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창 꽃이 피어나는 계절인데 이를 시기하듯 때 아닌 꽃샘바람에 몸이 절로 움추러든다.
꽃샘바람은 달리 잎샘바람, 소소리바람 등으로 불린다.
그러고 보니 바람의 종류도 참 많다.
봄에 불어 오는 춘풍(春風)은 달리 동풍(東風)이라 한다.
봄바람이 해 뜨는 방향인 동쪽에서 부터 불어온다고 생각했으리라.
반대로 서풍(西風)은 달리 추풍(秋風)이라 부른다.
서쪽은 해가 지는 방향이니 낙옆이 지는 것과 연관시켰으리라.
그래서 한시(漢詩)에서는 동풍을 봄바람, 서풍을 가을바람으로 해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남풍(南風)은 하풍(夏風), 북풍(北風)은 동풍(冬風)이라 한다.
이로 보아 사계절에 부는 바람을 방위에 맞추어 임의로 등치시켰음을 알수 있다.
조선시대 이삼환(李森煥) 선생이 지은 백가의(百家衣)에는 8가지 종류의 바람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팔풍(八風)은 간방(艮方, 동북쪽)에서 입춘에 부는 조풍(條風), 진방(震方, 동쪽)에서 춘분에 부는 명서풍(明庶風), 손방(巽方, 동남쪽)에서 입하에 부는 청명풍(淸明風), 이방(離方, 남쪽)에서 하지에 부는 경풍(景風), 곤방(坤方, 서남쪽)에서 입추에 부는 양풍(凉風), 태방(兌方, 서쪽)에서 추분에 부는 창합풍(閶闔風), 건방(乾方, 서북쪽)에서 입동에 부는 부주풍(不周風), 감방(坎方, 북쪽)에서 동지에 부는 광막풍(廣莫風)이다.
이는 바람의 종류를 팔괘(八卦)와 24절기에 맞추어 이름 붙였음을 알수 있다.
그렇다면 계절별로 불어오는 바람은 전부 방위와 관련 있다는 것을 알수 있을 것이다.
순 우리말로는 동풍(東風)을 샛바람, 서풍(西風)을 하늬바람, 남풍(南風)을 마파람, 북풍(北風)을 높바람이라 한다.
또한 북동풍(北東風)은 높새바람이라 한다.
그럼 동(東), 서(西), 남(南), 북(北)은 각기 새, 하늬, 마, 높으로 해석할수 있을 것이다.
1920년 4월 1일자 동아일보 기사 동아해(東亞解)에는 "성호사설 등 고서에 증(證)할 것도 없이 이제에도 서북(西北)을 하노, 동남(東南)을 시마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동(東)이 곧 시 됨이 확실하니 동아(東亞)를 시아라고 할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를 근거로 동, 서, 남, 북을 풀어보면 각각 시, 하, 마, 노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채호 선생은 조선사연구(초)에서 서(西)를 하가 아니라 한이라고 한다.
또한 서풍을 평안도에서는 하눌바람, 경상도에서는 하늘바람이라 하니 서쪽이 하늘의 뜻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중국이 서풍을 천풍(天風)이라 부르는 영향을 받은 것으로 여겨진다.
이익(李溺)의 성호사설(星湖僿說)에는 동풍은 사(沙), 남풍은 마(麻), 서풍은 한의(寒意), 북풍은 고(高) 또는 후(後)로 나온다.
이를 종합하여 풀어보면 동(東)은 새, 서(西)는 한, 남(南)은 마(麻), 북(北)은 높으로 불렀음을 알아낼수 있다.
동(東), 서(西), 남(南), 북(北)은 무슨 이유로 그 글자를 방위에 붙였는지 알수 있는 기록이 없다.
그래서 후학들이 자기들 임의로 이를 해석하고 가르쳐온 내용대로 지금에 이르고 있다.
거짓말도 백 번하면 사실이 된다는 일본 속담이 불현듯 떠오르기도 한다.
동(東)은 동해 바다속 부상(扶桑)나무에 해가 떠오르는 모양을 받은 글자라고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동(東)의 갑골문을 보면 쌀자루를 아래, 위로 묶은 모습으로 나타난다.
동(東)의 갑골문은 아래 Chinese Etymology 사이트에서 확인이 가능하다.
수색자원(搜索字源)란에 東을 넣고 검색을 하면 갑골문이나 금문을 확인할수 있으며 다른 글자 역시 동일한 방법으로 볼수 있다. ( https://hanziyuan.net/#wechat )
동이(東夷)를 동쪽에 사는 오랑캐라고 가르치는 데 이(夷)의 갑골문이나 금문을 보면 무릎을 구부리고 지도자를 받드는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나는 데, 이는 본디 지도자를 따르는 무리를 의미하는 글자이다.
그런데 한족들이 이(夷)를 오랑캐의 뜻으로 바꿔버리자 무리를 의미하는 이(侇)을 따로 만들어 내게 된다.
이로 보아 동이(東夷)의 원 뜻은 쌀푸대를 져서 옮기는 사람들이라고 해석할수 있을 것이다.
그럼 동쪽이라는 방향이 생겨나기 이전에 이미 동이라는 말이 먼저 있었음을 알수 있을 것이다.
동쪽에 살고 있었기에 동이라고 부른 것이 아니라 동이(東夷)가 살고 있었기에 동(東)이라는 방향이 생겨났다고 인식하는 것이 바르다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