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렵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위해 1976년 12월 성결교 서울신학대학 건물에 야간병원을 열었다. 의사들과 대학 의대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주었다. 서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노인은 무료진료를, 일반인에게는 실비만 받았다. 이곳은 1979년 ‘새마음병원’이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1987년까지 이곳을 다녀간 사람은 연인원 430만 명에 이르렀다.아버지는 밤에 가끔 야간무료진료소에 들러서 진료현장을 둘러보셨다. 사람들...
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마음 아파하셨다. 나는 아버지에게 “우리나라도 제대로 된 의료복지제도가 절실히 필요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아버지는 심사숙고 끝에 의료보험제도의 기틀을 확고히 마련한다는 결정을 내리셨다. 국민소득이 1천불도 안 되는 우리 경제 현실에서 너무 이른 것 아니냐는 경제학자 등 여러 사람들의 반대가 많았지만 아버지는 확고한 의지로 추진하셨다. 1976년 드디어 기존의 의료보험법을 전면 개정하고, 1977년 7월 1일을 기하여 5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강제가입 성격의 의료보험제도를 실시하였다.
-박근혜 자서전 『절망은 나를 단련시키고 희망은 나를 움직인다』(2007)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