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류현진(32·LA 다저스)은 올해 다저스 마운드를 이끄는 사실상의 에이스다. 8일(이하 한국시간)까지 시즌 7경기에서 44⅓이닝을 던지며 4승1패 평균자책점 2.03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2.03의 평균자책점은 메이저리그(MLB) 리그 전체를 통틀어서도 5위에 해당한다. 투수의 안정감을 상징하는 이닝당출루허용수(WHIP)는 0.81로 크리스 패댁(샌디에이고·0.69)에 이어 MLB 2위다. 그런데 이보다 눈부신 성적이 또 있다. 바로 투수 고유지표 중 하나인 탈삼진/볼넷(K/BB) 비율이다. 류현진은 압도적인 차이로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류현진은 8일까지 44⅓이닝에서 45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뛰어나지만, 리그 최상위권 성적(전체 37위)은 아니다. 그런데 볼넷 개수가 단 2개다. 원래부터 제구력이 뛰어난 선수지만 믿을 수 없는 수치다. 9이닝당 볼넷 개수는 0.41로, 2위 호세 베리오스(미네소타·1.35)와의 차이가 꽤 난다. K/BB는 무려 22.50, 2위 맥스 슈어저(워싱턴·9.00)를 역시 큰 차이로 따돌리는 압도적 1위다.
아직 시즌 초반이다. 이 수치를 계속 이어 가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도 현시점에서는 역사적 수치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MLB.com)에 따르면 역대 K/BB(규정이닝 투구 기준) 1위는 2014년 필 휴즈(당시 미네소타)로 11.63이었다. K/BB 수치가 10.00을 넘긴 선수는 휴즈를 포함해 단 4명밖에 없었다.
1900년 이후 류현진의 9이닝당 볼넷(0.41)보다 더 좋은 성적을 낸 투수는 하나도 없다. 2005년 카를로스 실바(당시 미네소타)가 0.43의 K/BB를 기록한 게 지금까지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쉽지는 않겠지만 류현진이 이 추세를 이어 가면 MLB 대기록 작성도 가능하다.
미 CBS스포츠도 8일 경기 후 “이 베테랑 왼손투수는 생애 두 번째 완봉승을 기록했다. 올 시즌 7번의 등판에서 5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면서 “그는 매덕스를 기록(100구 이하 완투 혹은 완봉을 의미)했다. 9번의 헛스윙이 있었는데 그 중 3개가 그의 전매특허인 체인지업이었다. 또한 전체 투구의 4분의 3 정도가 스트라이크였다. 그의 메커니즘이 얼마나 견고한지 살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류현진은 30이닝 이상을 투구한 선수 중 K/BB 수치가 가장 높다. (경기 전까지) 19.5였고, 리그의 그 누구도 10.00 이상을 기록하지 못했다. 화요일 경기가 끝난 뒤에는 22.5다”면서 “이는 류현진이 주도권을 쥐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류현진의 기록이 내려오지 않는 이상 누구도 이 기록에 근접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미다. 운이 개입되는 피안타율과는 다르게 K/BB는 말 그대로 투수만의 능력이다. 이처럼 류현진은 K/BB 기록으로 ‘전국적’ 주목을 받는 선수로 발돋움했다. 그의 가치를 폭등시킬 좋은 매개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