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시대 양반은 추상적이고 비실용적인 사상에 빠져 국가의 운명을 그르쳤다. 그 이유는 양반들이 주자학이라는 모호한 학문을 그들의 중심 사상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주자학의 고지식한 사상에 빠진 양반들은 덕(德), 효(孝), 의(義)같은 추상적 관념에만 관심을 기울였을 뿐, 국가를 어떻게 다스릴지 생각하려 하지 않았고 기술이나 과학 같은 실용 학문의 중요성을 간과했다. 이런 조선의 양반들은 책을 읽는데에만 시간을 소비했을 뿐이고 실질적으로 사회에 기여한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양반들의 이러한 실수 때문에 한국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근대화에 뒤처졌다. 한국은 서양 과학이 본격적으로 소개된 이후, 즉 일제강점기 이후에야 실질적인 국가 성장을 시작할 수 있었다."
19세기의 부패하고 몰락해가는 양반 계급이 자신의 지배권을 정당화하기 위해 주자학 사상을 이용하고 서양 문명을 배척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볼 때 이야기는 편견에 가득 찬 것으로 큰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더구나 이런 이야기는 일제강점기 때 일본의 학자들이 한국인들과 외국인들을 설득하기 위해 주도면밀하게 짜낸 억지 논리이다. 한국인드이 스스로 근대화를 이루지 못하고 뒤쳐졌기에 일본이 한국을 근대화시켰다는 주장을 담은 것이다.
한국의 서양 기술 도입 시기가 일본보다 한발 늦긴 했지만 그 당시 한국의 교육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그리고 한국 고유의 중요한 전통을 소유하고 있었다. 나는 19세기 일본 지식인에 관해 연구하면서 중요한 사실 한 가지를 깨달았다. 그 당시 일본 지성인들은 한국 지식인들의 높은 수준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일본인이 강점 지배를 위해 조작한 논리가 한국인에게 믿음이 되었고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
-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