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교분리는 정치와 종교가 분리되어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것이고, 이를 통해서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는데 기여하는 건데요.
다른 한편으로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지 않음으로써 종교적인 이념이나 가치관에 따른 정치문제의 결정을 방지할 수 있는 면도 있습니다.
예컨대 대표적으로 진화론 대신 창조론이 교과서에 실린다든지 하는 일이 정치계에도 발생할 수 있는 여지를 차단하는 것입니다.
또 다른 면으로는 종교계의 수장등 몇몇 대표적인 인물이 정치에 관여하여 '시국선언'과 같은 형식으로 왈가왈부하게 되면, 그 종교계에서 그 수장을 신뢰하는 이들의 판단에 간섭을 하게 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신부님이 하신 말씀이니까. 이 문제는 이게 맞아!'라든지, '우리 목사님이 내린 결정대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되'라든지 등등
각 분야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사람이 있는 것이고, 정치문제는 국민의 정치적 의사결정에 따른 선거와 각종 법률에 따른 정치인들 기타 국민일반의 여론에 의할 것이지, 신앙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닌 것입니다.
과거 국가가 큰 위란을 맞이하여 외세의 침략이 있던 때, 국민 모두의 뜻이 하나로 통일되어 외침의 방어를 이루고자 하였던 때라면 모를까. 국민 개개인의 의견이 다를 수밖에 없는 이와 같은 사안에 종교계는 어떻다라는 식으로 시국선언을 하는 것은 뭔가 잘못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예전에 모대통령이 수도 서울을 하늘에 봉헌한 적이 있었는데, 그 서울에 살고 있는 시민들 모두가 다 그 결정에 만족하고 수긍하였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분명 불쾌하였던 사람도 있습니다.
정치는 정치문제에, 종교는 종교문제에 집중할 것이지 비합리적인 신앙이 정치문제에 관여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단체명의의 의견표명은 필연적으로 그 단체에 속하고 있는 구성원의 의견표명이 있는 것인양 하는 모양새가 있는 법인데, 그럴 경우 그 단체에 소속된 사람들의 의견 또한 아울러 왜곡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종교계의 의견표명 뿐만 아니라 단체의 의견표명에 관련된 문제이기도 합니다. A단체에 소속된 김모씨는 갑당을 지지하는데, 그 단체가 그 명의로 우리 단체는 을당을 지지한다라고 표명하게 될 경우, 김모씨는 어떤 기분을 느끼게 될까요? 그 단체는 정치적 의견표명을 위해서 조직된 단체도 아니고 단순한 기업일 수도 또는 학교일 수도 있고, 김모씨는 그곳에서 일하러 왔거나, 공부하러 왔을 뿐인데, 단체 대표가 멋대로 자기가 속해있는 단체 명의로 자기까지 싸잡아 '우리 단체는... 을을 지지한다'라고 표명했을 때 문제가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