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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7-31 08:31
[전기/전자] [펌]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 저는 아주 낡은 공돌이입니다.
 글쓴이 : fymm
조회 : 2,666  

전자공학과 74학번으로 4학년 때 구로동에서 일제 카세트를 OEM 생산하던 화신소니(망한지 오랩니다.)로 현장실습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컬러TV가 국내에 풀리기도 전이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후 주욱 생산, 개발업무에 종사하다가 은퇴했습니다. 

딴지에 올라왔던 기사를 흘끔흘끔 읽다가 SLR CLUB 에서 난민 사태가 났을 때 제대로 이주한 딴게이입니다.  박사모가 드글드글한 고등학교 동창 밴드에 제가 올렸던 글을 여기에 전재하고자 합니다.    젊은분 들께 민폐될까 주저되어 게시글을  읽기만 하다가 처음으로 글을 올려봅니다.  소수이지만 밴드에서 격려의 반응 들이 있었거든요.  3줄 요약을 못했습니다. 죄송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며칠전 대학 과 동기동창(전자공학과) 모임이 있었습니다. 대기업체 산업현장에서 임원까지 근무한 경력자 들이 많았던 터라, 일본의 수출규제가 자연스럽게 화제에 올랐습니다. 2년 전에 삼성전자 연구소에서 전무로 퇴직하고 삼성전자에 반도체용 화학물질을 생산 납품하는 솔XXX이라는 회사에 대표로 전직한 친구가 있습니다. 작년 매출이 7천억원 이라고 합니다. 규제 3품목 중 하나인 고순도 불산(HF)이 그 회사 주요 생산납품물자 중의 하나입니다. 현재 생산라인 신증설과 품질 검증이 병행하여 진행중이라고 하며 향후 반도체 생산에서 불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경우는 없을것이라고 단정지어 말했습니다.

시스템개발생산업체 현장에서 근무하셨던 분 들께서는 잘 아실 내용입니다만,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의 조달을 한 업체에만 의존하는 경우(sole vendor라 합니다)는 거의 없습니다. 갑을관계가 뒤바뀔 우려도 있고 납품업체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제품 생산중단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매업체에게는 조달 주 공급업체 외에 국내 또는 해외의 제2, 제3의 부 공급업체 들이 존재합니다. 품질이나 가격은 다 비슷합니다. 생산 capa가 가장 커서 자재를 가장 안정적으로 공급할수 있는 업체가 주업체가 됩니다. 부 공급업체는 구매회사에서 주 공급업체로 만들어 주겠다는 확약이 있지 않으면 생산라인을 증설할 수 없습니다. 대규모 투자해서 생산량을 늘렸는데 사주지 않으면 망하니까요. 제3의 공급처를 발굴하여 생산량을 조금씩 늘려 나가다가 기존의 주업체와 가격경쟁을 벌이는 것이 일반적인 패턴입니다. 그럼 기존의 주공급업체는 가격을 낮춰 방어합니다.

세계화 된 경제구조 하에서 특정국가 만이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시피 합니다. (방위산업제품 정도가 예외인데 그도 팔기위한 경쟁이 존재합니다.)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가장 싸고 안정적으로 공급 받을수 있으며 장기간의 거래를 통해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그 회사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 뿐입니다. 
주 공급업체를 바꾸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원자재의 대규모 대체로 한동안 생산라인의 수율이 떨어지거나 생산원가가 상승하는 악영향이 있습니다. 물론 그때문에 회사가 망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매출이익이 한동안 줄어들 뿐이지요. (그럼 사장도 회장에게 짤릴 위험성이 높아지지요.) 대체제를 해외 타기업으로 부터 공급 받거나 국내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최악의 경우 신규개발하고 생산하여 제조업체 들의 생산라인이 안정을 되찾기까지 한동안은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어려움에 처할 것입니다. 뭐 그거야 버텨내면 됩니다. 오히려 안된 것은 기존 공급업체 들입니다. 다시는 그 업체들이 주 공급업체가 되는 일은 없을테니까요.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의 60퍼센트 정도를 삼성과 SK하이닉스가 점하고 있습니다. 판매제품 중 한분야 매출액의 60% 이상이 날아간다는 뜻입니다. 파산기업도 나올 수 있습니다.

일본의 소재, 설비 수준이 한국으로써는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걱정합니다. 그것은 1980년대 90년대 산업환경에 익숙했던 사람들의 선입견일 뿐입니다. 2019년 현재 한국의 경제, 산업규모는 세계10위권입니다. 막대한 국방비를 부담하면서도 개인당GDP는 현재 일본의 80%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1990년에는 20% 수준이었습니다. 잃어버린 20년 동안 정체의 늪에 빠진 일본에 비해 한국경제와 산업, 기술은 고속성장을 지속해 왔습니다. 그동안 산업현장의 기술자, 엔지니어, 공돌이 들이 자금, 일정, 개발인력이 충분해서 그렇게 고속성장을 이루어 낸것이 아닙니다. 수당도 없이 잔업, 특근, 철야를 밥먹듯하며 연구개발에 매달리다가 과로사 하는 연구원들도 드물지않게 보았습니다. 오죽하면 '공밀레'라는 단어가 다 탄생 했겠습니까. 성덕대왕신종(에밀레종)이 완성되기 위해 어린아이를 쇳물에 넣었듯이, 제대로 탄생한 신제품 하나엔 공돌이 몇명이 갈려들어가 있다는 뜻입니다. 신 개발제품에 첫시동을 걸면 "공밀레~~~" 하는 시그널 뮤직이 먼저 나온다고 합니다. 일본의 규제조치는 그동안 우선순위에서 밀려있었거나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던 분야들에 대해 개발의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 될수도 있겠습니다.

일본의 제조업체들과 함께 일해본 제 경험에 비추어서라도, 일본의 기술 수준을 결코 가볍게 여기지도 낮추어 잡지도 않습니다. 단지, 가난했던 시절의 선입견으로 현재에도 일본에 대한 열등감에 빠져 스스로를 낮추어 잡아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입니다. 혹자는 일본이 한국의 기술발전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말합니다. 일본이 미치지 않고야 거저 도와주지 않습니다. 돈 지불한 만큼 거래한 것 뿐입니다. 한국에서 짤린 엔지니어 들이 중국가서 계약직으로 큰돈 받고 기술이전 해 주는 것과 꼭같은 이야기 였을 뿐입니다. 그래서 일본이 한국에서 낸 흑자가 해방 이후 누계 720조원에 달한다는 통계수치가 있습니다.

책상에서 펜대나 굴리며 무슨 애널리스트니 컬럼니스트니 하는, 산업현장에 대한 기본 이해도 없는 사람들이 일본의 규제조치에 대해 전문가나 된양 각종 미디어에서 떠들며 바람잡는 모습이 꼴사납습니다. 정작 해결사 들인 공돌이 들은 일반적으로 작문이 잘 안되니 (딴것들을 잘해야 하므로) 글로써 의견을 드러내지 못하고 머리박고 열심히 일이나 하고있는 모습이 안쓰럽습니다. 은퇴한 전직 공돌이로서 한동안 뼈빠지게 고생하게 될것이 뻔히 뵈는 우리 후배 공돌이 들에게 바치는 헌사로 이 글을 마무리 합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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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ymm 19-07-31 08:45
   
원글 덧에 주식투자에는 참고하지 마시라고, 기반영됐다고.
쑤신장군 19-07-31 09:29
   
우리나라 공돌이들중 숨은 천재가 진짜 많음
우리 공돌이들 화이팅!!!! ㅠㅠ
서실 19-07-31 10:37
   
귀한 글 잘 읽었습니다.
지평선 19-07-31 13:36
   
공과나왔지마 관련쪽 일하지 않고있습니다
그러나 항상 바라보는 시선은 각종 산업 경제 국가의 기술동향이 얼마나 발전하는지를 먼저 찾고 검색합니다
한순간에 좋아지진 않지만 선배님들 동년배분들 후배님들 모두 관련하시는 분 제대로 대우 받기를 희망합니다
kurun 19-07-31 16:27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며 대한민국의 버팀목이 되신 분들.
마리치 19-07-31 20:39
   
현대 산업국가의 진정한 기둥들입니다.
fymm 19-07-31 20:40
   
80,90년대까지의 한국과  지금의 한국은 정말 많이 다른거 같습니다.
근거없는' 국뽕도 지양해야지만, 모름에서 비롯된 국쫄도 자제해야~ 자기비하는 스스로를 갉아먹죠
punktal 19-07-31 22:18
   
부산 국립대 나와서 it 업종에 종사하셨던 분과 만날일이 있었습니다.중국집 배달일 하시는 분이죠.왜 대학전공을 살리지 않느냐 물어보니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서 그거 따라가기가 벅찼다고 하더군요.그 경쟁에서 살아남은 분들이 현직에서 일하시니 한국경제 발전이 빠른거 같네요.친척형도 삼성에서 일하셨을때 보니 하루 6시간 취침에 계속 자기계발에 매진하던 모습이 생각납니다.한국 엔지니어 분들이 좀 더 나은 대우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fymm 19-07-31 22:44
   
윗분 말씀처럼,, 한국은 변화속도도 빠르고,, 잘나가는 대기업 다녀도 계속 공부해야되고,,  대학생분들은 졸업하면 이제 공부 끝인줄 생각하기도 하시는데,, 회사서도 계속 시험..ㅋㅋ  경쟁도 졸라 빡세고... 근데 역설적이게도, 갈아넣는다  경쟁이 너무 심하다.. 이런 한국사회의 일상이,, 작금의 한국, 발전된 한국, 경제부흥, 세계서 통하는 K-POP, 한류를 만든,, 해외경쟁력의 원동력.. ㅎㅎ 좀 씁쓸하기도 --
frogdog 19-08-01 00:37
   
좋은글입니다

현직에 있는 엔지니어들 말이 맞겠지요

20-30년전부터 신문에 사설이나 논평에선는 일본의 소재 부품 열처리기술을 빨리 국산화 해야한다고 그렇게

떠들었지만 대기업들은 요지부동 일본업체만 거래 하다 보니 바로 이런꼴을 당하는게 아닌가 싶네요

그때 부터 차근차근 국내중소기업과 상생도 해가면서 일제부품도 받으면서 이원화 해왔다면 충격은 작았겠지만

너무 몰빵하다보니깐 그동안 국산제품의 성능검사도 안했을뿐더러 아예 제외를 시켜왔으무로 공정에

차질이 있을까봐 대기업에서는 난리인양 지랄떠는걸로 보입니다

자업자득이죠 애플과 같은 다원화로 해야할걸 일본이란 나라를 믿고 따라서 결국 이모양 이꼴이 된겁니다

또 이런 큰일엔 국민들이 힘을 보태주네요 사고는 누가 치고 수습은 국민들이 하고

옜날 IMF때도 사고는 정부가 치고 수습은 국민들이 하고 이런 어리석은 짓은 반복하지 말아야 겠습니다

세계적인 기업이 몇군대 되는데도 아직도 낡은 사고 방식으로 자재를 조달하는걸 보면서 우리사회가

학연 지연 밲줄이 아직까지도 크게 좌우한다는걸 알게 되네요
멀리뛰기 21-01-02 17:22
   
[전기/전자] [펌]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 저는 아주 낡은 공돌이입니다. 좋은글~
멀리뛰기 21-01-12 07:50
   
[전기/전자] [펌]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해 - 저는 아주 낡은 공돌이입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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