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방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에 비밀문서 하나가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2001년 9·11테러를 사우디가 지원했다는 내용을 담은 문서다.
의혹을 제기한 건 9·11 상·하원 합동조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밥 그레이엄(79) 전 상원의원이다. ‘2001년 9월 11일 테러 전후 합동조사 및 정보위 활동’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사진) 작성에 관여했던 그레이엄 전 의원은 지난 10일 방영된 CBS방송 시사프로그램 ‘60분’에서 “사우디 지도층이 암암리에 9·11테러를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832쪽 보고서 중 28쪽 분량에 9·11테러를 지원한 조직망이 기록돼 있다고 밝혔다.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이 보고서를 별도로 분류해 비공개 처리했다. 실제로 온라인에 공개된 문건을 보면 4번째 챕터 ‘민감한 국가안보 사안 관련된 발견과 토론’은 내용 일부가 공백으로 처리돼 있다. 중앙정보국(CIA)과 연방수사국(FBI)에서는 공백 처리된 부분에 사우디의 9·11테러 지원 내역이 담겼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레이엄 전 의원, 크리스틴 질러브랜드 상원의원 등 조사위원과 9·11테러 피해자 유족들은 진상규명을 위한 공개를 요구했다. 이들은 “미국 정부가 사우디와의 외교관계 때문에 문서를 공개하지 않는다”며 사우디 정부를 고소할 계획이다. 미국 언론은 비공개 부분을 ‘28쪽(the 28 pages)’이라고 부르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우디 방문 이후 어떤 조치를 취할지 주시하고 있다. 사우디를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공항에서 국왕이 아니라 주지사의 영접을 받는 등 푸대접에 시달렸다. 겨우 몇 시간 전 걸프국협력회의(GCC) 정상들 방문을 생중계한 현지 언론은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 모습은 방송하지 않았다. 때문에 양국관계 국면 전환을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28쪽’ 공개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레이엄 전 의원은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수주일 안에 공개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509655&code=11141400&cp=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