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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20-04-04 18:23
[북한] (하얼빈 특종) 조선족 이민 여사의 증언. 02편..
 글쓴이 : 돌통
조회 : 610  

14년 만의 再會 


 
 
  그후 나는 중국을 수십 번 들락거리면서 중국의 한인 인사들을 무수히 만났다. 그 중에서도 敏(이민)이라는 여인을 잊을 수 없다. 1985년 여름 하얼빈 국제호텔 로비에서 그때 동행했던 작은 형님 玄鳳學(현봉학) 박사와 함께 만난 분이다. 

 

黑龍江省(흑룡강성) 省長(성장) 부인으로서 흑룡강성 정치협상회의 부주석과 소수민족위원회 주임을 맡아 활동이 많은 (이)여사가 바쁜 시간을 내서 형님과 나를 호텔까지 직접 찾아와 준 것은 여간 영광이 아니었다. 


 
 
『먼 길 찾아오시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서툰 한국말로 간신히 인사말을 건네고 나서 그 다음부터는 함께 온 조선족 직원에게 통역을 부탁했다. 그때 우리는 항일투쟁과 우리나라 독립운동 얘기를 나누면서도 그분은 자신이 젊었을 때 만주와 시베리아 일대에서 게릴라 전투원으로 활동한 사실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全(전) 세계 해외동포들이 분단된 조국의 통일을 위하여 함께 뭉치자고 역설했던 기억이 난다. 흰 블라우스와 검은 스커트 차림이지만 어딘가 고상한 매력이 풍기는 51세 된 중년 여인에게서 그 가슴에 간직한 열렬한 애국심으로 불타오르는 강인한 決意(결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 感動(감동)으로 말미암아 그분은 내 생애를 통해 결코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이 되고 말았다. 언젠가 꼭 다시 한번 만나고 싶었다. 


 
  그런데 드디어 기회가 왔다. 1999년 10월 중순 서울에서 열린 세계 NGO 대회에 흑룡강성 소수민족 誼會(연의회) 명예회장 자격으로 그분이 참석한다는 것이다. 그 말을 듣고 나도 서울로 달려왔다.
 

 

형님 玄鳳學(현봉학) 박사는 그분을 위해 한국 음식으로 저녁을 대접하였다. 敏(이민) 여사는 하얼빈에서 우리가 서로 만난 지 14년 만의 再會(재회)를 몹시 반가워했다. 그날 저녁 흑룡강성 역사연구소 소장을 지낸 중년의 조선족 학자 金宇鍾(김우종) 교수가 완벽한 한국말로 그분의 통역을 맡아주었다. 


 
  우리는 서로 명함을 주고받았다. 金교수는 내 명함의 玄雄(현웅)이라는 한국 이름을 보더니 다시 묻는다.
 
  『몇 해 전에 베이징의 紅旗出版社(홍기 출판사)에서 나온 박정희 傳記(전기)를 쓰신 玄(현)선생 아니십니까?』
 
  내가 그렇다고 하니까 반색을 한다.
 


 
  『뜻밖에 만나 뵈니 반갑군요! 그 책이 나왔을 때 베이징 출판사에서 한 권 보내 주어서 잘 읽었습니다. 그 책을 읽고 인간 박정희를 이해하는 데 귀중한 통찰력을 키울 수 있었습니다. 후일에 제가 敏(이민) 여사를 모시고 평양을 방문했을 때 그 번역 원고의 복사본을 金正日(김정일)에게 주었지요. 아마 金正日(김정일)이 그 책을 통해서 朴(박)대통령의 새마을 운동과 경제발전 업적을 알게 되었을 거예요』
 
 
 
『朴正熙(박정희)는 한국의 秦始皇(진시왕)』
 

 
  이런 뉴스를 듣고 나도 깜짝 놀랐다. 그 자리에서 나는 홍기 출판사가 내놓은 중국어판 박정희 전기는 지금도 쓰고 있는 박정희 전기의 槪要(개요)에 불과하고 아직 脫稿(탈고)가 안 끝난 상태임을 밝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책은 故(고) 先念(이선념) 전 국가주석의 사위 亞洲(유아주)가 1988년 서울올림픽 직전 서울에서 열린 세계 PEN 대회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내 영문 개요를 읽고 당시 중국 공산당 간부, 정부 관리, 학자와 일반 독자들에게 읽히는 게 좋겠다고 하여 나오게 된 배경까지 털어놓았다. 亞洲 자신은 朴正熙의 뛰어난 업적에 감동한 나머지 그 책 서문에 朴대통령을 『한국의 秦始皇(진시황)』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자 金교수는 한마디 더 보탠다.
 
  『중국에서 홍기 출판사에서 책이 나온다는 것은 대단한 권위입니다. 이 출판사는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직속이기 때문에 보통 중요한 책이 아니면 절대로 취급 하지 않습니다. 축하합니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잠시 머뭇거리고 나서야 겨우 『過讚(과찬)의 말씀』이라고 인사를 차릴 수 있었다.
 
  저녁이 깊어 가면서 소주잔이 몇 순배 돌자 하얼빈 손님들은 醉興(취흥)이 무르익었다. 敏 여사는 일어서더니 愛唱曲(애창곡) 抗日 鬪爭歌(항일 투쟁가) 「어머님 울지 마세요」를 부른다. 그 옛날 젊고 용감한 항일투사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의 부모 형제들은 모두 만주에서 식민지 조국의 해방을 위해 투쟁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이춘만 작사, 작곡의 「어머님 울지 마세요」의 가사는 원래 중국어로 된 것인데 여사가 번역한 한국어 가사는 다음과 같다.
 
  『엄마 엄마 어머님은 왜 우십니까/ 어머니가 우시면 나도 울고 싶어요/엄마 품에 안기어서 나도 울고 싶어요.
 
  네 아버지 떠나신 후 오늘날까지/ 한번도 못 뵈옵고 해와 달이 바뀌어/ 어언간 삼년 세월이 흘러 가고나.
 
  네 아버지 떠나신 후 오늘날까지/ 밤마다 정성 들여 기도 드려왔지만/기도해도 허망한 일 쓸데가 없고나.
 
  엄마 엄마 아버지는 왜 안 오셔요/ 아들아 수동아 네 아버지는/ 전선으로 왜놈들과 싸우러 가셨다.
 
  어머님 어머님 울지 마세요/ 어머님 어머님 울지 마세요/ 어머니가 우시면 나도 울고 싶어요』
 
  여사는 청아하고 앳된 목소리로 그 노래를 부르면서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눈물이 날 정도로 깊은 감정을 억지로 참아야 했다.
 
  『우리가 만주 벌판에서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릴 때 그런 노래를 부르면서 사기를 올렸습니다』
 
  여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나는 잔 다르크를 떠올렸다. 꿈과 용기와 자신을 던진 애국심으로 프랑스 역사의 자랑스럽고 전설적인 한 章(장)을 기록한 人像(여인상) 말이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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