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현지에서도 류현진(32·LA 다저스)의 호투 비결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이 이뤄지고 있다. 빠르지 않은 구속과 회전수에도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구를 보여주고 있는 류현진의 비밀을 밝히려는 시도다.
미국 스포츠전문매체 디 어슬레틱은 류현진 호투 비결로 ‘제로 K 상황 구종 다양성’을 들었다. 제로 K 상황이란 스트라이크가 기록되지 않은 볼카운트다. 반드시 스트라이크를 잡아야 하는 상황으로 많은 투수들이 ‘속구’를 던진다. 하지만 ‘속구 타이밍’에 던지는 속구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좋은 먹잇감이 된다. 이른바 ‘속구 타이밍의 속구 죽음의 시대’다.
디 어슬레틱은 올시즌 50이닝 이상 투구 투수 중 5가지 구종을 모두 10% 이상 던지는 투수, 즉 다양한 공을 던지는 투수들을 골랐다. 류현진을 비롯해 모두 12명이다. 이 중 가장 뛰어난 제구를 보여주는 투수가 류현진이다. 투수가 원하는 곳에 던지는 능력을 ‘커맨드’라고 하고, 이를 측정하는 여러 방식이 개발되고 있는데 STATS, LLC는 커맨드+ 라는 기록을 개발했다. 100을 평균으로 하는 기록인데, 디 어슬레틱에 따르면 류현진은 이 부문에서 112로 이들 12명 중 가장 높다.
류현진은 ‘제로 K 상황’에서 속구 구사비율이 48.4%로 50%가 되지 않는다. 타자들은 류현진을 상대할 때 자신이 아주 유리한 상황에서도 속구를 기다릴 수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류현진은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오는 공 중 헛스윙 비율도 11.5%로 상당히 높다. 제구가 잘 이뤄진 다양한 공을 카운트에 따라서도 예측할 수 없다면 타자들에게는 굉장히 곤혹스러운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타자 입장에서는 유리한 카운트에서도 노림수를 가져가기 어렵다. 제구가 잘 되니 유리한 카운트 자체를 만들기 어렵다. 그렇다고 초구부터 때리자니, 초구는 뭘 던질지 더 예측하기 어렵다. 공 보고 공 치기 역시 구속과 구종의 다양성 때문에 쉽지 않다. 강한 타구 대신 약한 땅볼 타구가 쏟아지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류현진의 팀 동료 로스 스트리플링은 어슬레틱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요즘 처럼 투수들이 속구 던지기 힘든 시대에 류현진은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특히 류현진은 백도어성 커터를 던지는데 이걸 언제 던질지 예측하기가 진짜 어렵다. 우리 팀 새 타격코치(롭 밴 스코욕, 사설 코치 출신)가 애리조나 있을 때 류현진은 진짜 분석하고 준비하기 어려운 상대였다고 하더라. 왜냐하면 류현진이 뭘 던질지 진짜 예상하기 힘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