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나 찬성하시는 측의 논리는 북한의 위협에 대한 자위적 방어조치이지 중러와 같은 주변국을 상대로한 것이 아니라고 이야기를 합니다. 저는 이 논리 자체는 순전히 우리의 입장에서는 크게 무리가 없다고 봅니다. 충분히 이런 주장이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이런 이유때문에 개인적으로 사드배치에 대한 확실한 결론을 내리고 있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좀 생각해봐야 할 역사가 있습니다.그것은 동학농민운동과 청일전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인데 동학농민군을 조정에서 진압하지 못하고 점점 그 세력이 커지자 결국은 청나라에 도움을 요청합니다. 이미 임오군란이나 갑신정변을 거치면서 청과 일본사이의 한반도를 둘러싸고 팽팽한 긴장감이 놓여 있던 상황에서 청나라를 끌어들인 이 결정으로 말미암아 텐진조약으로 인해 한반도에 상륙할 수 있었던 일본군은 무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조선의 내정에 개입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동학농민군을 학살하고 이어지는 청일전쟁을 통해 청나라는 조선에서의 영향력을 상실하고 일본이 본격적으로 그 자리를 두고 러시아와 대립하게 됩니다.
분명 청이라는 외세를 끌어들인 조선 조정의 결정은 분명 국내 필요에 의한 자위적 조치입니다. 문제는 주변국가는 그걸 단순히 조선이라는 나라의 자위적 조치 하나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때와 지금은 많은 부분 다르고 미국과 중국이 상호간에 한반도와 관련된 어떠한 암묵적인 약속이나 명시적인 협정이나 조약같은 것이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자위적 방어조치라 하는 사드자체는 우리의 자산이 아니라 미군의 자산이고 미군이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외세라는 것입니다. 물론 그것도 우리 내부입장에서는 타당한 조치입니다만 미중 거기에 러시아까지 동아시아를 둘러싼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렇게 외세를 끌여들이는 방식의 자위적 방어조치는 중국이나 러시아 입장에서는 단지 한국 하나의 자위적 방어조치쯤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외세를 끌여들이면 주변의 다른 외세도 잠자코 보고만 있지는 않는다는 것이죠.
만약 북한이 자국의 자위적 방어조치라는 이름으로 중국이나 러시아를 끌어들인다든지 중국군이나 러시아군이 북한지역에서 직접 관리하는 무기체계를 도입해서 북한군의 전력을 증강시킨다고 해보죠. 한국정부나 미국입장에서는 어떤 식으로 바라볼까요? 이미 미군이 존재한다고요? 그건 이미 반세기 이전부터 만들어지고 확정된 것입니다. 주일미군처럼요. 한국과 미국, 일본과 미국은 어차피 군사동맹 관계고 오래전부터 이미 미군이 진주해온 상황입니다. 지금와서 그걸 가지고 태클을 걸기엔 이미 늦었죠.
하지만 현재 수준을 넘어 미국이 동아시아 국가에 자신이 구상하는 MD체계를 한국이나 일본에서 보다 구체화 할 경우엔 중국이나 러시아 입장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의 군사적인 위협수준으로 생각하지 않고 미국의 군사적인 위협으로 바라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시각은 제가 봐도 맞습니다. 그래서 한국 자체의 미사일 체계를 구축하는 것과 미국의 미사일 체계를 도입하는 것은 똑같은 자위적 방어조치라고 하더라도 완전히 해석이 다르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단순히 우리의 자위적 방어조치쯤으로만 보는데 우리의 이러한 순진한 사고와 관계없이 사드를 도입하는 순간 우린 자연히 미국의 MD체계망에 편입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적어도 중국과 러시아는 그렇게 볼수밖에 없습니다. 그게 이해가 안가면 우리와 같은 상황을 북한에 대입을 해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