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 당국이 통합진보당 경기동부연합 인사들의 내란음모 혐의를 은밀히 내사하는 과정에서 최근 주시하던 RO조직 연락책이 잠적하고 내부 조력자와 연락이 끊기는 등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정황이 잇따르자 국가정보원 등은 내사가 노출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지난 28일 전격적으로 압수수색과 체포에 나서며 공개수사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공안 당국 관계자는 “지난주 국정원이 주시해온 이석기 의원 조직의 중간연락책 A씨가 갑자기 잠적하고, 수사에 협조하던 내부 조력자와도 연락이 끊긴 것으로 안다”며 “당국이 상황을 굉장히 심각하게 받아들였다”고 30일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진보당 당원인 A씨는 경기도 모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공안 당국은 A씨가 비밀조직 내부 연락을 담당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해 오래 전부터 주시해 왔다. 고정간첩일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그러나 A씨는 지난주 갑자기 호프집 문을 닫은 채 사라졌고 이후 행적이 묘연한 상태다. A씨가 중국으로 도피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내부 조력자와도 1주일 이상 연락이 두절됐다. 이 조력자는 비밀조직의 회합 장소와 시간 등의 정보를 공안 당국에 제공하며 수사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평소 공안 당국에서 연락을 취하면 3∼4시간 안에 접선이 가능했는데, 현재는 연락이 끊겨 위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수사가 노출됐다는 정황이 속출하자 28일 서둘러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 같다”며 “그렇지 않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들과 만나는 등 주요 이슈가 몰려 있던 28일 서둘러 이 사건을 언론에 공개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국정원과 검·경 등으로 구성됐던 합동 태스크포스(TF)팀에서도 일부 수사 내용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TF팀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당시 법원 영장을 받아 감청 중이던 전화가 몇 대 있었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해당 전화 사용을 중단했던 적이 있다”며 “TF팀 내부에서 감청 사실이 샌 것 같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관계자는 “최근 내란음모 관련 중요 증거가 입수되고 더 늦출 수 없겠다 싶어 공개수사로 전환한 것”이라며 “정치적 고려나 조직원 잠적 같은 변수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의원실 압수수색에 참여한 공안 당국 수사팀은 의원실의 자금집행 내역을 찾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출처, 사용 내역을 통해 비밀조직과의 연관성, 회합의 시기·규모 등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안 당국의 다른 관계자는 “아직 이 자료가 나오지 않은 것 같다. 압수수색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파기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의 서울 사당동 자택에서 압수된 1억4000만원 상당의 현금은 원화, 달러화, 루블화가 각각 따로 포장돼 신발장 안쪽 깊숙한 곳에 보관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용택 지호일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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