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commons.wikimedia.org/wiki/File:Developed_and_developing_countries.PNG
1. 대한민국은 「경제적・통계적」으로는 이미 선진국입니다.
대한민국은 2000년대 이후, 세계의 어떤 경제 지표에서도 빠짐없이 선진국(developed[advanced] countries[nations])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UN과 IMF도 대한민국을 선진국으로 바라보지요. 선진국-중진국-후진국-최빈국으로 분류한 위 그림과 링크 자료를 참고하시면 될 듯 합니다.
지도를 쭉 보면, ⓐ 짙은 파랑으로 표시된 선진국은 대부분 서유럽과 북아메리카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아시아는 대한민국과 일본 정도죠. 그리고 ⓑ 하늘색으로 표시된 동유럽 국가들과 "강대국 러시아"는 중진국(선진국으로 전환되고 있는 나라)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또한 ⓒ "강대국 중국"은 GDP가 세계 2위인데도 인구가 너무 많은 탓인지, 아직도 오렌지색으로 표시되는 후진국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덧붙이면, ⓓ 북한이 빨강색으로 분류된 최빈국에 포함되지는 않을만큼, 북한보다 더 못사는 최빈국들도 세계에는 상당히 많음을 알 수 있습니다.
어쨌든 국가의 부를 기준으로 작성된 위 지도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30억명 이상이 거주하는 아시아 지역에서 황인종으로 태어나게 됐는데, 그 30억명 중 채 2억명도 되지 않는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이 땅에 태어난 것을 일종의 행운으로 여겨야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좀 더 넓게는, 비참하게 굶어죽는 사람들도 의외로 참 많은 지구의 광활한 땅떵어리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한 곳에 태어나, 지금 이 시간에도 한글이란 고유의 언어로 자유롭고도 여유롭게 초고속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우리의 상황에 새삼 고마움을 느끼게 됩니다.
2. 그러나 대한민국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는 선진국이 아닙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대한민국은 외적으로, "우리보다 더 잘 사는 나라들은 물론 심지어 우리보다 경제 항목에서 더 낮은 점수를 받고 있는 서유럽의 국가들"에게조차도, 그 이유를 정확하게는 알 수 없지만, 선진국이라고 시원하게 인정받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한 내적으로, 대한민국 국민들도 자신들이 중진국 혹은 개발도상국에서 태어나 살아가고 있다고 믿을 뿐, 스스로를 선진국 국민이라 여기진 않습니다. 모국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세계에서 손꼽힐만큼 매우 강한 국민들인데도, 선진국이라는 용어에 대한 집착은 없죠.
비록 대한민국은 경제학적으로는 선진국이지만, 어찌됐든 외부에서도 선진국으로 인식하지 않고 있고, 내부에서도 스스로를 선진국으로 생각하지 않으니, 결국 어떤 면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아닌 것이죠. 선진국이란 용어는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작동하는 개념이기도 하니까요.
3. 이런 묘한 상황이 아쉽지만, 대한민국의 내실을 다지기에는 좋을 듯 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경제학적으로 선진국인데도 불구하고, 외국으로부터 딱히 선진국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고, 스스로를 선진국 국민으로 인정하지도 않는 지금과 같은 "묘한" 상황이, 「국가의 명예」와 「국민의 사기」의 측면에선,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또한 몇 가지 문제점도 가지고 있죠.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가 "다른 국가 국민들의 대한민국 국민들에 대한 처우"의 기준으로 설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이런 상황이 역으로, 「내실 다지기」의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점도 많이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째, 자국인들이 스스로를 선진국 국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은, 과거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렸다 큰 위기를 자초했던 IMF 사태를 돌이켜 보면, 한편으로는 좋은 현상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다른 선진국들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것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라 믿기 때문입니다.
비록 인간의 존엄성과 빈익빈 부익부의 관점에서, 대한민국은 개선해야만 할 숙제들도 상당히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이긴 합니다. 그러나 국가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제 잘 살게 됐으니 제대로 놀아보자"는 쪽으로 흐르면, 로마 제국이라도 별 수 없듯, 근면성 유지는 국가 생존에 중요한 문제입니다.
저는 몇 년 전 스위스의 호수에 놀러갔다가, 커피 한 잔 시켜놓고 1시간 30분을 기다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손님은 저와 일행밖에 없었는데도 그랬죠. 제가 딱 1시간을 꽉 채우고 약간의 항의를 하자 "일본인들은 왜 이렇게 성미가 급하냐?"고 해서 가만히 있었던 기억이 나네요.
독일과 프랑스에서도, 이 정도 수준은 아니지만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이런 몇 가지 경험을 통해, 선진국 사람들의 여유(와 태만) 에 정말 놀랐었죠. 한 편으론 그들의 여유가 부럽지만, 저는 이런 스위스같은 선진국들보다는 "피터지게 일하는 대한민국"에 더 밝은 미래가 있다고 봅니다.
둘째,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대한민국을 선진국이라 못박아 버리면, 그 이후부터는 선진국으로서 수행해야 하는 의무가 많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다른 나라도 지원해야 하고, 규제도 많이 받으며, 환경 분야에도 더 많은 돈을 쓰게 되는데, 아직까진 이런 의무에서 용케 자유로운 편이죠.
물론 대한민국은 자신이 어떤 나라인지 자신을 세계에 알리는 문화와 홍보 분야에 턱없이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에서 우리 대한민국이 가지고 있는 기여자 내지 조정자의 역할도 너무 미약합니다. 이런 부분은 앞으로 국가의 재정사정에 알맞게 개선되어야겠죠.
그러나 "알고보면 제법 강하면서도 스스로를 약하다고 생각"하는 대한민국, "알고보면 제법 강하면서도 외부로부터 강하지 않다는 평가"를 받아 외부의 경계를 덜 받는 대한민국... 지금과 같은 상황도 우리의 미래를 위해 그다지 나쁘지는 않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