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naver.me/xvuW0Jto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냉전과 국가 이데올로기
6.25 이후 반공이 국시로
자유주의란 무엇인가
자유를 억누르는 국가주의
한국식 ‘자유민주주의’는 시민의 권리가 존중받는 ‘자유주의+민주주의’의 개념이라기보다는 ‘공산주의에 반대되는 자유세계’라는 진영 논리의 의미가 강했다. 특히 당시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는 20세기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혁명으로 공산주의가 강력한 정치·사회 체제로 떠오르면서 큰 위기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미국은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이 몰아치며 공산주의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을 표출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주의의 차이점
정확히 같은 시기에 한반도에선 전쟁이 발발했다. 그러므로 전후 한국에 이식된 ‘자유민주주의’는 미국 보수의 아버지들인 파운더스가 건국 이념으로 삼았던 자유주의와는 전혀 달랐다. 이승만 정권에서부터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부까지 국가가 강조한 ‘자유민주주의’는 공산주의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지켜내야 한다는 ‘리바이어던’식 국가주의의 의미가 강했다.
그래서 2000년대까지만 해도 보수정당은 ‘자유주의’를 공산화로부터 지켜내는 것, 즉 정치체제로서의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했다. 지금도 보수 유튜버와 그들의 주된 시청층은 문재인 대통령에 맞서 공산화를 반대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지난 역사의 과정을 살펴볼 때 체제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다. 북한의 적화통일과 한반도의 공산화를 막고 한국을 ‘자유세계’의 대표적인 나라로 굳건히 지켜낸 공은 보수와 진보할 것 없이 인정해야 한다.
만일 당시 국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우리도 지금의 시리아와 같이 어지러운 상황에 빠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은 인정하되 잘못된 부분도 지적해야 한다. 즉, 과거 보수를 표방한 정치세력은 정치체제로서의 자유민주주의만 있을 뿐, 자유주의 즉 ‘시민의 자유’를 깊게 생각지 않았다. 결국 보수정당이 자유당, 민주자유당, 자유한국당과 같은 당명에 썼던 ‘자유’의 뜻은 자유주의가 아니라 자유민주주의라는 정치체제에 가깝다.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중요한 이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신봉하며 사실상 국가주의를 맹신했던 과거의 권력들에겐 체제로서의 자유진영만 있을 뿐 정치철학으로서 자유주의는 없었다는 이야기다. 다행히도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가주의 사회를 벗어났다. 시민의 권리가 법으로 보장되고, 그 핵심 가치는 사상과 표현의 자유다. 타인에게 피해를 끼치고 불법과 폭력으로 치닫지만 않는다면 그 어떤 의견도 자유롭게 개진될 수 있어야 자유주의 사회다.
보수 정치인들의 오해
하지만 아직 한국의 보수 정치세력은 과거의 한국식 ‘자유민주주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개념을 ‘반공’으로 착각하고 있다. 영향력이 큰 보수 정치인들은 최근까지도 국가주의 시대의 향수를 자극해 표를 얻으려고 했다. 21세기를 사는 국민은 4차 산업혁명을 향해 미래로 나아가는데, 보수 정치인들은 여전히 20세기에 매몰돼 있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가주의적 사고에 머물러 있으면서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로 칭해 시민들을 오해하게 만드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의 한 보수 정치인은 스스로를 자유주의자라고 칭한다. ‘000과 자유의 힘’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자유주의 리더’라며 알렉시스 드 토크빌, 존 로크, 아담 스미스 등 사상가와 함께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제시했다. 두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고 국가의 기틀을 다지며, 산업화에 성공한 것은 분명한 공이다. 그러나 이들이 자유주의자는 아니다.
로크의 법치주의 원리대로 시민의 뜻을 대표하는 법에 의해서만 권력을 사용했는가. 개인의 자유와 공감의 원리를 강조한 스미스의 철학을 실천하고 전파했는가. 누차 말하지만 한국의 근대화를 성공적으로 이끈 업적은 높이 평가해야 하지만, 이들이 시민의 자유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성과 관용의 정신을 실천한 자유주의자가 아니었다는 점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보수 정치인이 이들을 자유주의자라고 생각한다. 여전히 과거의 관념 속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주의’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력하게 주장했던 보수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자유주의라고 칭하는 것은 심각한 자기오해다. 자유주의를 중시하는 선진 민주국가에서 국정 교과서를 쓰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
자유주의로 무엇에 대항해 싸워야 하나
한국의 보수가 제대로 정립되려면 이제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업적을 인정하되, 그들이 갖고 있던 ‘자유민주주의’라는 체제의 논리를 벗어나 진짜 자유주의로 가야 한다.
특히 4차 혁명 시대는 개인의 창의성과 자율성이 중시되는 시대다. 우리가 패스트 팔로워로 20세기 산업화의 모범생일 순 있었지만, 21세기엔 퍼스트 무버가 아니면 살아남지 못한다. 그 전제 조건이 자율과 창의, 개방과 관용의 정신이며 이런 핵심 가치가 녹아있는 것이 자유주의다.그렇다면 21세기 새로운 보수가 싸워야할 지점은 어디인가. 자유주의 기본부터 따져야 한다. 시민의 권리가 올바르게 작동하고, 사상과 표현의 자유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만일 이를 억압하는 전체주의의 유령이 보인다면 제일 먼저 달려나가 막아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