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류현진(32)은 최근 4경기 3패 평균자책점 9.95라는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문제는 체인지업이 예전보다 3인치(7.62㎝) 정도 높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빠른 볼도 플레이트에서 3인치 정도 벗어났다. 이는 이는 빅리그에서는 큰 문제”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즉 구석구석 정확하게 코너를 찌르던 칼날 제구가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했다는 의미였다. 이를 조정하기 위해 류현진은 한 차례 선발 로테이션을 쉬고 10일 만인 15일 미국 뉴욕의 시티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 마운드에 올랐다.
이날 경기마저 무너지면 류현진에게는 타격이 컸다. 포스트시즌 선발순서는 물론이요, 사이영상 경쟁과 자유계약선수(FA) 가치 등이 모두 곤두박질 칠 위기였다. 더군다나 이날 선발 맞상대는 자신과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다투는 메츠 에이스 제이컵 디그롬이었다. 그래서인지 류현진은 이 경기를 앞두고 염색으로 머리색까지 바꾸는 등 심기일전을 다짐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걸린 것이 많은 큰 경기일수록 류현진은 강했다. 그 면모는 이날도 이어졌다. 류현진은 메츠 타선을 7이닝 동안 단 2안타로 묶고 사사구 없이 삼진 6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틀어막는 호투로 괴물의 귀환을 알렸다. 투구수는 90개였고 0-0인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와 승패는 기록하지 못해 시즌 성적 12승5패를 유지했다. 하지만 2.45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을 2.35로 낮추며 2.57로 자신을 바짝 추격하던 마이크 소로카(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간격을 넓히며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선두자리를 지켜냈다.
류현진의 호투 못지 않게 디그롬 역시 7이닝 4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사이영상 경쟁자다운 면모를 과시해 이날 경기는 말 그대로 명품 투수전이었다. 로이터 통신은 “디그롬과 류현진은 거장다운 투수 대결을 했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다만 승부는 불펜이 8회 흔들리며 3실점한 다저스가 0-3으로 졌다. 그래도 류현진의 부활 호투는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제구가 살아나면서 몸쪽과 바깥쪽 구석을 찌르는 볼 배합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었다. 패스트볼과 커터로 우타자 몸쪽을 공략해 카운트를 잡고 주무기인 바깥쪽 체인지업으로 삼진과 범타를 유도해내는 류현진 본래의 모습이 다시 확실히 돌아왔다. 잃어버렸던 3인치의 제구를 완전히 찾은 모습이었다. 슬럼프 기간 신인 포수 윌 스미스와 호흡을 맞춰왔던 것에 비해 이날 베테랑 러셀 마틴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것도 안정감을 찾는데 큰 도움이 됐다. 이제 잃었던 자신감을 회복한 류현진이 남은 시즌 안정감을 이어가 평균자책점 1위로 포스트시즌에 나설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