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충 - 문화적 무정부성과 정치적 파쇼의 혼합된 형태.
몇몇 부류들은 일베충이 자유롭고 사상의 한계가 없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들 하던데, 이 말은 곧이곧대로 인정하고 말하자면 더 추악한 부분들이 있다. 만약 문화적 무정부성이 맞다면, 또한 냉소주의와 극 리얼리즘이 일베의 정신이라면, 그와 같은 무정부성의 문화로 어떤 도덕적 문제를 거론하는 게 모순이라는 걸 모르고 떠드나?
여성이 세속적이고 어쩌구 말들이 많은데, 세속적인 것을 좋아하는 베충이가 왜 세속적인 여성을 까고있나? 10 선비라는 용법은 베충이들의 기본적인 멘탈리티를 보여주는 단어인데, 본인들이 여성을 까는 건 이미 10선비질이 아닌지? 여성을 까는 근거들은 어디서 나오나?
10 선비라는 용법은 말 그대로 인간은 세속적인 것이 진실이다라는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가식적인 도덕적 태도들이 문제라고 보는 것이다. 그렇담 묻자. 이 사회란 구조 자체가.. 실은 홉스식의 자연상태 그러니까 국가 이전의 무정부성의 형태에서 그걸 법과 제도 즉 실제적이지 않는, 상징적 언어들로 묶어 놓은 것인데... 그래서 정치-철학에선 사회는 불가능하다는 명제가 유행한 일이 있었다. 이 말인즉 사회란 거 자체가 이미 가식적인 허구적인 것들로 묶여져 있다는 말이다. 베충이들은 10 선비라는 용법을 통해서 도덕적 문제제기를 비하하고 비난 해 왔다. 일견 이런 주장들은 탁월해 보이지만, 그렇담 어째서 베충이들은 정부-대통령-체제에 대한 보수적 관념을 퍼트리고 있는지?
무정부주의 철학의 기본 입장은 無를 말하는 것이다. 사회란 이미 하나의 증상이며, 그 증상의 불모지를 발견하는 것이 바로 무정부주의적인 주장인데.... 어째서 베충이들은 아무것도 없지 않고 여전히 무엇인가에 압도적으로 지배당하는지? 여성이 바로 그런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여성은 그냥.... 하나의 인간일 뿐이다. 아무것도 아니며 남자와 생물학적 차이가 있는 인간일 뿐이다. 그러나 베충이들은 그것을 '특별히' 혐오한다. 왜? 이 부분에서 파쇼의 냄새를 맡지 않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여성이 세속적이라서 문제다~ 이기적이라서 문제다~', '인간은 이기적이다~ 세속적인 게 당연하다~'라는 두가지 상반된 주장을 아무렇지 않게 섞어쓰는 것이 베충이의 모순이 보이지 않는가? 베충이들은 뭔가 문제가 있다고 지꺼릴 때 인간은 세속적이다라는 전제를 깔고 말한다. 그러나 그 베충이들은 돌연 돌변하여 전형적인 초자아적 아버지로 돌아가 외설적 훈계를 하려고 든다. 여성에 대한 것도 그렇고 좌좀에 대한 비판들도 그렇다.
본래 베충이들은 이와같은 모순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베충이들은 오유나 딴지일보 디시같은 B급 문화 정서에서 무정부성을 이어받았지만, 무정부성은 곧 광기어린 파쇼로 돌변하게 되었다. 그것은 모순적인데 왜냐면 그들의 무정부성은 혁명이라는 '사건'처럼 순수하게 질서를 파괴하는 변증법적 진리(순수한 무정부적 상태)가 함유 된 사건이 아니라, 질서를 핑계로 한 광기어린 (파쇼적 권력으로 되돌려 놓으려는)쿠데타기 때문이다.
박정희식 쿠데타와 순수한 혁명의 차이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둘다 질서를 교란하지만, 쿠데타 세력은 무력으로 권력을 쥔 뒤 시민들에게 생업을 일상처럼 하길 종용하는 반면에, 순수한 혁명은 시민들 스스로 그 일상을 파괴하는 사건이다. 러시아 혁명 후, 그 짧은 순간에 러시아에선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짜르의 봉건 잔재가 남은 농촌에서 조차 여성들이 남성과 동등한 입장에서 공적 발언을 하고, 육아와 교육이 중요한 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바로 이것이 순수한 혁명의 순간이다. 어제의 것이 아무것도 아닌 거처럼 무너져 내리고, 시민들 스스로 다시 일상을 재 정의해야 하는, 바로 그 순간이 바로 혁명의 순간이다.
베충이들의 인식은 굳이 말하자면 박정희식 쿠데타와 같은 것이다. 무정부적이지만 동시에 무언가 여전히 남아있다. 無가 아니라 有이다. 없지 않고 무엇인가 여전히 있다. 10 선비들은 바로 베충이 그 자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