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리포트
종량제 봉투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 학생들 길가 내다버려
구청, 중국어·영어 안내문까지
지난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마을버스 8번 종점 인근.
후미진 주택가 모퉁이에 중국어로 쓰레기 배출 방법을 적어 놓은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사진). 현수막 아래에는 비닐봉투에 담겨 아무렇게나 버려진 쓰레기 봉투가 나뒹굴었다. 길고양이가 뜯은 음식물쓰레기 봉투에선 음식물이 흘러내려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이곳에서 종로구청 쓰레기 단속반원과 중국인 여대생 사이에 승강이가 벌어졌다. 단속반원이 쓰레기 봉투를 뒤져 찾아낸 택배 송장을 보여주며 “쓰레기를 종량제 봉투에 담지 않고 버리지 않았냐”고 몰아붙이자
여학생은 당황한 듯 “쓰레기를 버린 적이 없다”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단속반원과 학생 사이의 말다툼은 10분 넘게 이어졌다. 서울 명륜동에서 학생들을 상대로 자취방을 운영하는 문옥순 씨(76)는 “외국인 학생들은 종량제 봉투를 사용해 쓰레기를 버려야 한다는 걸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대학가 주변이 외국인 유학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국으로 유학온 지 얼마 안돼 생활문화에 익숙지 않은 초보 유학생들이 무심결에 쓰레기를 주택가나 도로에 마구 버리면서 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사례도 늘고 있다.
종로구 동대문구 등 대학들이 몰려 있는 구청에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쓰레기 무단 투기로 인한 민원이 잦다.
종로구청이 지난 1월부터 4개월간 적발한 쓰레기 무단 투기 적발 건수는 672건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