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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6-07-07 14:49
[한국사] (펌)쌍둥이를 낳으면 조정에서 보상을 주었던 조선.
 글쓴이 : shrekandy
조회 : 3,096  

제가 좋아하는 역사 네티즌 sungsik님의 글에서 퍼왔습니다
http://pgr21.com/pb/pb.php?id=freedom&no=4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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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의 개념이 없던 시대였지만, 조선시대의 복지와 비슷한 제도에 대해 알아보면 놀라운 사실이 꽤 많죠.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진 게 세종시대에 관노비에게 출산 휴가를 준 것이 있고...

도성의 고아 아이들을 제생원에 모아 키우기도 했으며,
장님들을 명통사에 모아 비가 올 수 있도록 기도하게 하면서 쌀과 콩을 내려주고,
세종 땐 아예 이중 뛰어난 장님을 서문관에 소속시켜 하급 관리에게 길흉을 보는 학문을 가르치게까지 했죠.


그런데 이런 건 그래도 이해가 가는 정책인데,

또 다른 재미있는 조선시대 복지 정책 중 하나가 

조선시대엔 쌍둥이를 낳으면 국가에서 쌀과 콩 등을 하사했다는 겁니다.

거의 근대까지만해도 쌍둥이를 그렇게 좋게 여기지 않던 시대라
우리 할아버지 세대 이야기만 들어도 쌍둥이를 낳으면 한 명은 죽이기도 했다. 불길하게 여겼다.
등등의 말을 종종 들을 때가 있죠.

실제 조선시대에도 쌍둥이, 특히 3명 이상의 쌍둥이는 굉장히 희귀한 일로 인식하여
어느 집 누구가 세 쌍둥이를 낳았다라는 기록이 실록에 빈번히 보일 정도입니다.

이렇게보면 쌍둥이를 낳은 것을 불길하다 여겼을 거 같으나 신기한 기록이 있습니다.


○楊根人韓金妻一産三男, 例賞。
(양근(楊根) 사람 한금(韓金)의 아내가 한꺼번에 세 아들을 낳으니, 전례에 의하여 상을 주었다.)


한금의 아내가 한 번에 세 아들을 낳으니 상을 주었다라는 기록이 세종 때 있는 것입니다.
분명 당시엔 쌍둥이를 낳으면 불길하다 여겼을 터인데, 상을 주다니요. 잘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입니다.
그런데 이런 조치는 사실 특이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런 기록이 처음 나타난 건 태종 6년 때인데요.
원주에 사는 노비가 한 번에 2남 1녀를 낳으니, 태종이 명하여 쌀과 콩을 10섬 하사했다
는 기록이 있습니다. (shrekandy왈: 이걸 보면 노비도 이 복지의 대상이였나 봐요)

세종 때는 이게 거의 법제화 되어

세 쌍둥이를 낳은 집에겐 쌀 10섬을 하사했는데,
당시 9품 벼슬아치의 1년 연봉이 15섬 남짓이었던 걸 보면 정말 어마어마한 혜택입니다.

요즘 셋째를 낳으면 국가에서 어떤 혜택을 주는 것과 상당히 흡사한 느낌이지요.
한 번에 아이 셋을 낳아 키워야하니 국가에서 그것을 일시적으로나마 보조해주는 것입니다.

세종이 구체적인 법령을 내린 적이 없지만,
이게 법률화 되었다는 간접적인 기록이 실록에 존재하는데요.
전문을 보면 이렇습니다.

---------------
경상도 감사가 아뢰기를,

“초계군(草溪郡)에 사는 사비(私婢) 약비(若非)가 세 쌍동이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두 아이는 죽었습니다.”
하니, 

대언사(代言司)가 아뢰기를,
“한 태(胎)에 세 아들을 낳은 자는 쌀 열 섬을 주옵는데, 이제 둘은 죽고 하나만 산 것은 쌀을 주는 예가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옛 사람이 말하기를, ‘한 태에 세 아들을 낳으면 현재(賢材)가 많다. ’고 하였으니, 
이 여자는 두 아들이 죽긴 하였으나, 그래도 역시 쌀을 주는 것이 옳지 않을까.”

하였다. 

안숭선이 아뢰기를,
“전례가 없으므로 줄 수 없습니다.”
하니, 

이를 예조에 내려 의논하라고 명하였다. 

본조에서 아뢰기를,
“반을 감하여 닷 섬만 주는 것이 옳습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세종 53권, 13년(1431 신해 / 명 선덕(宣德) 6년) 7월 5일(정묘) 2번째기사)
--------------

대언사가 아뢴 내용을 보면, 
한 번에 세 아이를 낳으면 쌀 열 섬을 주는 것이 일반적 조치인데, 둘이 죽었으니 쌀을 줄 수 없다고 하니,
세종이 그 조치에 대해 신하들과 의논하는 실록 기사입니다

기록을 보면 세 쌍둥이를 낳았을 때 조정에서 당연히 쌀을 하사하는 데,
상황이 조금 다르니 그 조치에 대해 의논하는 걸 보면 이런 제도가 아주 보편적이었던 걸 알 수 있습니다.
(여담으로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 대신들과 의논하고 뭔가 절충안을 내놓는 세종은...
개인적으로 세종을 고기 덕후가 아니라 토론 덕후라 부르고 싶습니다.)


이 제도는 세조 때는 아주 법제화 되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세조 6년의 기록을 보면, 

“선군(船軍) 박흥(朴興)의 처(妻)가 한꺼번에 세 아이를 낳았으니, 청컨대 호전(戶典)에 의하여 쌀·콩 10석(石)을 주소서.”

호전은 육전의 하나로 조세나 호수에 대한 법률이 기록된 법전인데,
호전에 의하여 쌀과 콩을 하사하라는 걸 봤을 때 법제화 되었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명종 때는 가뭄이 들어 세 아이를 낳아도 쌀과 콩을 감량해서 주자고 건의하니,
그 정도도 준다고 국고가 비지 않는다고 전례대로 주라고 명합니다.


그러나 조선시대 대부분의 복지 제도는 조선 초기에 많이 활성화되다
중기 후기로 들어갈 수록 기록이 적어지는데, 개인적인 추측으론 

1. 국가가 어느정도 안정화 되어 이런 구체적인 제도 없이도 먹고 살만해져 자연스럽게 사라졌을 수도,
2. 혹은, 국가가 연산군 때와 임진왜란 등을 겪으며 여력이 없어져 점차 사라졌을 수도,
3. 아니면 다 남아있는데 너무 보편적이라 굳이 기록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 쌍둥이를 낳은 여인에게 쌀을 하사하는 것은 기록상 영정조 때까지 이어졌던 것으로 보이는 걸 봐서,

얼마만큼 보편적으로 행해졌는 지는 추측이 쉽지 않지만,

이 제도는 확실히 유지 됐음을 짐작할 수가 있지요.



....얼마전 질게에 쌍둥이에 대한 질문이 있어 글을 쓰긴 썼는데 마무리가 쉽지 않네요.
그냥 이런 제도도 있었다는 걸 아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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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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