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구단주로 있던 성남 FC 축구단이 받은 후원금 중 일부가 성남시 유관 체육 단체로 흘러들어 간 뒤 현금으로 인출된 정황이 경찰 수사에 확보된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이 사건을 수사한 경찰은 이 돈의 흐름을 포착하고도 용처를 확인하지 않은 채 작년 9월 무혐의 처분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이 사건을 넘겨받은 성남지청 검사들은 박은정 성남지청장에게 “사용처 규명을 위한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보고했지만, 박 지청장은 4개월간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5일 박하영 성남지청 차장검사가 사직서를 제출한 것도 이에 대한 ‘항의’ 성격이란 것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성남 FC 구단주를 맡았던 2015~2017년 기업 6곳에서 성남 FC 후원금 및 광고비 명목으로 160억여 원을 받고 해당 기업들에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이는 야당이 2018년 6월 고발한 사건으로, 경기 분당경찰서는 3년 3개월간 사건을 끌다가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던 작년 9월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 당시는 여당의 대선 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었고 ‘이재명 대세론’이 자리 잡기 시작한 때였다. 고발인 측의 이의 제기로 성남지청이 사건을 넘겨 받아 경찰 수사기록을 검토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경찰의 수사 자료에서 성남 FC가 받은 160억원 중 일부가 성남시 유관 체육 단체에 흘러들어 간 뒤 상당액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정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상한 돈 흐름이지만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해 수사를 한 흔적은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박하영 차장검사 등은 “재수사를 하거나 경찰에 보완 수사 요구를 해야 한다”는 보고를 올렸지만 박은정 지청장이 결정을 미뤘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선 “정권에 부담이 되는 사건에 대해 경찰이 부실 수사를 한 데 이어, 친정권 검사가 수사 재개를 막은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박은정 지청장의 ‘수사 중단 외압’ 의혹이 불거지자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날 성남지청의 상급 검찰청인 수원지검의 신성식 검사장에게 “박 차장의 사표 제출 경위와 박 지청장의 수사 무마 의혹 등의 경위를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친여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 지검장이 제대로 조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경찰이 작년 9월 성남 FC 의혹 사건으로 고발된 이재명 후보를 3년 3개월 만에 무혐의 처분한 것을 두고 ‘부실 수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당시 수사를 맡은 경기 분당경찰서는 무혐의 결정에 앞서 작년 7월 이 후보에게 소환을 통보했다가 이 후보가 반발하자 서면 조사로 선회하기도 했다.
이날 본지가 입수한 경찰의 이재명 후보 불송치 결정문에서도 경찰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이 있었다. 불송치 결정이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생긴 경찰 권한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기지 않고 경찰이 사건을 자체 종결하는 것을 말한다. 2장 분량의 이 후보 불송치 결정문에 적힌 무혐의 이유는 19줄 뿐이다.
경찰은 결정문에서 “두산건설 등 기업 6곳에 용도 변경, 건축 인허가 등 현안 민원이 존재한 사실 및 각 기업이 성남 FC에 광고비를 지급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 후보와 두산건설 등 기업 광고 계약 담당자들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