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19년 대한민국을 ‘독립적인 주권국가’로 인정하라며 일왕에게 보낸 공식 문서가 2일 공개됐다. 이 문서는 이 전 대통령도 1919년을 대한민국 건국 원년으로 선언했다는 것을 입증하는 자료로, 1948년을 건국 원년이라고 주장하며 이런 내용으로 역사교과서까지 국정화하고 있는 정부의 입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을 기리는 우당기념관(관장 이종찬)은 이날 이 전 대통령이 1919년 6월 18일 일왕에게 보낸 문서를 공개했다. 문서는 영어로 작성됐고 이 전 대통령은 친필사인을 남겼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19년 6월 18일 일왕에게 보낸 문서. 우당기념관 제공
이 전 대통령은 글에서 “대한민국(the Republic of Korea)의 권한과 이름으로 대한국민의 소망을 담아 일본에 요구한다. 모든 군대와 무장세력을 한국에서 철수하라. 우리는 대한민국이 독자적이며 독립적인 주권국가라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이종찬 관장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이승만 박사는 단 한번도 1948년에 ‘대한민국을 건국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1919년의 임시정부를 재건하며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선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며 “최근 이 박사를 내세워 1948년을 건국이라 일컫는 세력은 이 박사를 모욕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장은 “1948년 7월 1일 제헌의회에서 제헌헌법을 축조심의할 때 속기록을 보면 당시 국회의장이었던 이 박사는 회의 도중 사회권을 부의장에게 넘긴 뒤 직접 발언권을 얻어 말했다”며 “이 박사는 (헌법) 맨꼭데기에 3·1혁명에 궐하여 처음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세계에 선포하였으므로 그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자주독립의 조국재건을 하기로 함…이것은 내 요청이며 또 부탁하는 것”이라고 했다고 이 관장은 밝혔다. 이 관장은 “당시 이승만 의장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제헌헌법 전문에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 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정리됐다”고 말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이 1919년 6월 18일 각 국가 원수들에게 “대한민국을 주권국가로 인정하라”는 내용의 문서를 쓰고 친필사인을 하고 있는 모습 . 우당기념관제공
이 관장은 “지난 광복절 이후 1948년을 건국이라고 주장하는 세력이 나서는 것을 보고 정확한 역사적 사실을 보여줘야 겠다는 생각에서 이 문서를 찾아 공개한다”고 밝혔다.
한시준 단국대교수는 “뉴라이트 세력 등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들은 임시정부를 국가가 아니라 정부라고 하는데 국가가 없는 정부는 있을 수 없다”며 “이 박사 스스로 영문으로 세계에 알리고 자필사인을 한 이 자료는 건국절 주장이 허구임을 뒷받침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근거”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 올해를 “건국 68주년”이라고 표현했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는 교육부는 지난해 2015 교육과정을 개발하면서 연구진들의 동의없이 ‘1948년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1948년 대한민국 수립’으로 수정해 논란을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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