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김원익 기자] “분명히 외국인 선수에게 차별이 있습니다. 현지에서 정말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하면 뭐하겠어요. 실력으로 보여줘야죠.” 이대호가 프로 통산 13년만의 첫 퇴장에 폭발했다. 특히 그간 쌓여온 불합리한 판정에 대한 분노와 외국인 선수에 대한 차별 대우로 쌓여온 앙금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대호는 28일 일본 사이타마현 도코로자와 세이부 돔에서 열린 세이부 라이온스와의 방문경기 6회 파울 상황에서 삼진 판정을 받고 항의하다 프로 통산 13년만에 첫 퇴장을 당했다.
이날 이대호는 볼 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세이부 우완 투수 기시 다카유키의 원바운드로 떨어진 커브에 삼진 아웃 판정을 당하자 감정이 폭발, 판정을 내린 니시모토 주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TV 중계 화면상으로는 배트에 스쳐 파울이 유력한 상황. 모리와키 히로시 감독 등 오릭스 코칭스태프도 단체로 나와 항의를 했다. 하지만 항의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대호는 자신의 눈을 가리키며 판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니시모토 주심은 이를 심판에 대한 모욕으로 간주, 곧바로 이대호의 퇴장을 명령했다. 둘간의 다툼을 제지하는 동시에 항의를 하던 모리와키 감독이 이대호의 퇴장 직후 니시모토 주심의 멱살을 잡으면서 심판과 코칭스태프들간의 단체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후 모리와키 감독도 폭렴혐의로 감독 부임 이후 첫 퇴장을 당했다.
그간 다소 불리하거나, 이해할 수 없는 판정에도 헛웃음 정도를 지었던 이대호가 폭발한데는 오랜 차별의 역사가 존재했다.
이대호는 지난 5월 MK스포츠와의 현지 인터뷰에서 심판 판정의 억울함을 말했다. 당시 이대호는 “이제 많이 좋아졌다고 해도 외국인 선수에게 대한 차별이 여전히 많이 존재한다. 선수들이나 구단에서는 그런 것을 못 느끼는데 특히 심판 판정에서 억울할 때가 많다”고 했다.
이대호는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지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 거기에 분명한 파울을 삼진이라고 선언할 때도 있다. 타자들은 배트에 맞는 감이나 진동, 소리를 느껴 분명하게 아는데 심판이 아니라고 할 때도 있다”며 이번 상황과 같은 판정의 억울함을 설명하기도 했다.
이런 유사한 사례를 비롯해 외국인 선수들에게 유독 넓게 적용되는 스트라이크존은 올해도 많이 연출됐다. 이대호는 지난 5월 12일 닛폰햄전에서 감기 몸살로 고열증세에 시달리면서도 4회 교체될때까지 2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당시 첫 타석에서 적시타를 기록한 이대호는 3회말 9구 풀카운트 접전 끝에 체인지업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판정 직후 이대호는 심판에게 배트에 묻은 로진 자국을 보여주며 파울을 주장,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전날 40도에 가까운 고열을 동반한 복통으로 탈수증상에 시달리며 경기 출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억울함을 호소할 정도의 판정이었다.
당시에도 이대호는 “원래는 보통 항의를 안 하고 꾹 참는 편인데 그 날은 확실한 파울이었기 때문에 항의했다. 내가 배트에 묻은 로진까지 보여줬는데도 판정에 변함이 없더라”며 후일 항의의 이유를 밝히기도 했다.
그간 이대호는 불합리한 판정도 야구의 일부로 이해하고 참아왔던 부분이 많았다. “야구니까 이해한다. 경기장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던 이대호의 분노가 결국 폭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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