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뮤니티
스포츠
토론장


HOME > 커뮤니티 > 동아시아 게시판
 
작성일 : 18-07-14 11:15
[한국사] 백제 건국 과정의 재구성 2
 글쓴이 : 지수신
조회 : 1,102  

(앞 글에서 이어집니다) 


온조의 독립은 비류와의 견해 차이보다도, 군주가 되고자 하는 온조 본인의 야심과, 더 큰 권력을 원하는 추종자들의 압력이 근본적인 이유였을 것이다. 미추홀에서 비류의 그늘 아래 남아있어서는 결국 답답하고 우울한 잉여가 될 뿐이다. 그래서는 기껏 자신을 따라 수천리 길을 온 열 명의 신하를 비롯한 부하들에게 충성에 대한 보상을 할 수 없을 것이다.

비류 또한 그러한 사정을 모르지 않았으므로 독립을 허가하였을 것이다. 좁은 미추홀 땅에서 주도권을 다투며 아웅다웅하는 것보다는 각자가 원하는 대로 각각의 나라를 경영하는 편이 여러모로 이로운 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한 마한의 기존 소국들보다는 자신과의 친연성이 높은 온조의 세력이 스스로 밖으로 나아가 힘을 기르며 북쪽과 동쪽으로부터의 침략을 방어해 준다면, 비류가 가진 계획에도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러므로 비류는 아마도 단순한 승인을 넘어서, 적극적으로 온조의 독립을 지원하였을 것이다. 아버지 다른 동생에 대한 눈물나는 형제애 때문이 아니라,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온조는 결국 비류로부터 독립하여 스스로 왕위에 올랐다. 그리고 온조는 무모한 위인은 아니었다. ‘열 명의 신하로 지칭되는 온조의 세력은 百家로 지칭되는 비류의 세력에 비해 미약하였고, 비류 외에는 의지할 만한 세력도 없었다. 온조왕은 이 낯선 異域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형제가 단결해야 함을 잘 알고 있었다. 즉 온조 입장에서도 비류는 이용 가치가 있었다. 그래서 온조왕은 비류왕에 대하여 外臣을 칭하고 미추홀의 나라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였다. 그래서 국호 또한 작은 백제, 백제의 蕃國이라는 의미를 담아 十濟라 하였다. 물론 끝까지 자신을 따라와 준 열 명의 신하와 그 종족들의 의리를 기리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렇게 하여 고구려 출신의 야심만만한 두 이민자 청년이, 멀리 남녘 마한의 영역에서 나란히 나라를 세웠다. 소서노의 두 아들, 同母형제가 세운 형제국, 百濟十濟.

마한 속에 녹아들어 인심을 얻고 마한을 병탄하려는 비류의 계획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한수(漢水)이남의 평야에 제2의 고구려를 건설하려는 온조의 꿈은 실현될 수 있을까?

우리는 백제라는 나라가 서기 7세기 중엽까지 존속했음을 알고 있다.

그것은 비류와 온조 둘 중에 적어도 하나는 성공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성공한 사람은, 그리고 최후의 승자는, 비류였을까? 온조였을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이 당연히, 성공한 사람도 최후의 승자도 온조라고 답할 것이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의 시조가 온조왕이기 때문이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비류는 얼마 못 가서 망했다고 쓰여 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 백제본기에 비류가 세운 나라는 건국서문 이후로는 더 이상 등장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가 삼국사기 한 번이라도 읽어봤다면 어떻게 이런 기초적인 사항을 질문이랍시고 던질 수 있느냐고 되물을 것이다.

 

그런데 앞의 고찰을 토대로, 각각의 경우에 한 가지 역사상을 추측하여 그려볼 수 있다.

만약 주몽의 아들인 온조의 꿈과 의지를 계승한 자들이 훗날 백제의 왕위를 차지했다면, 그들은 아마도 대대로 고구려 시조 주몽=東明王에게 제사지냈을 것이다. 그로써 자신들이 東明王정통후계자임을 자처하면서, 유리왕 이하로 역대 고구려의 왕들은 모두 찬탈자에 불과함을 드러내려 하였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또 생각해보면, 만약 優台=仇台의 아들인 비류가 자신의 계획을 달성하여 그의 후계자들이 훗날 백제의 왕위를 차지했다면, 그들은 優台=仇台의 후예로 불리웠을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고구려 시조 東明王에게 제사지내는 일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아는 역사에서는 어떻게 나타났던가?

 

(끝)


긴 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출처 : 해외 네티즌 반응 - 가생이닷컴https://www.gasengi.com




가생이닷컴 운영원칙
알림:공격적인 댓글이나 욕설, 인종차별적인 글, 무분별한 특정국가 비난글등 절대 삼가 바랍니다.
감방친구 18-07-14 11:54
   
긴 글 잘 읽었습니다
글을 참 잘 쓰세요
이런 글을 쓰는 데까지 얼마나 긴 시간 집중과 사색과 추론을 경주하셨는지 가늠이 갑니다
이 긴 연재글은 저를 비롯한 동료 및 후배 탐문자들에게 백제사를 연하고 구하고 론하고 설함에 있어서 훌륭한 교재가 되리라 봅니다
블러드베인 18-07-14 12:30
   
너무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도 부탁 드립니다^^;;
지수신 18-07-15 12:51
   
격려에 감사드립니다.
 
 
Total 20,001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공지] 게시물 제목에 성적,욕설등 기재하지 마세요. (11) 가생이 08-20 87848
1884 [한국사] 구루메(久留米)는 압록강(鴨淥江)과 어원이 같다. (3) 보리스진 12-27 1104
1883 [한국사] 과거를 용서하되 잊지는 맙시다.. (4) dtan 01-30 1104
1882 [일본] 그냥 잡설입니다. 환빠식민빠 09-30 1103
1881 [세계사] 초기 기독교와 이집트 종교에 관한 자료 옐로우황 07-15 1103
1880 [한국사] 정안국과 올야국의 상관성과 위치 비정 (1) 고이왕 09-12 1103
1879 [한국사] 한원 동이전의 안시성 언급 기사 (8) 감방친구 04-21 1103
1878 [한국사] 백제 건국 과정의 재구성 2 (3) 지수신 07-14 1103
1877 [북한] 北북 최신 스마트폰 ‘평양 2426·2428’, 예멘 회사서 … 돌통 04-10 1103
1876 [기타] 한국 국가의 역사 관심병자 06-13 1103
1875 [한국사] 조선의 조공관계의 진실 (1) 핑골 08-23 1102
1874 [한국사] . (8) 흥무대왕a 08-15 1102
1873 [한국사] 네이처(NATURE) - 요하문명은 한국인과 어떤 관계가 있… (3) 아비바스 09-21 1102
1872 [한국사] 늘 반복되는 일 (5) 감방친구 02-11 1101
1871 [한국사] 양평은 지금의 요양이 아니다 (31) 독산 03-10 1101
1870 [기타] 당제국의 군대 (2) 응룡 04-16 1101
1869 [한국사] 난제 하나만 요청 받음 (14) Player 08-28 1101
1868 [기타] 환빠의기준이 모임? (20) 스파게티 06-03 1100
1867 [한국사] 사학과를 가야 하는가 (3) 감방친구 06-11 1100
1866 [세계사] 환단고기.일본서기.개독 성경. 중국사 (3) Korisent 04-03 1100
1865 [한국사] 한일 고대사에 대해 알고 싶습니다. (2) 밑져야본전 05-05 1100
1864 [한국사] 왜계백제관료 인명 (3) 호랭이해 07-17 1100
1863 [기타] 말갈족 관심병자 07-18 1100
1862 [북한] 왜 우리는 아직도 냉전시대를 못 벗어나는가....... (2) 코스모르 06-28 1099
1861 [한국사] 한국이 일본보다 근대화 사회인 이유(켄델의 계량적 … (1) history2 03-01 1099
1860 [한국사] 가탐도리기의 진왕석교는 현 잉커우 다스차오 (12) 감방친구 03-29 1099
1859 [중국] 시진핑 들어 꽃피우는 찬란한 중국 문화 인정해주자.… (2) artn 11-13 1099
1858 [한국사] 송나라 고지도에 나타난 고려 서북계 (1) 하이시윤 02-19 1099
 <  671  672  673  674  675  676  677  678  679  6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