스가 던지던 시절부터 기교파 투수들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었다는 게 ‘파이트서티에잇’의 분석이다. 2017년과 2018년은 가장 격차가 큰 시기다.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봤을 때, 기교파로 구분되는 선수들과 아닌 선수들의 WAR 격차는 역사상 최초로 18% 이상 벌어졌다. 인플레이타구가 계속 줄어드는 현상은 당연히 맞혀 잡아야 하는 기교파 투수들에게 불리한 여건이다.
하지만 이런 대세적 흐름에도 불구하고 올해는 조금 다른 분위기가 읽힌다는 결론이다. 잭 그레인키(애리조나), 카일 헨드릭스(시카고 컵스)는 공이 빠른 선수는 아니다. 그러나 다양한 변화구와 핀포인트 제구력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냈다. ‘파이트서티에잇’은 류현진의 이름도 거론했다. ‘파이트서티에잇’은 “류현진과 같은 기교 위주의 선수들이 이미 훌륭한 시즌 출발을 하면서, 기교파 투수들이 올해 뭔가 부활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류현진의 올해 포심패스트볼 평균구속은 90.4마일(145.5㎞)로 규정이닝을 채운 87명의 선수 중 78위다. 구속으로 보면 별로 내세울 게 없다. 하지만 류현진은 다양한 변화구와 완벽한 커맨드 및 로케이션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MLB의 트렌드를 바꾸는 주인공 중 하나가 될지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