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애를 보니까 착잡한게...
제가 해고한거나 마찬가지의 결과였었거든요.
나이는 20몇살 먹은 어린친구인데 저보다 몇개월은 먼저와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엔 살갑게 다가와서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고 그러길래 저하고 코드는 맞지않지만 받아주려고 노력했죠.
나중에 다른사람에게 듣기론 서로 다른이야기를 하는데 이야기가 연결되는게 신기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느껴질수밖에 없던게 그애는 남의말을 잘 들어주는 타입이 아니었습니다. 다른사람이 말을하면 '응 아냐.' 혹은 '아니아니아니~~~' 라고 외치면서 툭 짤라먹고 자기 할 말만 계속 하고싶어하는 애여서 나중에가서는 저도 대충 흘려들어가며 딴 말하고 있었습니다.
뭐, 그런데다가 자기가 딴 복지사 자격증을 자랑하면서 대학자랑하고 그쪽으로 가지않고 왜 여기와서 이러고 있냐고 하면 거기는 경쟁률이 어쩌고...
여기는 누구나 다 들어올 수 있는데 아니냐고 비하하면서도 비하하는 게 아니라며 오해하지 말라고 할때는 뭐 이런 애가 다있나 싶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데서는 이정도면 정규직시켜주는데 여기는 그런것도 없다는 둥..
하도그러길래 그 이상 가까이 안가려고 했었고 알고보니 저런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다람쥐 챗바퀴 돌듯이 계속 하니까 다른사람들도 싫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점점 본성이 보이기 시작한게 자기 마음에 안들면 대놓고 욕을하기 시작했던거였죠.
상품들 쌓아놓은걸 바닥에 쫘악 뿌려놓고 웃고는 치우지도않고 지나갔다던가..
한번은 사무실앞에서 욕하길래 하지말라고 주의를 주는데 계속 욕을하길래 저도 언성이 높아진적이 있었죠.
사무실앞이라 팀장도 나오고 다른사람들 다 쳐다보고....
저 또한 그냥은 넘어가기힘들어서 자초지종을 설명드렸었고.
사실 여기에선 다 쓰지도 못한 다른 사건사고들이 많았지만 사무실에선 이때 처음으로 그런 일들을 인식했고 그애에게 한번 기회를 주기로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처음 문제를 인지하기도 했고 주변말만 듣고 바로 조치를 취하기에는 어려웠었겠죠.
그 애는 우리 팀에서 누구도 상대해주려고 하지않으니 아예 다른 팀에가서 쉬다오고는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죠.
그날도 여느때와 다름없이 작업하고 있었고 제가 빨리 작업을 끝마치기 위해 제 쪽에 있던 물량을 그 아이쪽으로 옮기는데 느닷없이 대놓고 짬처리시킨다며 육두문자를 남발했었고.
저는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그애의 말은 제가 하고있는건 오롯이 제 물건이고 자신은 자기가 맡은 일을 다 해가는데 왜 자기한테 주느냐는 거였죠.
하지만 물류창고였거든요.
물류창고에서 세세하고 니거내거 나눠서 일을하고있는것도 아니고 자기 주위에 있는걸 다 했다면 다른 쪽 것도 가져와서 일을 빨리 끝마쳐야 하는건데..
정말 그때는 저로서도 머릿끝까지 화가 안날수가 없었습니다만 저는 용띠였고 나이차이도 상당했기에 어린친구와 말다툼하는것도 모양빠지고...
사무실에 가서 조용히 이런일이 있었다고 말하니 2번째에 와서는 바로 해고를 통보했었죠.
그애와 같은 학교 출신도 있어서 학창시절이야기를 잠시 들었는데,
학교다닐때 수업시간에 연필로 같은반 친구의 머리를 내리찍고는 재미로 그랬었다던가 그런말을 했었다고 하고..
그걸 포함해서 이런저런 말들도 많으니 이 참에 날잡고 바로 짜른 듯 보였습니다.
이후에 생각해보니 그 애는 저보다 몇개월 다른사람들보다 빨리 회사에 들어온 걸 상당히 많이 강조하듯 이야기를 했었고,
본인이 무언가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에 있는걸로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하지만 다른사람보다 특별히 무언가 생기는것도 아니고 일에 대해서도 이렇다할정도로 능숙했던것도 아니었었죠.
그리고 한차례 인원감축에 대한 이야기가 훑고가던 때라서 무언가 보여줘야 했는데,
자신이 지시를 내려야하는 그런 상황에 저한테 지시를 받게 되는 상황이 오자 머릿속의 무언가가 끊겼던거 같습니다.
그래도 어찌어찌 결론은 났었던거고.
이후로 상당히 시간이 흘렀는데 오늘 갑자기 비타오백을 들고서 나타난거죠.
이유는 말을 안했지만 주말도 아닌 주중이고 시간도 오후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곳 면접도 떨어지고.. 그랬었다고 하더군요.
아무이유도 없이 30분정도는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있다가 가는 모습이 누가봐도 취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여기서 다시 받아줬으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해고를 한 직원을 다시받아준다는 건...
무리죠.
그래도 나이도 어리니 어디 다른곳에 취업을 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구직중이라니..
저를 통해 짤린셈이니 뭔가 좀...
느낌이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