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서 미리암에 대한 설명을 하면서
모세가 쿠시(성경에선 구스란 발음으로 번역) 여자를 후처로 들인 것에
반발하던 사건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쿠시는 현재의 에티오피아를 가리키며
이 당시 시나이 반도를 떠돌던 모세에게는
가나안보다 훨씬 더 먼 나라의 여자를 무슨 수로 데려와 후처로 삼았는지
의문이 들게 하던 사건이었습니다.
쿠시 여자를 데려와 결혼하는 것보다 가나안으로 바로 진격하는 게
거리 상으로도 훨씬 가깝고 쉬운 일이니까요.
그 가까운 가나안으로도 바로 진격 안했는데
그보다 더 먼 쿠시 여자랑 결혼을 해?
모세가 쿠시 여자랑 결혼하는 것에 대한 세 가지 해석이 있습니다.
첫번째, 쿠시는 발음이 똑같은 두 지역이 있다는 것입니다.
에티오피아를 뜻하는 쿠시 말고 시나이 반도의 어느 지역이 쿠시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모세의 아내 십보라가 쿠시 여자라는 것입니다.
십보라는 미디안 사람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미디안은 아카바만 동부 해안 지역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구약의 쿠시는 에티오피아를 뜻하는 게 아니고
아카바만 동부 해안의 어느 지역을 일컫는 지명이라는 것입니다.
이 해석은 아마득한 엄청난 거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긴 합니다.
무엇보다, 모세랑 결혼 이후
쿠시 여자에 대한 일체의 후속 기록이 없는 것으로 보아,
쿠시 여자가 십보라를 뜻하는 거라면 납득이 되는 해석이기도 합니다.
다만 이건, 에티오피아 말고 다른 지역이 쿠시라고 불린
고고학적 증거가 없습니다.
두번째, 엑소더스를 감행한 히브리 집단에
애초 쿠시인이 섞여 있다는 가정입니다.
예전에도 제가 언급했지만
엑소더스를 감행한 히브리 집단은 단일민족이 아니었습니다.
출애굽기 12장 38절의 기록처럼 그들이 다민족이라면
그중에 쿠시인이 섞여있다 한들 이상할 게 없겠죠.
다만 이건, 쿠시인들이 고향도 아닌 낯설고 황량한 시나이 반도로
따라갈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게 걸립니다.
세번째, 이건 저의 추측인데
모세가 쿠시인과 결혼한 건 동맹결혼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고대에는 나라 간의 동맹을 맺기 위해 결혼이란 형식을 취했으니
모세가 쿠시 여자랑 결혼한 게, 단순한 연애 감정이나 욕정이 아닌,
쿠시 왕국과의 동맹을 체결하기 위해
쿠시 여자랑 결혼한 거라 추측합니다.
솔로몬 왕도 근처 국가 간의 동맹을 위해 수많은 여자랑 결혼한 건
다들 아는 사실일 겁니다.
전에 제가 누누이 강조한 것 중 하나가,
모세가 종교 집단을 이끈 교주가 아닌,
몽고 같은 유목민족 국가의 지도자라는 점입니다.
국가의 지도자라면 나라 간의 동맹을 위해 결혼동맹을 맺는 건 당연합니다.
그럼 모세가 왜 쿠시랑 결혼동맹을 맺으려 했는가 하는 점이 중요하겠죠.
북이집트의 힉소스가 남이집트의 맹렬한 공격을 당하자
힉소스는 몰래 사신을 파견해 이집트 남부의 누비아랑 동맹을 맺으려 했습니다.
파라오 카모세가 남부 이집트의 수도 테베를 비우고 북진했으니
누비아가 테베를 공격해서 힉소스의 숨통을 살려주면 반드시 보답하겠다,
그런 내용의 서신을 들고 누비아로 향하던 힉소스의 사신은
불행하게도 남부 이집트의 철통같은 경계에 걸려 들어,
힉소스와 누비아의 동맹은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힉소스의 서신을 가로챈 카모세는 뒤가 걱정되어
힉소스랑 정전 협정을 맺은 뒤 철수하여,
이젠 군대를 남쪽으로 돌려 누비아의 주요 거점을 공격하고
누비아랑 평화협정을 맺은 후 다시 북진해서 힉소스를 포위한 적이 있습니다.
시나이의 모세 입장에서는,
카모세의 동생 아모세가 이집트 전역을 통일해,
그 세력이나 군사력이 막강하니 당근 이집트 인근 국가와 동맹을 맺고
통일 이집트에 대비하려고 했던 거 같습니다.
쿠시는 누비아의 오른쪽에 위치한 국가니까,
시나이 입장에서는 바다만 건너면 쿠시랑 연결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
또한 요세푸스의 유대고대사를 보면
성경에는 기록되어 있지 않은 새로운 사실이 발견되는데
모세가 이집트에 있었을 당시 군대 장군으로서
남벌 작전에 참가하는데
이때 쿠시의 공주 다르비스와 결혼동맹을 맺은 일화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만 다르비스라는 이름은 그리스화된 이름이라
이게 진짜 쿠시 공주의 이름인지는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이집트 전역을 통일한 아모세는
예전에 언급했던 마가라 구리 광산에 군대를 보내 재확보했는데,
시나이의 모세 입장에서는 이게 무지 겁나는 상황이었을 겁니다.
보물 같은 구리 광산도 뺏겼고
아모세의 군대가 시나이에 진입한 자체가 두려웠을 테니
이집트 인근 국가와 동맹을 맺는 건 당연했겠죠.
독자들 입장에서는 아모세의 군대가
힉소스 잔당인 시나이의 히브리 집단을 왜 공격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겠지만 이건 역사적으로 해결이 됩니다.
아모세가 장수하지 못했거든요.
아모세의 아들 아멘호텝은 어린 소년이라
아모세의 아내 네페르타리가 섭정으로 이집트를 다스렸는데
대외적으로 강한 군사력을 과시하기보다는 내정을 다지는데 주력했거든요.
자, 모세가 쿠시 여자랑 결혼한 건,
시나이의 유목집단 히브리의 지도자 모세 입장에서는
통일 이집트의 강성한 군대와 맞서기 위해
쿠시랑 동맹을 맺은 것이며, 그 쿠시 여자는 평범한 일반인이 아닌,
공주나 그에 맞먹는 높은 신분의 여자일 것으로 추측되며,
성경에 이런 내용이 안나오는 건,
애초 성경이 시나이의 모든 사건을 축소했기에,
이런 사건을 추측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작성일 : 21-07-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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