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에 일본이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고
미국과 유럽도 반도체를 자체 생산하겠다는 방안을 얼마전에 발표했지요.
이 방안들은 한편 타당하기도 하고 한편 별 실효가 없습니다.
지금 미국 유럽 일본이 자체 생산 계획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불거진 자동차용 MPU 등 의 반도체가
부족해서 자동차 생산이 중단되는 사태가 생겨 자체 공급망 보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생긴 거죠.
그런데 과연 지금 미국 유럽 일본이 공장을 짓는다고 반도체 자립을 이룰 수 있을까요?
지금 미일유럽이 추진하는 것은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TSMC 같은 파운더리 공장을
자체적으로 보유해서 반도체 공급망을 안정시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파운드리 공장을 일본 등에 건설한다고 저절로 생산되는게 아닙니다.
우선 현재 지금 현재 부족을 겪고 있는 자동차에서 쓰이는 반도체는 누가 자동차 회사에
공급하고 있냐면 유럽의 NXP (네델란드계, 과거 필립스 반도체), 일본 르네사스 (일본 과거 NEC 계)
또는 텍스사인스트루 먼트 (미국) 등 1960-70년대 부터 반도체 업계에서 수십년간 장사를 해온
역전의 용사들입니다. 그외 짜잘한 회사들 무지하게 많습니다.
그 회사들은 현대 마이크로 컨트롤러 의 발전 초창기 부터 (1970-980년대) 이런 반도체를 설계하고
만들어 오던 업체들이고 한때는 다들 자체 생산 공정 (파운드리) 를 보유해서 자체 생산하던 업체들이죠.
그런데 1990-2000 년대 들어 TSMC 등이 등장하며 이런 생산공정을 외주를 주는 붐이 일어났고
그게 자체 공장 보유보다 훨씬 자본도 덜들고 생산비를 줄일 수 있으니까 그런 업체들이
자체 공장을 폐지하고 펩리스 설계업체가 되고 TSMC 등 대만에 외주를 주게 된 겁니다.
그러니 자체 공장을 다시 보유하면 그만큼 자본이 많이 들고 또 생산비가 올라간다는 거죠.
즉 원래 생산외주 붐이 일어났던 원인은 그대로 인데 설계업체들이 자체생산을 하면
생산원가가 비싸져서 경쟁력이 하락하죠. 즉 칩이 비싸져 안팔리게 된다는 겁니다.
그럼 따로 TSMC 나 UMC 같은 외주전문의 업체를 유럽이나 일본에 신규업체를 설립하면
되지 않겠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그런 업체가 생기지 않은 건 만든다고 해도
TSMC 와 가격 경쟁이 안되기 때문입니다. 메모리나 마찬가지 입니다.
자동차용 IC 생산기술은 그렇게 어려운게 아닙니다. 수십년전에 설계된 구식 공정이니
SMIC 같은 기술력이 떨어지는 중국업체들도 잘 만들고 있어요.
하지만 진짜 기술은 만들고 못만들고가 아니라 얼마나 싸게 만들 수 있느냐 입니다.
TSMC의 규모의 경제에서 나오는 엄청난 원가경쟁력을 따라 갈 수가 없으니
생산비가 비싸지겠지요. 즉 만들수는 있는데 TSMC 만큼 싸게 만들 수가 없는 겁니다.
메모리도 중국업체도 샘플은 만들 수 있지만 삼성만큼 싸게 대규모 양산은 안되지요.
이걸 극복할 방법은 각국 정부가 그 자국의 파운드리 업체에 보조금을 듬뿍 주어서
비싼 생산원가와 떨어지는 경쟁력을 보완해 주어야 한다는 건데
이거야 말로 바로 WTO 같은 국제 무역기구에서 제재를 부를 사안이죠.
지금 파운드리 업계에서 TSMC 빼고 글로벌 파운드리 (GF) 또 대만 중국 등의
UMC SMIC 등의 파운드리 업체들이 과연 잘나가고 있나요?
유럽이나 일본에서 새로 만든 독립 파운더리 업체들이
그 GF 나 UMC SMIC 보다 더 사업을 잘해 성공할 수 있을 까요?
또하나 문제는 그런 독립 파운드리 업은 그런 NXP, 르네사스, 텍사스인스트르먼트 등의
반도체 설계업체의 주문을 받아야 생산할 수 있다는 겁니다.
그리고 반도체 설계 업체 들도 그 반도체를 처음 설계 할 때 부터 TSMC 같은
특정 파운드리의 생산 규칙에 맞게 설계를 해야 그 파운드리 에서 생산할 수 있습니다.
설계자들도 그 설계규칙에 익숙해져야 하므로 이런 외주생산 업체를 정하는 것은
결혼에 비유할만큼 반도체 외주생산은 외주업체를 바꾸기가 힘든 Lock-in 효과가 매우 큽니다.
현재 한번 생산이 시작된 칩의 파운드리 업체를 바꾸는 경우는 아주 드문 일입니다.
그러니 유럽이나 일본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과 업체를 설립한다고 해서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TSMC에서 생산하던 칩을 그 신규 유럽 파운드리로 바꾸려고 해도
다시 신규 파운드리의 규칙에 맞춰서 설계를 하고 다시 시험해서 품질을 안정시켜야
제품으로 팔수 있는 거죠. 그건 반도체 설계업체나 수요자인 자동차 업체로서는
사실상 새로운 제품/부품개발이나 마찬가지죠. 그게 다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일이죠.
즉 세계적인 규모의 반도체 업체이고 최첨단 생산기술과 공정기술을 가진 삼성전자도
스맛폰 APU 같이 새로이 설계하는 최신 반도체 칩의 외주수주에는 유리한 고지에 있지만
구형의 공정을 사용하는 오래된 자동차 반도체를 외주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UMC 같은 기술력은 떨어져도 오래동안 그 칩을 생산해온 중소 파운드리보다 불리하다는 거죠.
일단 오래전에 그런 자동차 칩이 처음 설계될 때 선택된 업체가 장땡이라는 거죠.
그러니 반도체 설계업체로서는 TSMC 이 생산에 문제가 없으면 파운드리를 삼성이나
또는 일본 유럽의 파운드리로 돈을 들여 전환할 이유가 없지요.
한마디로 고지 점령전이나 마찬가지로 신규업체가 매우 불리한 전투라는 거죠.
그러니 국가적으로 TSMC 비중을 줄이고 유럽 일본 파운드리를 추진한다고
해도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오려면 최소 5-10년은 걸릴 장기 계획이 되지요.
그런다고 해도 시장에서는 현재 한국의 동부반도체(DB 하이텍) 같은 경쟁력이 떨어지는
군소업체 파운드리 업체일 뿐이겠죠. 그게 유럽이나 일본의 산업 경쟁력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습니까?
TSMC 가 괜히 시장점유율 50% 가 넘는 절대강자가 된게 아닙니다.
한마디로 TSMC 는 마이크로 소프트나 애플 같은 그 생태계를 벗어나기 어려운 강자가 된거죠.
이걸 피하려면 TSMC 가 공장을 유럽이나 일본에 건설하게 해서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별다른 재설계 없이 쉽게 유럽의 TSMC 공장에서 생산을 할 수는 있는데
그러려면 TSMC 가 유럽이나 일본에 현지 공장을 세울 인센티브나 공급업체 등
인프라 저렴한 인력 등 대만에 못지않은 반도체 생산 환경을 갖춰 주어야 한다는 거죠.
즉 각국정부가 지금 경쟁을하려는 TSMC 에 보조금을 줘야 한다는 겁니다.
물론 일본 유럽 파운드리가 TSMC 의 공정규칙을 라이센싱 하거나
또는 TSMC 호환 규칙을 채용하면 그런 파운드리 전환이 조금은 쉬워지지만
TSMC 가 과연 자기 살을 깍아먹는 짓을 할까요?
비싼 라이센스 비를 지불해야 하니 파운드리의 수익성을 더욱 떨어지겠지요.
또는 TSMC 로 부터 특허 소송이나 IP 침해 소송을 맞을 거고.
그래서 미국은 자체 파운드리 설립이 아니라 삼성이나 TSMC 의 공장을
미국내에 유치하려는 식으로 추진하고 있고 그건 성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인텔이야 얼마전 까지는 세계최대의 반도체 생산업체 였으니
파운드리 업을 시작하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가능성이 높고.
반면 유럽이나 일본 정부가 자국내에 TSMC 와 경쟁하는 독립파운드리 설립 계획은
결국 경쟁력 떨어지는 소규모 업체를 만드는 정도에 그치게 될 것이고
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려는 각국 정부의 의도는 성공하기 어려울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