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두산팬입니다.
두산팬인 분들은 아마도 제가 드리는 말씀에 많이 공감하시리라 믿어요.
지금 두산팀의 외국인 타자 에반스...
시즌 초 정말 암울할 정도로 부진했죠. 타율이 1할 대에 머물렀고 장타도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에반스의 수많은 별명 중 하나가 '애잔스'였습니다. 애잔할 정도 못했고 잔뜩 위축된 그 표정은 두산 팬인 저까지 눈가가 촉촉해질 지경이었어요.
급기야 2군까지 내려갔죠.
사실 외국인 타자라는 성격상 즉시 전력감, 그것도 (타자라면 당연히) 중심타선에서 활약해 줄 것을 기대하기 마련이고, 그 기대감이 어그러지면 많은 비난과 함께 퇴출의 목소리가 나오기 마련이예요.
물론 두산의 에반스 역시 그런 목소리가 없진 않았죠. 하지만 생각보다 아주 많은 두산 팬들이 에반스의 부진을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와 하고 응원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 아시죠?
에반스를 보면 우리 두산의 간판 타자 김현수의 애초로운 처지가 절로 떠올랐거든요. 그러니 차마 그를 내치자는 소리를 낼 수 없었어요. 그러던 에반스가 잠시 이천 밥을 먹고 오자 환골탈태합니다.
연일 장타에 타율은 어느 덧 3할대를 바라볼 정도로 잘해주고 있습니다.
두산팬들은 정말 많이 기뻐했습니다. 그가 잘해 팀의 전력에 보탬이 되고 성적이 올라서가 아니었어요. 그의 표정이 한결 편해지고 웃음까지 보게 되는 게 행복했던 겁니다. 마치 다시 보란듯 잘 이겨내 특유의 순박한 함박웃음을 지을 김현수의 얼굴을 보는듯 해서 말입니다.
그리고 또 바랬죠. 얼른 우리 김현수도 에반스처럼 인정받고 웃음을 찾길 말입니다.
오늘 김현수의 첫 홈런, 그리고 그가 감독과 팬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 맘이 좀 놓입니다. 그리고 무척 기쁩니다. 그리고 앞으로 더 잘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그가 누굽니까. 한때 '4못쓰'라는 얘기를 듣던 타격기계 김현수예요.
정말 기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