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사회나 역사가 발전하느냐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는 것 같고... 단지 서구적 관점에서 보면 역사 든 사회든 발전한다고 보는 듯 함... 하지만 전통적인 동양관점에서는 역사나 사회가 시간 흐름에 따라 발전한다고 본 것은 아님
중국이나 우리 나라에서 중국의 요순시대를 말할 때 역사나 사회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발전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퇴행했다고 볼 정도...어쨌든 동양에서는 역사나 사회는 발전한다는 개념이 없었음. 있다고 해도 기술적인 영역에서나 발전을 얘기하는 것이지 사회나 역사에 적용하여 발전한다는 개념은 거의 없다고 할 정도...있다고 하더라도 그건 주류에서 벗어난 개인적 관점
역사나 사회가 발전한다는 개념은 서양에서도 사실 마찬가지... 서양도 역사가 발전하다고 보지는 않았음. 서양에서도 발전적 관점을 제일 먼저 정립한게 막스...그 이론이 바론 변증법적유물사관
어쩌면 시대를 구분한 것도 막스가 거의 처음...원시시대에서 고대사회, 중세사회, 근대 및 현대까지 역사를 구분하고 역사 흐름이 앞 시대와 뒷 시대를 정반합적 즉, 변증법적으로 발전한다고 보았고...그 동인(動因; drive?)을 경제적 관점에서 본 것임
그래서 고대사회를 노예제, 중세시대를 봉건제, 근대에 자본주의, 자본주의 이후 미래에 공산주의를 얘기한 것이며...이러한 발전에 있어 변증법적 관점을 보면 자본가 중심의 자본주의 다음에 무산계급의 공산주의가 등장하고 그 과도기에 사회주의가 올 것이라고 보았던 것임. 그리고 이는 관점을 넘어 하나의 이념이 될 정도인데...발전은 좋은거고 그 발전의 동인을 경제적 이해관계자의 충돌로 파악한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사실 위험한 시각이었던 것임.
어쨌든 좌파 들이 신봉한 막스의 이러한 관점은 경제 내지 생산수단의 변화가 역사발전의 동인으로 본 것임. 그래서 생산수단을 중심으로 본 경제가 하부구조(인프라; infrastructure)이고 이 인프라의 변화가 법이나 정치, 문화 등의 상부구조(suprastructure)를 변화시킨다고 본 것이고, 이는 서구식 학문의 기본 패러다임이 된 것.... 이는 서구의 경우 소위 좌파, 우파 상관없이 공통
변증법적 유물사관은 다른 버전도 많지만 어쨌든 서양 역사를 기술하는 기본 구조가 되었고, 특히 경제사는 막스 식 시대구분이 그대로 인용되고 있는거임
이를 반박하기 위하여 냉전시대 때 로스토우(Rostow)라는 사람이 반공산당선언 등의 저서를 통해 경제발전5단계설을 제시하였는데, 이것은 바로 막스식 변증법 유물사관을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음
어쨌든 역사나 사회의 발전이 있냐 없냐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데, 만약 발전이란게 있다면 단순히 시대나 사회를 구분하는 것보다는 변화하는 동인을 파악하여야 하는 것임
우리 역사에 적용할 때도 마찬가지. 그냥 왕조를 구분한다고 했을 때 다음에 오는 왕조가 앞의 왕조보다 발전한 것은 아니기 때문. 경제적인 것을 빼면 실제 역사 든 사회든 발전을 얘기하기 어려움. 그냥 앞 시대와 뒷 시대가 다른 것이지 뒷 시대가 앞 시대 보다 발전하였다고 볼 수 없기 때문. 그것이 다원주의적 관점과도 맞음. 그래서 문화나 정치에 있어 선진이니 후진이니 하는 것이 맞지 않는 것임. 다 나름의 환경에서 적합한 것을 찾아 사회문화적 그리고 정치적 제도가 만들어지는 것인데, 이를 자기 기준으로 앞섰다 뒤쳐졌다고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음
정치적으로도 마찬가지...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정치체제를 보면...민주정, 공화정, 과두정, 독재정, 제정의 흐름을 보이는데...오히려 역사가 지나면서 정치체제는 더 악화됨. 특히 민주주의가 가장 발전된 형태라고 하는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오히려 고대는 그 반대
우리 나라 역사에 있어서도 발전 개념을 접목하여 설명하기는 쉽지 않음. 이 병도의 제자이고 강단사학계니 뭐니 하며 때로 욕을 얻어 먹었던 이 기백 교수의 한국사신론(아마 우리 나라 역사서 중 처음으로 영어로 번역된 것)을 보면 발전 개념이 아니라 지배계층의 변화를 그 기저에 깔고 있음. 즉, 우리 역사에서 지배계층은 그 숫자 계속 줄어들어가다가 고려시대 때 정점을 찍고 그 이후는 다시 늘어난다는 것임.
원시부족사회가 군장 내지 성읍국가가 되고 그후 신라의 육두품, 고려의 귀족, 조선의 사대부 등 중심세력은 넓어졌다가 고려시대까지 줄어들어 다시 조선시대 사대부로 넘어오면서 넓어졌다고 보는데 이 때 이기백 교수의 관점은 현대는 사대부 보다 더 많은 민중의 시대로 넘어간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깔고 있었음.
즉, 역사나 사회가 발전하냐 아니냐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의도임. 기술적으로는 발전할 수 있지만 역사나 문화, 사회는 꼭 발전하는게 아니기 때문. 그런 점에서 사회발전단계론은 정치적 지향점을 깔고 얘기하는 것이지 중립적인 것은 아님.
사실 역사가 발전하든 안 하든...무슨 의미가 있음? 발전이란게 꼭 좋은 것도 아니고, 설사 좋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그 댓가가 뒤따르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