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우리 실정에 맞춰서 항모가 필요 없다는 발제글을 여러번 올린 바 있는데...
별로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사정이 그러하니 전세계에서 항공모함을 유일하게 제대로 굴리는 나라인 미국해군이 항공모함을 어떻게 굴렸는지 따져 봅시다.
NATO와 소련군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던 전략적 해역인 GIUK갭입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이 해역은 대영제국이 사활을 걸고 확보하던 지역이며, 이후 냉전기에도 미국과 영국이 사활을 걸고 지켜내던 해역입니다. 우리가 아는 SOSUS가 바로 이 구역에 부설되었습니다. 딱 보시면 아시겠지만, 왜 중요한진 아실 거라 믿습니다.
2차세계대전 당시 상선들 손실지점을 찍어 놓은 것인데, 바로 저 GIUK갭이 뚫릴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잘 알 수 있는 자료입니다. 실제로 소련은 바로 저 GIUK갭을 통과하는 것이 최대지상 목표였고, NATO의 목표는 정확히 그 반대였습니다.
자, 이 상황을 보면 아시겠지만, 거의 모든 손실이 바로 항공기의 작전영역 바깥에서 이뤄짐을 알 수 있지요? 그래서 이를 만회하기 위해 바로 주간항모로 잘 알려진 카사블랑카급등의 경항공모함들을 다량 건조하여 대서양 AIRGAP에 투입한 겁니다.
그리고 냉전시기가 되어서도 항공모함의 이러한 쓰임은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냉전시기 NATO 해군의 주요한 임무입니다.
1> 대서양 건너 미국으로부터 오는 보급선단을 지켜내기 위한 대잠작전.
2> 영불해협을 기뢰로 막아 폐쇄할 것.
3> 영불해협 건너 해상보급로를 확보할 것.
4> GIUK갭을 사수할 것.
5> 위 4가지 조건이 충족되면 노르웨이를 지원할 것.
사실상 여기서 미국이 가진 항공모함 전투단의 역할은 없습니다. 그러면 그 대단한 항공모함 전투단의 주된 임무는 무엇이냐면. 바로 대서양 보급선단을 지키는 일입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임무지만, 동시에 한국해군에 항공모함이 필요하다는 여러분들이 언급하던 것과는 전혀 상관 없는 임무이기도 합니다.
사실 미해군의 항공모함 전투단은 GIUK라인 이동에서 작전하지 않았습니다. 생존성이 극도로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현재 바스티온 지대함 포대와 잠수함 세력이 결합된 러시아의 작전권역입니다. 그런데 이건 냉전기에도 마찬가지였거든요. 즉, 냉전기에도 노르웨이 북방영토는 사실상 포기되는 분위기였습니다. 소련이 판판이 박살난 전쟁후기가 아닌 한, NATO의 항공모함 전투단이 북해에 진입해 노르웨이를 지원할 가망은 애시당초 없었습니다. 물론 주전장이 아닌 노르웨이에 소련이 핵심역량을 투입할 이유도 없었지만...
현재도 러시아는 끊임없이 GIUK갭 동(東)쪽이 아닌, 서(西)쪽에도 자신들의 전력을 투입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즉, 냉전기도 그렇지만, 현재도 미국의 항공모함 전투단은 러시아의 실질적 타격범위 내측엔 들어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세계 최강의 항모 전투단을 가진 미해군조차도 이럴진데...
F-35B 여남은대를 탑재할 항모따위를 가지고 독도니 동해니 떠벌떠벌 거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슈퍼 포레스탈급 항공모함. 그러니까 배수량 8만톤이 넘는 초대형 항공모함을 보유한 미해군조차도 감히 잠수함과 지대함 미사일 포대, 다수의 전술기와 장거리 폭격기를 굴리는 러시아 작전권역에 감히 머리를 못 들이미는 형국에...
저 GIUK갭 만큼이나 잠수함이 밀집해 있고, 지대함 포대와 지대공 포대가 겹겹 배치된 화력과밀 해역에 어떤 미친 나라가 항모 나부랭이를 털어 넣을 수 있고, 그걸 유의미하게 운용해 성과를 거둔다는 판타지 망상 소리는 해서 뭐하겠냐 이거지요.
지금 미국이 개발한 연안전투함이 어떤 해역에서 작전이 가능한 지에 대해 도시한 그림입니다.
자, 우방국 한국과 일본이 있음에도 DDG-51, 그러니까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이 서해에선 작전조차 불가능하다고 구분하고 있습니다. 그럼 이걸 대입해 일본과 한국이 으르렁거리는 마당이라고 바꾸면 저 동해일대에서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이 작전을 할 수 있을까요? 없을까요?
없겠죠?
항모보다 월등히 작은 RCS를 가지는 알레이버크급마저 작전이 불가능한 해역에 항모를 집어넣으면 뭐가 될까요? 바다 위에 뜬 고철부유덩어리쯤 되겠지요?
미국해군도 못하는 짓거리를 감히 경항모 나부랭이 가지고 할 수 있다는 시건방은 이 게시판에서 좀 안 봤으면 합니다. 특히 제가 랴오닝급과 아메리카급 비교한 글을 논거 삼아 경항모 효용을 감히 동해나 서해, 남해에 집어넣는 양반들도 계시던데. 그렇게 쓰라고 쓴 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