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만 살았다."
전력을 균형적이고 완전하게 발휘하도록 실용적 군사력을 건설한다는 사람이 왜 해공군은 절름발이로 만들고 육군만 '포병 잔치'를 벌이게 해 주었는가? 그에 앞서 국방비 자체를 현실적인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형편없는 액수만 배정해 놓고 무기체계 획득을 책임지는 방위사업청장에 국방의 'ㄱ'자도 모르는 측근 인사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 '비용 절감'을 외치게 만드는 의도는 또 무엇인가?
물론 첨단무기만으로 선진강군이 될 수는 없다. 강인한 정신력과 투철한 국가관과 같은 정신 전력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첨단 무기는 쥐어주지도 않고 "무기는 첨단인데 정신이 썩었다"는 식으로 군을 다그치는 것은 어느 나라 코미디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국방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군 미필' 대통령의 국방개혁은 한계가 있었나보다. 주변 안보 정세가 시급하게 돌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효율성'을 내세워 "우리가 증강하지 말고 한미동맹에 의지하면 만사 OK"라는 사고방식으로 미래 잠재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전력 건설은 도외시하고 'For the Army, Of the Army, By the Army' 단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국방 개악'을 추진해 버린 것이다.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를 놓고 물대포를 주고 받으며 일촉즉발의 위기 상태에 와 있고, 일본과 중국은 각각 독도와 이어도를 놓고 곧 우리에게도 마수를 뻗쳐올 기세인데, 청와대는 입으로만 '영토 수호'를 외치지 실제로 영토와 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그 어떤 액션도 취하지 않고 있다.
그렇게 급박한 국제 정세를 보면서 구상했을 이명박 정부의 마지막 예산안과 '국방개혁 기본계획 12-30'을 보면 실망과 분노를 금치 못할 정도를 넘어 경악과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예산안과 개혁안을 보면 지금 당장 시급한 공군의 전투기 전력 보강과 공중급유기, 해군의 기동전단과 대잠수함 전력 관련 예산은 모조리 난도질 당했고, 그 자리에 무려 6조원이 넘는 예산이 미사일 관련 예산으로 들어가 있다.
한미 미사일 협상 실패로 사거리 800km, 탄두중량 500kg으로 묶여 북한 지역을 제외하면 주변국은 털끝만큼도 건드릴 수 없는 미사일들을 현재 보유량의 2배, 북한 보유량의 1.7배 수준으로 대량으로 확보하겠단다. 이것도 모자라 포병 전력은 신형 자주포와 로봇형 탄약공급장갑차 등 최첨단 장비로 '떡칠'을 하고, 냉전 시절 구소련과 미국 이외에는 그 어느 나라도 제대로 시행해보지 못했던 '사단급 다련장 로켓대대'를 편성해 화력을 강화하겠단다.
적을 때리지도 못할 주먹만 키우고, 최첨단 전투기와 미사일이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미래전 환경에서 기껏해야 수십 km 앞의 적만 타격할 수 있는 포병 전력에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붓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장사정포가 그렇게 걱정이면 공군력을 키우면 된다. 이상 징후가 보이면 공대지 유도탄 장착한 전투기를 다수 띄워놓고 그들이 포문을 열면 타격하면 된다. 사거리가 길어질수록 엄청난 공산오차를 보여 오히려 비용 대 효율이 더 떨어지는 포병 전력보다 그 편이 더 경제적이고 확실하다.
북한의 탄도탄이 그렇게 걱정이면 해군력과 공군력을 키우면 된다. 발사 징후가 보이면 공대지 유도탄으로 타격하든 함대지 순항 미사일로 타격하면 된다. 북한도 1,000발밖에 보유하지 않은 단거리 탄도탄을 2,000발 가까이 찍어내겠다는 저의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국방개혁으로 인해 감축되는 10만 이상의 병력에 대한 피해 의식 때문인가? 병력을 줄일테니 예산을 모조리 달라는 심보인가? 필요하지도 않고, 사업 예산 내역 자체도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바가지를 써 가면서 국방예산 지출에 있어 '지상군 페스티벌'을 벌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독도와 이어도에 육군을 배치하고, 자주포와 단거리 탄도탄을 대량 배치해 영토 주권을 지켜보라. 몰려오는 중국과 일본의 최첨단 해공군력에 맞서 '국가방위의 중심군'인 육군이 이들을 막아낸다면 이명박 대통령과 현재의 군 수뇌부는 '불세출(不世出)의 군사적 천재'로 충무공 이순신 장군보다 더 추앙받을 수 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현존 위협이 어떤 것인지 똑바로 보고 이에 대비해야 한다.
매일 아침 상당 수 공군 조종사들의 부인은 남편을 사지로 보내는 것 같은 불안감에 가슴 졸이며 산다. 남편 보다 더 나이든 낡은 전투기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서이다. 수 백여대에 이르는 주변국의 최신예 전투기와 전투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둘째치더라도 당장 이륙하면 추락할 걱정을 해야하는 전투기가 우리 영공 방위를 책임지고 있다.
매일 밤 상당 수 해군 승조원들의 가족들은 남편, 자식, 아버지를 사지로 보내는 것 같은 불안감에 밤잠을 설친다. 하루가 멀다하고 몰아치는 거대한 풍랑 앞에 내던져진 '코딱지만한' 군함을 타고 파도와 싸우는 승조원들은 언제 어디서 적의 공격을 받아 지난 2010년 3월 26일 그 밤 천안함 승조원들이 그랬던 것처럼 차가운 바닷속에 영원히 갇혀버릴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어뢰 방어는 고사하고 제대로된 잠수함 탐지나 함대공 방어조차 불가능한 싸구려 소형 전투함들이 우리 해군의 주력이다. 신형 호위함이라고 건조했지만 그마저도 돈 없다고 엔진은 퇴역한 군함에서 떼어내 달았다.
지난 수 천년간 우리 영토와 강산을 짓밟으며 오욕과 치욕의 시간을 안겨줬던 중국과 일본은 지금도 한반도를 향한 야욕의 눈초리를 버리지 못하며 칼을 갈고 있다. 항공모함, 대형 잠수함, 대형 구축함, 스텔스 전투기, 장거리 미사일 등을 갖추며 독도는 일본땅, 이어도는 중국땅을 외치며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들을 무엇으로 막겠는가?
국민은 그리 우매하지 않다. 군 수뇌부가 국방개혁 계획이라고 내 놓는 계획들은 국방안보 분야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국민이라면 진정 국가방위를 위한 것이 아니라 육군 중심의 밥그릇 챙기기 마스터 플랜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이라 했다. 물론 군인으로서 이러한 본분을 지키며 살아가는 명예로운 군인도 많겠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국방 정책을 수립하고 전력 증강이나 예산 집행 등의 분야에서 근무하는 군인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 100년전 나라를 팔아먹은 을사오적과 지금 국가안보를 팔아먹고 제 밥그릇 챙기는 자들이 무엇이 다른가?
전력증강, 계약 관련 부서에서 '회전문 인사'로 말뚝 막고 있으면서 각종 접대와 향응을 제공받고, 이것도 부족해 전역 이후 취업할 방위산업체와 결탁해 군이 필요하지도 않은 장비에 막대한 혈세를 마치 제 돈인양 계약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미래 전장 환경이 어떨 것이다라는 것은 잘 알면서도 자군이 아니면 인원 증원이나 예산 배정 자체를 꺼리는 극단적인 자군 이기주의도 보인다.
과연 그들이 군인일까? 단순히 군복만 걸치고 있는 공무원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돈벌이에 눈이 멀어 국가와 민족도 내버릴 수 있는 매국노일까?
국방개혁 기본계획을 입안하고, 군 균형 발전과 미래 위협에 대비할 전력 건설을 파탄낸 군 수뇌부에게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준엄히 경고한다. 지금 당신들은 고봉밥이 수북히 쌓여 있는 밥그릇을 보며 흐믓해 하겠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독도에 히노마루가 휘날리고, 이어도가 중국군에게 짓밟히는 날, 당신들은 현대판 을사오적으로 손가락질 받으며 국민들의 구둣발이 당신들의 면상을 짓밟고 있을 것이다.
군복을 입고 있다면, 군인으로서 최소한의 양심은 지켜라!
출처 : http://bemil.chosun.com/nbrd/bbs/view.html?b_bbs_id=10040&pn=1&num=69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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