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날씨가 슬슬 계절을 바꿔타는지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합니다.
밤낮이랑 기온차가 심해서 주변에 감기들 많이 걸리시는 것 같네요.
몸건강 잘 챙기시고.. 어렸을 적에 제가 겪었던 경험담을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평소에 귀신 얘기 좋아해서 미스터리 게시판에 자주 오는 편인데 직접 적는 건 처음이네요.
"내가 종교나 미신 같은 건 절대 안 믿는데 귀신은 있구나 싶어.."
가끔 명절 때나 뵙는 아버지가 입버릇 처럼 하시는 말입니다.
이런 말씀을 하게 되신 계기를 지금부터 풀어볼게요.
제가 아주 어렸을 적 이야깁니다.
저희 부모님이 옛날에 서울 답십리라는 곳에서 작지도 크지도 않은 당구장을 하나 운영하셨는데요. 아버지의 말을 빌리자면 돈을 빗자루로 쓸어담았을 정도로 장사가 아주 잘 됐었다고 합니다. 제 기억으로도 아침 일찍부터 늦게는 새벽까지 장사를 하셔서 집에는 저랑 누나 둘이 있었던 때가 많았던 것 같네요. 항상 새벽늦게 술에 취해 돌아오셔서는 장난감을 손에 쥐어주시면서 미안하다 미안하다 하셨어요. 아마 아직 부모 손을 타야하는 나이인데 같이 있어주지 못한 게 못내 미안하셨던 것 같아요.
아무튼 당구장 구조가 커다란 홀이 하나 있고 출입문과 반대되는 곳 당구장 가장 안 쪽에 방이 하나가 있었는데, 아버지 친구분들이 술먹고 자고 하던 곳이었어요. 아버지가 젊었을 적 왕성한 혈기에 여기저기 사고를 많이 치고 다니셨다는데(등뒤에 칼침 자국도 있으세요) 그덕에 친구가 아주 많으셨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는 몰라도 그 방에서 잠이 들면 악몽을 꾸거나 가위에 눌리는 일이 많았다고 하더라구요. 아버지나 친구분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셨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아버지나 저나 기겁을 하게 되는 사건이 있었어요.
손님이 별로 없는 주말 오전 시간대였는데요. 당구장 홀 청소(당구장은 하루만 지나도 하루살이들이 많이 죽어있어서 매번 일일이 청소해줬어요)을 끝내고 아버지랑 같이 당구장 안 쪽에 있는 방에 있는 다락방을 청소를 하고 있었는데 자세히 기억은 안 나지만 희끄무리한 게 아버지랑 제 앞으로 스윽 지나가더니 문을 지나 당구장 바깥 창문쪽으로 천천히 지나가더라구요.
그자리에서 아버지하구 정말 꼼짝 못하구 체감상 30분은 있었던 것 같아요. 식은땀 줄줄 흘리면서... 다음날 당구장에 붙여놨던 부적들이 싹 사라지고 손님도 싹 없어져가지고는.. 평소에는 할머니 보구 그런 미신 부적 좀 붙이지 마시라구 노발대발 하시던 아버지가 할머니한테 전화해서 얼른 부적 좀 얻어다 붙여달라고 하셨던 기억이 있네요..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그 상가 터가 원래는 병원이 있던 자리였다네요... 이후로 당구장은 계속 손님이 없어져서.. 결국 문을 닫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