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읽어본 좋아하는 책 중에 하나가
고려대학교 허태균 교수의 <어쩌다 한국인> 이라는 책입니다.
한국인의 특성을 6가지로 분류를 한 내용인데요.
그 중의 하나가 '복합유연성' 입니다.
복합유연성이란 한국인은 선택을 싫어하고 어느 한 가지를 포기하기 싫어한다는 거죠.
서로 모순되는 것들 조차도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예로부터 어른들이 늘 상 하시는 말씀 중에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마라'
'이겨도 너무 이기지 마라'
'이거는 잘했는데 이거는 못했네'
이렇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을 아이돌 문화에 적용시키면 답이 나옵니다.
춤을 격렬하게 추면서 노래도 잘 불러야하고 외모도 뛰어나야합니다.
상식적으로 뛰어난 가창력을 듣고 싶으면
가만히 서서 노래부르는 가수를 찾으면 되고
뛰어난 춤실력을 보고 싶으면
댄스팀의 공연을 보면 됩니다.
일본 같은 경우는 오로지 외모나 매력에만 치중한
일본식 아이돌이 있지요.
근데 우리나라는 다 갖추길 바라죠.
사실 격렬하게 춤을 추면서 가창력까지 뛰어나길 바라는 건
서로 모순되는 걸 공존하길 바라는 심리랑 같아요.
우리나라가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까지
립싱크 아이돌이 인기를 끈 적이 있는데
이 때 인기가 강해서 지금까지도 강렬하게 임팩트가 남아서 그렇지
기간으로 치면 5년 남짓한 그리 길지도 않은 시간입니다.
어느 순간 대중들이 립싱크 아이돌에 지지를 보내지 않았고
2000년대 초부터 중반까지는 아이돌 침체기였죠.
이 시기 때 인기를 끈 가수들은
실력을 갖춘 솔로댄스가수들이나 발라드, 소몰이창법 알앤비였습니다.
(그렇다고 립싱크 아이돌들이 다 실력이 없던 건 아니었고 특히나 메인보컬은 다 가창력이 뛰어났죠. 래퍼들도 랩실력이 있었고, 그것도 아니라면 댄스실력이 뛰어나든지 그랫죠. 지금의 보컬, 래퍼, 댄서의 포지션 분담은 이 때 이미 존재했다고 봐도 무방)
그러다가 sm에서 2004년에 연습생 중 실력파들만 모아서 내놓은
동방신기가 대박을 치고,
이 때부터 엔터사들이 동방신기를 모방을 하는데
그래서 2007년쯤부터 실력을 갖춘 아이돌들이 쏟아져 나온 걸로
기억합니다.
그러니까 실력과 외모 어느 한 가지를 잃기 싫어하는 심리를
아이돌 침체기 때 솔로댄스가수 때부터 알기 시작했고
이걸 그룹으로 만든 것이 대박을 치면서
지금의 아이돌 형태가 만들어졌다고 보면 됩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이 내수가 작아 외수를 지향하므로
뛰어난 실력이 필요했다고 분석하는데
이거는 다 아시듯이 틀린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복합유연성' 때문이고
이거는 정말 한국인만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 만들어낸
문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리고 지금은 방탄소년단 덕분에 사라졌는데
2017년 방탄이 빌보드 어워즈에 무대 서기전만해도
아이돌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 여론이 있었습니다.
아이돌은 실력주의가 아니니 진짜 실력파 가수보다는
실력이 떨어지므로
대중가요가 다시 실력파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근데 웃긴 건
이 때도 가수들에 대한 외모지적이 끊임없었다는 겁니다.
예를들어 가수 거미도 끊임없이 시달렸다는데
사실 다른 나라라면 알앤비 가수기 때문에 외모지적은 안받을텐데
우리나라는 그런 가수들한테도 외모지적을 했습니다.
이러니 지금의 아이돌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