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굿잡스님이 조선시대 도서관/책 대여점인 세책방에 관한 글을 올려주셨었는데요 타국에선 도서관이 여전히 상류 귀족에게만 허락된 반면 (어차피 서민한테 열어놔도 못읽었을걸요...) 조선은 평민들에게까지 열려있는등 18세기 조선의 서민 문화가 얼마나 발달되었었는지 보여주는 예였습니다.
추가로 이때 세책방의 책들은 무겁고 견고하게, 즉 매우 고급스럽게 만들어졌다네요. 회손되면 곤란하니까요.
하여간 이 세책방 책들은 모두 맨 뒤쪽에 낙서/댓글을 달수있는 페이지가 몇장씩 있었다는데요
당시 우리 조상님들이 다시던 댓글입니다. 무서운게, 요즘 댓글이랑 차이가 없어요. 특히 패드립에 악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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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주인 보소. 이 책에 낙서가 많으니 다시 보수하여 세를 놓아 먹거라.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 어미를 종로 네거리에 갖다놓고… (금령전)
한 장을 빼놓았으니 등서하고 각판한놈의 죄를 생각하면 죄사무석이라 (임경업전)
-뭔가 사자성어도 쓰는등 거창해 보이지만 걍 책에서 한쪽 찟어버렸단거입니다.
책 주인 들어보소.
이 책이 단군인 책을 네 권으로 만들고 남의 재물만 탐하니 그런 잡 놈이 또 어디 있느냐? (김홍전)
-실제로 한권짜리 책을 왜 네권으로 나눠서 더 비싸게 돈 벌어먹냐 나쁜놈아 란 뜻입니다. 요즘으로 치면 해리포터 같은 소설이죠. 외국에선 해리포터 시리즈가 총 7권인데 한국은 각 한군을 또 쪼개놔서 거의 막 35권이나 있으니...
이 책 주인은 볼지어다. 책이 재미있어 잘 보았다마는 책 주인의 모 (어머니) 가 생각이 절로 나서 기별하오.
니 부디 네 어미를 단장시켜서 이 글씨 쓰신 양반에게로 시집 보내라(설인귀전)
이 책을 세놓는 사람은 망하고 빌어먹고 보는 사람은 죽고 남지 못하리 (구운몽)
이 집 책을 세 번만 갖다 보면 책 보는 사람의 집 기둥뿌리가 간 데 없고 네번만 보면 거지 되어 쪽박을 치고서 (홍길동전)
책세가 대단히 비싸오니 여러 동포는 조람하옵소서(수호지)
이 책 보시는 양반은 남자는 x이 꼴리거든 용두질하고 여자는 x이 꼴리겨든 서방진하거나 x에다 손을 넣고 용두질을 치오(옥단춘전)
-오마이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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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듯 요즘 사람들이나 칠듯한 섹드립에 패드립에...제일 웃긴건 빨간색으로 칠한 댓글인데요. 요즘 유행한 (혹은 했던)
"이 편지는 영국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년에 한 바퀴 돌면서 받는 사람에게 행운을 주었고 지금은 당신에게로 옮겨진 이 편지는 4일 안에 당신 곁을 떠나야 합니다. 이 편지를 포함해서 7통을 행운이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 주셔야 합니다"
혹은
"이 글을 본 당신생명이 하루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이런 글 올리는 것 죄송한데요 제 친구도 제 말을 거짓말로 알았다가 죽었습니다. 여러분께 피해 입히지 않기 위해 이 글 씁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보고 바로 끄면 끄는 순간 당신의 목숨이 끝나는 것은 시작됩니다. 끌 때부터 24시간 너무 짧은 시간입니다. 당신의 목숨 제가 살리겠습니다. 만약 24시간 내에 당신이 죽지 않는다면 매일 밤 새벽2시에 얼굴이 반쪽이고 눈이 파란 귀신이 찾아와 당신을 죽이려고 할 것입니다.이 글을 다른곳에 딱 3번만복사해서 올려도 좋습니다. 시간은 44분 입니다.이 글을 다른곳에 복사하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받을 것입니다."
이런류의 글입니다. 근대 문화인줄 알았더니 300백년전 서양도 아닌 조선이 바로 댓글 문화의 원조...ㅋ
그럼 이런 악플(?) 에 세책방 주인이 어떻게 반응했나 보니 완전 요즙 게시판이나 네이버같은 사이트 관리자랑 똑같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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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책전 주인 왈:
"말이 비록 허무맹랑하나 또한 장난으로 보기에는 우스운 말이 많으니 착실히 보시고 부디 낙장은 마옵소서"
"이 세책 보는 사람은 곱게 보고 책에다 칙칙하게 글씨를 쓰지 마시고 그 무식하게 욕설을 기록하지 마시기를 천만 번 바랍니다."
이런 식의 당부의 말을 가필하거나
"이 책에다가 욕설을 쓰거나 잡설을 쓰는 폐단이 있으면 벌금을 낼 것이니 이후로 깨끗이 보시고 보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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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겨 죽겠네요. 세계 최초의 댓글 문화는 조선에서 시작한건가요 ㅋ?
예나 지금이나 한민족이 교육렬 높은건 고구려 기록에도 나오능등 하여간 민족성이 하루아침 바뀌진 않나봐요. 전 개인적으로 재밌게 봤는데 혹시 모를 패드립에 불편하셨다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