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로 홈런의 맛은 빠던이다. 장쾌한 타구를 날리고, 시원하게 ‘빠따’를 던진다(bat flip). 팬들의 속은 두 배로 후련해진다. 자기 팀 사기도 덩달아 올라간다. 무엇보다 폼나고 멋있다. 미국에서도 심심치 않게 화제다. 오늘 새벽의 텍사스-토론토의 화끈한 이종격투기도 작년 빠던의 후유증 탓이다. 모처럼 나온 KBO리그의 역수출 히트 상품이다.
그런데 이 40대 타자가 이런 트렌드를 알 턱이 없다. 모를 정도가 아니다. 아예 반대로 간다.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다.
4월 2일이었다. 라이온즈 파크 개장 1호 홈런(홈 팀 타자 중에)을 때렸다. 처음에는 시선이 타구를 쫓더니, 넘어간 게 확인되자 고개를 푹 숙인다(MBC Sports+ 중계화면). 뭔가 크게 잘못한 사람 같다. 그리고 땅만 쳐다보며 후다닥 베이스를 돈다.
작년에도 유명했다. 사직 구장에서 엄청난 거리를 날렸다. 장외 홈런이었다. 빠던+만세를 불러도 시원치 않았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떨군다.
어느 기자가 이유를 물었다. 왜 그랬는 지 잘 모르겠다며 대답을 피하던 그의 마지막 말은 간곡한 부탁이었다. “잘 좀 써 주이소. (홈런 맞은) 어린 친구 기 안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