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RO(Revolutionary
Organization)’ 조직원들이 북한 잠수함 지원방안에 관한 e메일을 주고받은 사실을 국가정보원이 포착했다. 국정원은 이들이 해외 e메일 서비스를 경유해 북한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에 대해 수사 중이다.
2일 공안당국에 따르면 국정원 경기지부는 지난해 말~올해 초 홍순석(49) 통합진보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한동근(46) 전 수원시위원장, 이상호(50) 경기진보연대 고문(이상 구속) 등 수원지역 RO 조직원들의 e메일을 압수수색했다.
이들이 사용한 e메일은 대부분 암호화돼 특정 키(key·암호해독 프로그램) 없이는 내용을 열어볼 수 없고, 중간에 가로챌 경우 사용자가 알 수 있도록 돼 있었다고 한다. 국정원은 e메일 내용을 일부 복구한 결과 ‘유사시 (북한이) 전투기, 잠수함, 탱크 등 육·해·공으로 내려올 텐데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강구하자’는 내용을 찾아냈다. 다른 e메일에서도 ‘북한 잠수함 지원방안을 준비하라’는 내용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사실을 확인했다.
국정원은 RO 조직원들이 e메일을 통해 북한 연락책과 접선한다는 첩보를 입수해 2년 넘게 수사해 왔다. 수사팀은 지난해 법원으로부터 수원지역 RO 조직원들의 e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압수수색 대상은 RO 조직원들이 사용하는 e메일 계정 10여 개였다. 대부분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계정이었다. 수백 차례가 넘는 압수수색에서 국정원은 이들이 북한 잠수함 관련 대화를 주고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e메일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해온 사실도 확인했다. 국내 RO 조직원들로부터 e메일을 받은 이들은 이를 다시 소재지가 불분명한 e메일 주소로 재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은 수신자를 숨기기 위해 경로를 복잡하게 만든 과정이 북한 공작원들의 수법과 비슷하다고 보고 있다.
국정원은 일단 이번 구속영장 범죄사실에는 북한과의 연계활동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러나 RO 조직원들이 e메일을 통해 해외 거주 혹은 해외 e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북한 공작원에게 국내 정보를 건네주고 지령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공안당국 관계자는 “해외 e메일 계정을 사용해 추적에 어려움이 있지만 메일 내용과 빈도, 경로 등으로 미뤄볼 때 북한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법무부와 검찰도 이날 국회에 보낸 통합진보당 이석기(51·비례대표)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에서 “공동피의자 김근래·조양원 등을 비롯한 RO 조직원들이 개별적 또는 조직원들과 함께 북한을 방문했는데 현재까지 방문 목적 및 행적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북한과의 연계 의혹을 규명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북한의 대외연락부 지령에 따라 결성한 ‘민혁당’의 잔당들이 RO의 핵심 구성원으로 활동해 RO도 북한과 연계돼 있을 가능성 농후하다”는 것이다.
◆종북세력과 북한 잠수함=북한 잠수함은 국내 종북세력들이 북한과 접선할 때 흔히 이용해 온 수단이다. 잠수함을 이용한 북한과의 접선 가운데 가장 유명한 사건은 80년대 주사파 대부로 불렸던 김영환(50)씨의 밀입북 사건이다. 김씨는 91년 강화도에서 북한 직파간첩 윤택림과 북한 잠수함을 타고 밀입북해 묘향산에서 북한 김일성 주석을 만나고 돌아왔다. 98년 여수 돌산읍 앞바다에서 우리 군에 의해 격침된 반잠수정도 국내 종북세력과 북한의 연계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인양된 반잠수정에서 발견된 문서에서 김영환씨와 이석기 의원 등이 주도한 ‘민혁당’이 북한 대외연락부(현 225국) 소속 간첩의 지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