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과 적절한 소통이 가능했던 시절 주변에서 점좀 보자는 요청이 더러있었지요.
화장을 정성껏 하고 잘 차려입은 중년의 부인을 즉석에서 전생을 보게되었는데
"양서류로서 개구리였습니다."
그후 매우 서먹한 사이가 되고 말았고 본체만체하며 저를 외면하더군요.
그리하여 혹시 내가 점쟁이가 된다면 절대 기분 나쁜 말은
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 계기가 되었죠.
세월이 흐른후 등산이나 절에 들릴때 그 아래 간혹 허름한 점집이 눈에 띄면 들리곤했습니다.
이,삼만원 복채덕에 이집 저녁 찬거리가 바뀔것이라는 한량없는 자비로움도
약간 있긴했습니다만은 실은 보살이 모시는 신을 관통해보는 재미로 그리했었죠.
영업이 신통찮은 당집의 특징은 보살의 점이 자신감이 없고 늘 등장하는 레파토리인
조상묘 잘못 쓴거, 육이오때 전사자 따위에서 벗어 나질 못한다는것이죠.
하지만 저의 리액션은 예능에 나가도 밀리지 않을 정도랍니다.
엉망진창인 점사에도 환호와 탄성, 칭송을 연발하게되면 소심했던 보살이 무섭게 변하기 시작하죠.
그후 놀라운 능력이 발휘되는데 칭찬은 고래가 춤을 추면 리액션은 신명이 난답니다.
법사 과정을 연수하던 아는 여자분이 그길로 비구니가 되었더군요.
지붕을 기왓장으로 쓱 바꾸고 안방에 불상을 놓으니 주지가 되어버렸더군요.
현금 두둑이 챙겨 방문하였더니 사주 명리학을 마스터하였다며 점을 봐주겠다는겁니다.
앞으로 절 운영을 어떻게 하겠다는것인지 감이 잡히더군요.
별거아닌 풀이에 저의 과한 리액션은 예외없이 발동되었죠.
그순간 반말에다가 삿대질 까지 하며 신들린 사람으로 변하던걸요.
"앞으로 삼년후 머리를 밀게 될것이야."
"제가 머리를 민다고요?"
"그때 아주 큰 변고가 생길것이에요. 그래서 밀게된다구요."
사주 명리학으로는 볼수 없는 영역을 마구 내뱉던 비구니가 진정한후 자세히 물어보았습니다.
"머리를 민다면 중이 된다는 뜻 아닙니까?"
"그것말고 뭐가 있겠습니까?"
큰 변고라면 연로하신 노모가 어찌된다는 뜻인듯하였고 이로인하여
쇼크 받은 내가 출가하는 그림이 그려졌죠.
비구니가 말한 삼년후 결국 저는 머리를 밀고 말았습니다.
그순간 삼년전 비구니의 예언이 문득 떠올랐습니다.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그러나 큰 변고라는것은 코로나였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20년 단골 경로당 처럼 변한 이발소에 도무지 갈 자신이 없어서
바리깡을 구입해 거울보며 직접 밀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