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www.korean.go.kr/nkview/nklife/1995_2/5_4.html
【특집·국어에 나타난 일본어의 언어적 간섭】
일본어투 문장 표현
정광 / 고려 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5. 결어(結語)
이상 일본어투의 문장 표현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고찰하였다. 먼저 현대 국어의 문어에 일본어투가 많이 나타날 수 있는 두 언어의 접촉 과정을 살펴보면서 대부분의 현대 문학 초기 작가들이 국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구사하는 문어에 있어서의 이중 언어 사용자였음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1920-30년대에 우리의 현대 문학은 이러한 작가들에 의해서 시작되었으며 후대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러나 이때의 많은 작가들은 젊은 시절의 습작 연습을 통하여 일본어의 구문을 익혔으며 그러한 문어의 학습은 일본어를 기본 문장어로 하고 우리말의 문어는 그에 준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일본어로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가 후일에 우리말로 바꾸어 작품을 쓰는 작가들에게는 그들이 사용하는 국어 구문에 일본어 구문의 영향이 매우 많았음을 예를 들어 고찰하였다. 실제로 이들의 작품 가운데는 일본어 구문의 영향과 관용구가 차용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 있었다.
1920-30년대 우리의 소설 작품 속에서 일본어 구문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예로서는 첫째 ‘-고 있다, -고 있었다’의 표현을 들었다. 국어에서 동작이나 상태가 지속적인 모습을 나타내는 동사에 ‘-고 있다. -고 있었다’를 붙여 동작의 진행이나 계속을 나타내는 표현이 실제로 현대 국어에서도 증가하고 있다. 국어에서는 동작이나 상태의 계속을 나타내는 경우에 대체로 과거형을 사용하여 표현한다. 국어의 과거 시상 표시에 쓰이는 ‘-았/었-’이 존재를 나타내는 ‘있-(有, 在)’, 또는 그의 고형인 ‘이시-’에서 발달한 것임으로 「+지속성」의 의미 자질을 가진 ‘살다’와 같은 동사에 이 과거 시상 형태를 붙여 “살았다”와 같이 동작이나 상태의 지속을 표시할 수 있으므로 ‘고 있다, -고 있었다’를 붙여 “살고 있다, 살고 있었다”와 같은 표현은 불필요한 것이었다. 그리하여 근대 국어 이전에는 이러한 표현이 별로 쓰이지 않았는데 현대 국어에서는 이러한 표현이 현저하게 늘어났다고. 본고에서는 이러한 표현을 일본어의 구문 ‘동사+ -ている’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본 것이다.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국어의 구문 중에서 ‘-있을 수 있다, -있어야 할, -한(던) 것이다’의 표현이 있다. 이러한 구문은 일본어의 번역 차용에서 생겨난 것으로 보았고 그 실제적인 예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일본어 자동사의 우케미(受身) 표현에서 영향을 받아 피동형 표현의 문장이 현대 국어에서 많이 나타난 것으로 보았고 이것은 서양 언어의 영향이 일본어에도 있었을 가능성을 살펴보았다. 현대 국어에 사역형 표현이 많이 나타나는 것도 일본어의 영향일 수 있다.
현대 국어의 통사 구조 중에 근대 국어의 그것과 다른 예로 비인칭 대명사나 무정 명사가 주어에 올 수 있고 지시 대명사가 불필요하게 많이 사용되는 현상을 들었다. 이러한 표현은 서양어의 번역문이나 서양 언어의 영향을 받은 일본어의 번역체 문장에서 많이 발견되므로 이것 역시 일본어의 영향으로 볼 수 있고 거슬러 올라가면 서양어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서양어의 관용어를 번역하는 과정에서 일본어의 번역에 의한 국어 번역문의 문장 구조가 일본어의 영향을 받은 경우를 예를 들어 고찰하였고 이러한 예가 매우 많을 수 있음을 언급하였다.
관용적 표현에서 일본어의 영향도 적지 않았으나 이들 가운데는 영어를 비롯한 서양어의 영향을 받은 것도 매우 많았음을 밝혔다. 단지 어떤 관용구가 일본어와 유사한 표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이를 일본어 관용구의 영향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많은 사실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 방면에는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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