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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7-28 18:52
반성에 대한 소견
 글쓴이 : 발상인
조회 : 680  

우리나라에서 '반성하라' 라는 말은
"잘못했다 인정해라"란 목적으로 사용됩니다
즉 잘못했다 인정하는 것이 반성이라는 의미로 
저 역시 연배가 높은 분들께 배워왔고 연배가 낮은 분들께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제 어린시절 어른들께
"제가 잘못했습니다"란 표현을 적지 않게 하면서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철학에서의 반성은 의미가 좀 다릅니다
"잘못했다 인정해라"란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순수하게 다른 것과 비교해보는 의미만을 갖습니다
그러니 순수하게 "어떻게 하는게 더 좋았을까?"라는
다른 목적으로서 반성의 의미가 사용됩니다

이 두 차이가 언뜻보면 별 거 아닌 듯 하지만
우리나라에서의 반성은 감정상의 거친 면이 있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애를 가지고 있고,
이를 지키고 충족시키려는 소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스스로에게 쾌의 감정을 기대하게 되는데,
"잘못했다 인정해라"라는 것은 이에 반하는
불쾌의 감정을 감수해야 합니다.

그래서 "잘못했다 인정해라"란 타율적 의도가 감지될 경우
순수한 반성보단 이 불쾌의 감정을 감수할지 말지가
표상의 높은 우선순위로 떠오르게 됩니다

이로인해 자신의 정당화를 위해 거짓전제나 왜곡전제를 이용해서
자신의 논리를 끼워맞춰 상대논리에 저항하는 습성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경우는 자신이 논쟁에서 승리하기를 기대하여 
자신의 유쾌를 기대하는 감정에 시야가 좁아져서 
상대의 불쾌는 별로 신경쓰지 않게 되지요

그래서 현실에서 논쟁하면 안될것 같은 대상 
즉, 상대의 불쾌를 신경써야 하는 대상에게는
말로만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처세를 이용할 뿐이고,

논쟁을 해도 될 것 같은 대상
즉, 상대의 불쾌를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대상에게는
"억지 논리"를 쓰는 것이겠습니다

이런 모습을 현대에서 유난히 자주 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반성의 의미가 오래전에는 
"잘못인정"에 비중을 두지 않았던 분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조선시대의 사려깊은 선비들은 반성을 
철학적 의미로 사용했던 흔적들이 보입니다

그렇다면 조선시대와 현대의 사이에 있는 어떤 시대에 
반성에 대한 인식이 변화를 가졌을 가능성을 크게 봐야할 것입니다

그래서 의심하는 시대가 일제시대의 식민사관이며,
"잘못인정"은 주로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어떤 일을 지시하는데 유용한 특징이 있습니다

지시이행의 효율성을 위해 반성의 과정은 생략하고 
결과중심의 사고관이 "잘못인정"이라는 
과제를 생산시키기에 적합했겠지요

그래야 일 시키기 좋죠

잘못에 대한 반성의 유의미한 내용은
"어떻게 하는게 더 좋았겠는가?"란 의지를 세우고
다른 사례나 방안을 스스로 사색하며 비교하는데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지른 잘못이 결과라면
그 원인을 찾아내서 개선하고 같은 결과를 되풀이하지 않는 
스스로의 실천적 자율을 형성하는데에 의미가 있습니다

이것없이 말로만 "잘못했습니다"라는 건 
그 잘못을 되풀이하겠다는 예언밖에는 되지 않겠죠

ps. 말을 좀 더 쉽게 쓰면 좋겠는데, 
저도 슬슬 쉬운 표현이 생각이 잘 안나는 것 같습니다
서서히 꼰대가 되어가는 것이겠지요
이 예견을 술로 음미하러 나갑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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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쿠폰 17-07-28 19:01
 
아 쉽고 좋은 글이었습니다...

억지논리가 횡행하는게 이게 참 무식한 새끼들이 많아서 그런다고만 생각했는데

진정한 반성은 생략되고 잘못인정이라는 결과만이 강요되고, 이러한 잘못의 인정이라는 불쾌한 감정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대상에게는  자신의 정당화를 위해 거짓전제나 왜곡전제를 이용해서 자신의 논리를 끼워맞춰 상대논리에 저항하는 습성을 갖는 경우가 많아지고 등....

 억지논리와 키보드배틀의 본질을 한방에 그냥 이해를 하게 해주셨네요.....

더불어 반성의  진정한 의미도 생각하게끔 해주시고...


게시판에 이런 좋은 글이 많이 좀 올라와야 하는데

어째 머리에 우동사리만 들어 있는 개독새끼들만 설쳐가지고
     
발상인 17-07-29 23:43
 
제 소견을 정상적으로 인식해주신 것 같습니다

쉽고 좋은 글이라니..
호의적 평가에 감사드립니다
moim 17-07-28 19:07
 
자식을 가르키기 유용한 팁이네요 감사합니다
     
발상인 17-07-29 23:43
 
자녀분께 도움이 될것 같다니 저도 감사합니다
피곤해 17-07-28 19:12
 
책임회피의 방어기재로 공격적으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행위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지요 ㅋ
     
발상인 17-07-29 23:45
 
그런 경우도 적지 않게 목격됩니다
청백리정신 17-07-28 20:34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발상인 17-07-29 23:45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왕 17-07-28 21:29
 
철학 게시판에 어울리는 글이네요

사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일반적 반성과 철학적 반성 모두 가용합니다
대상에 따라 용법이 달라지는 것 뿐이죠
좀 빈정 거리자면 철학적 반성은 인간간의 활법입니다

실제 스님들은 일반적인 사과는 하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이상하게 생각되지만 철학적 사과의 가치를 인정하고 있죠
그러나 신도의 수준에 따라 일반적 사과와 혼용 합니다
     
발상인 17-07-29 23:53
 
대상에 따라 불쾌를 감수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비중이 보편적으로 높은 듯 합니다
확실히 이런 인식의 시각이 삶에 일반적으로 유리하긴 하니까요

그러나 예외는 확실히 있는데
이야기의 심도나 범위가 꽤나 넓어지는 관계로
언젠가 따로 기회가 되면 고려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날로그 17-07-28 22:27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어떤 의도로 쓰신 글인지는 감이 대충 잡힙니다....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공식을 정해놓은......"반성해라~!"......이게 강도가 점점 쎄지게 되서.....
촛불집회처럼......대중이 공감을 가지고.....많은 사람들이..동참하게 되면....

공산주의, 전체주의, 파씨즘,  집단최면 (집단목적성향 또는 집단종교성향)
이런 형태로 우리에게 다가오는거 아닌가 싶네요
     
발상인 17-07-29 23:56
 
식민사관에서 파생되는 사고관이
소위 "수직사고관"일거고
이 사고관으로 '반성'을 다루는게 원인의 한 축일 겁니다

이 사고관의 반성개념을 공유하는 집단들이
부정적인 사회적 이슈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끼치는 바는 분명 있을 겁니다
마르소 17-07-29 10:50
 
더 긍정적인 삶을 위해
잘못된 결과를 찾아내는 과정이  인식이고
같은 과정을 되풀이 하지않고 스스로 실천적 자율을 형성하는것은 양심일진데
잘못된 결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같은 과정을 되풀이 하는 양심없는것들이
많이 존재하는군요
반성을 어떠한 결과 에서 부정적인 부분을 찾아 긍정적인 부분으로 바꾸냐로 생각하는것과 내가 앞으로 할 행위의 반작용으로 다가올 부분에 대한것을 미리 생각하고 행동하는것도 반성이지 아닐까 합니다
     
발상인 17-07-30 00:12
 
이 글에서 마지막에 더할까말까 생각하다 생략한 부분이
"반성적 판단력"에 대한 내용입니다

주로 미래에 벌어질 불익에 대한 반성은
실제로 벌어진 일에 대한 확인을 거친 일은 아닌지라
직관적인 반성과는 차이가 있긴합니다

미래에 벌어질 불익은 예견이 전제되는 것인지라
누군가의 판단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반성적 판단력"이라고 하는데
아마도 이 얘길 하시는 것이지 싶습니다
주예수 18-07-18 09:50
 
진정한 반성이 꼭 필요한 제게 하시는 말씀 같습니다.
반드시 고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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