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야구 12강이 모여 펼치는 '2015 WBSC 프리미어 12(이하 프리미어 12)' 대회가 한창이다. 한국은 조별 예선에서 3승 2패를 기록하며 8강에 올라있다. 하지만 대회 운영은 낙제점에 가깝다.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수준이다.

우선 대회 운영 자체가 다소 주먹구구식이다. 시작부터 그랬다. 한국은 일본과 공식 개막전을 치렀다. 그런데 장소가 일본이었다. 개막전만 일본에서 열린 것이다. 그것도 삿포로돔이었다. 삿포로돔은 일본이 한국전 선발로 내세운 오타니 쇼헤이가 홈으로 쓰는 구장이다. 편안한 상황에서 던질 수 있었던 셈이다.

반대로 한국은 핸디캡을 안고 들어갔다. 왜 한국과 일본이 삿포로돔에서 개막전을 치렀는지는 알 수 없다. 일본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해석이 가장 그럴 듯해 보인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 기업들이 대거 스폰서로 참가했다. 요미우리신문, 아사히 맥주, 닛산, 일본통운 등이 참가했고, 용품 스폰서도 미즈노와 사사키다. 2020 도쿄 올림픽에 야구를 포함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는 일본은 이번 대회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고의 흥행카드라 할 수 있는 한일전을 공식 개막전으로 배정했다. 그것도 삿포로돔에서 열었다. 한국은 삿포로돔에서 예선 1차전을 치른 후 대만으로 이동했다. 원래대로라면 대만에서 예선 경기가 시작됐어야 했다. 한국이 들러리 역할을 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이유다.

경기 운영도 아쉬움이 크게 남는다. 한국과 도미니카가 피해를 봤다. 지난 11일 타오위앤 구장에서는 미국-베네수엘라전과 한국-도미니카전이 배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날 낮에 비가 내리면서 미국-베네수엘라전이 두 시간 정도 지연됐고, 경기가 늦게 끝났다.

이로 인해 한국-도미니카의 경기도 50분 늦게 열렸다.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문제가 많이 보인다. 최초 주최 측은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가 오후 6시 20분 이후에 끝날 경우, 별도 타격 연습 없이 몸만 풀고 경기를 치른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선수단은 덕아웃 뒤편 복도에서 몸을 풀었다. 선수들 얼굴에 짜증이 묻어난 것은 당연지사다.

이후 주최 측은 다시 시작 시간을 바꿨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의 경기가 '6시 45분 전에 끝날 경우 7시 30분, 6시 45분 이후에 끝날 경우 8시' 시작으로 바꿨다. 미국과 베네수엘라전이 6시 45분 전에 종료되면서 한국과 도미니카의 경기가 7시 30분에 시작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한 번 더 변동이 생겼다. 7시 50분 시작으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결국 선수단은 실내 타격장에서 티 배팅을 친 후 필드에서 다시 한 번 몸을 풀었다. 그리고 경기에 나섰다.

장원준은 당시 상황을 두고 "몸 다 풀었는데 자꾸 시간이 밀리니까 화가 나더라"라고 술회했다. 처음부터 경기 시작 시간을 늦췄으면 됐을 일이었다. 하지만 주최 측이 시간을 조금씩 바꾸면서 혼란만 커졌다.

비단 이 경기뿐만이 아니다. 미국-베네수엘라전 중간에 내린 비로 전광판에 문제가 생기는 일도 있었다. 전광판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상태로 2번 타순 자리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15일에는 티엔무 구장 전광판 관제실에서 화재가 발생하는 일도 있었다.

경기 일정 관리도 엉망이다. 8강이 열리는 장소와 시간이 조별예선이 모두 끝난 후 확정됐다. 결과를 보고 결정하기 위함이었을 수 있지만, 시간과 장소는 미리 정할 수 있었다. 하지만 주최 측은 모든 순위가 결정되고 8강 대진이 확정된 이후 장소와 시간을 정했다. 한국으로서는 답답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8강전 장소도 한 번 변경됐다. 당초 한국은 타이베이 티엔무 구장에서 쿠바와 8강전을 치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15일 티엔무 구장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급하게 장소가 변경됐다.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경기장에서 8강전을 치른다. 경기장 문제로 인해 대표팀이 숙소에서 20여 분 거리의 티엔무에서 먼 2시간 거리의 타이중까지 가야하는 셈이다.

경기 시작시간도 조별예선과 달라졌다. 예선에서는 한국시간으로 낮 경기는 오후 1시, 저녁 경기는 오후 7시에 열렸다. 하지만 8강은 오후 1시 30분과 7시 30분으로 30분씩 늦춰졌다. 특별한 설명은 없었다.

이번 대회는 WBSC가 야구의 올림픽 복귀를 위해 야심차게 발족한 대회다. 세계랭킹 1위부터 12위까지인 팀들이 모여 최강자를 가린다는 취지다. 올림픽에 야구가 다시 포함될 경우 예선도 겸하게 된다.

하지만 대회 운영이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국제대회임에도 운영 자체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물론 여러 사람들이 현장에서 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많은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tg=news&mod=read&office_id=108&article_id=0002475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