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앞집 약쟁이 총각은 경찰에 잡혀가고 몇 일이 지난 어느날 저녁 무렵
누가 밖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립니다.
"오fa~계세요?"
누군가 나가보니 옆집 공수부대 예비역 아재의 이쁜 외동딸(20대후반~30대초반 추정)이 서 있습니다.
"오fa...아부지가 오시래요"
"왜?"
"와서 저녁 드시래요"
50대 후반인 태국 공수부대 퇴역군인 아재는 퇴역 후 집에서 개구리, 물고기 등을 키워 팔면서 지냅니다.
동네 사람들 말에 의하면 정신이 좀 오락가락 한다고 합니다.
가끔 새벽에 발가벗고 동네를 돌아다녀서 정신병원에도 한동안 입원했다가 돌아오기도 하고,
술만 자셨다하면 몇 시간이고 집에 있는 노래방기기 켜놓고 노래를 불러 제껴서 바로 옆집인 저도
몇 번 고생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근데 평소에 보면 멀쩡합니다.
개구리 얘기가 나온김에.. 태국에서는 개구리를 많이 키웁니다. 식용으로 많이 먹기 때문입니다.
농장에서 키우기도 하고, 가정집에서 조그만 둥그런 콘크리트 탱크 안에 넣고 키우기도 합니다.
공수부대 예비역 아재는 이런 둥그런 콘크리트 탱크 1개를 집 안에 놓고 개구리를 키우고 있습니다.
제가 가끔 놀러가면 들여다 보곤 농담으로 한 마디 합니다.
"아재요~ 개구리 많이 컸네유~ㅋㅋ. 몇 마리 줘봐유~ 반찬 좀 해묵게..ㅋㅋ"
"(정색을 하며) 안댜~~내다 팔아야댜~그래야 술 바꿔 묵지~"
개구리 고기를 어떻게 먹냐구요?
태국에서는 식당에서 요리로 팔뿐만 아니라 가정집에서도 반찬으로 먹습니다.
제 주관적인 입맛으로는 맛이 닭고기랑 좀 비슷합니다.
요건 개구리찌개
요놈은 개구리구이
요놈은 개구리튀김
여튼 공수부대 예비역 아재 집에 가보니 근처 일가친척들이 여럿 모여 있습니다.
저를 보더니 다들 웃으며 반가워 합니다.
특히 예비역 아재가 절 많이 반가워합니다.
그럴만도 한게 이 시골동네에서 이 아재 얘기를 진지하게 잘 들어주고 대화하는 사람이 저 밖엔 없습니다.
"자네 왔능가? 어서 와서 한 잔 받어~"
아재가 유리컵에 얼음 넣고 정성껏 맥주 한 잔을 따라 주십니다.
태국에선 맥주에도 얼음을 넣어 마십니다. 그래서 슈퍼에서 맥주 살 때 꼭 얼음 한 봉지도 같이 삽니다.
저도 이 때 들인 습관때문에 한국에서도 맥주에 얼음을 넣어 먹게 되었습니다.
고기도 굽고, 쌀을 바나나 잎으로 싼 후 대나무 통에 넣고 불에 익히는 죽통밥도 하고 있습니다.
아재가 시원한 맥주 한 잔을 건네 주면서 저를 자기 옆자리로 잡아 끕니다.
아재 얼굴을 보니 벌써 거하게 한 잔 하신거 같습니다. 그럼 다음 레파토리는 뻔합니다.
제가 한국에서 군대를 다녀온 걸 안 그날 이후 술만 자시면 절 붙잡고 본인의 군대시절 얘기를 합니다.
"능믄 피트(1만 feet) 슈우웅~~~"
아재가 공수부대 시절 공중낙하하던 상황을 표현할 때 늘 쓰는 표현입니다.
미군하고 합동훈련 한 얘기도 하시고...
또 시작이구나...옆에서는 다들 키득거립니다.
아재가 방안으로 들어가더니 사진 몇 장을 들고 나와 보여줍니다.
자신의 옛날 군시절 사진들입니다. 지금과는 완전 다른 사람으로 보입니다.
사진을 자세히 보니 사진들 중에 찍힌 날짜가 있는 사진들도 있습니다.
그 중에 92년도, 제가 병장 말년 무렵 찍은 사진도 보입니다.
"아재....이 때 나도 한국에서 군인이었어유~"
"오!!! 그랴? 워매~ 하하하하하...역시!!! 자~ 건배!!!"
원샷을 하더니 갑자기 아재가 제 어깨에 어깨동무를 하고
무슨 말인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도 없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오늘도 한참을 아재의 군대 얘기 동무가 되어준 후 집으로 돌아가다
갑자기 태국 전통주 한 잔이 땡겨서
잠시 호랑이 11마리 할배집으로 발길을 돌리는데...
- 다음 편을 기대해 주세용 ^^ -
좋아요, 구독 잊지 마세유~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