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2.06.04 03:23 | 수정 : 2012.06.04 10:19
"서해를 內海로 여기는 中을 日 통해서 견제해 놔야 한·미 해군활동 넓어진다"
전략적인 판단 담겨있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3일 "
일본이 추진 중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날 "(
중국이 자신의 앞바다처럼 여기는) 서해의 공해상에서 '항해의 자유'가 완벽히 보장되는 것이 우리의 안보 이익에 가장 부합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발언은 일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를 전략적인 관점에서 사실상 용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우리 정부가 일본 함정의 서해 진출에 대한 국민적 반감(反感)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유사시 일본 이지스함의 서해 배치를 문제 삼지 않기로 한 것은 한반도 급변 사태 때 중국의 서해 통제 시도를 무력화시키고 한·미 군함의 서해 활동 기회를 최대한 확보하려는 전략적 판단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이와 관련 청와대 관계자는 "
북한 급변 사태가 벌어지면 서해에 가장 많이 드나들 배는
미국의 군함"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서해를 자신들의 내해(內海)로 여기며 다른 나라들의 군함 진입에 반발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미국이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를 서해로 보내 한미 합동 훈련을 하려 하자 공개적으로 반대했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후 북한 내부의 불안정이 증대된 것도 우리 정부의 태도에 영향에 미쳤다. 한반도 급변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일본과의 군사협력이 강화돼야 한다는 인식이 커진 것이다. 한일 군사협력 강화는 미국 정부가 오래전부터 우리 정부에 권유해 온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일본 이지스함 서해 배치로 우리 대북(對北) 정보력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도 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일본은 우리보다 두 배 많은 이지스함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들이 서해에서 얻는 대북 정보는 우리에게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 같은 맥락에서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 대북 정보 공유를 위한 한일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을 체결한다는 입장이다. 한·일 양국은 군사비밀보호협정 체결을 위한 실무협상을 거의 마무리했으며 서명절차만 남겨놓은 상태다. 정부 관계자는 "군사비밀보호협정과 군수지원협정 등 한일 군사협정을 현 정부 임기 내에 마무리할 방침"이라며 "야당의 반대 때문에 숨 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 조만간 협정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현재 미국, 러시아 등 20여 개국과 군사비밀보호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또 미국, 뉴질랜드 등 10여 개국과 상호군수지원협정을 맺고 있기에 일본과의 협정 체결이 크게 주목받을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방침이 한·미·일 3국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며 분명한 선(線)을 긋고 있다. "국민정서를 고려할 때 어떤 경우에도 일본과의 군사동맹을 추진하는 일은 없을 것(외교부 당국자)"이라고 한다.
이와 함께 한일 간 역사 문제는 북한에 대응과는 별개로 다루는 '투 트랙' 정책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작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빠르고 성의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또 일제시대 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후에 정부가 후속조치를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