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게시물에 왜 천황의 호칭이 문제가 되느냐 라는 질문 게시물이 올라왔군요. 물론 게시자분께서 질문하신
것처럼 일본내의 호칭을 우리가 바꾸어 부르는것은 내정간섭이나 왜곡처럼 보일수도 있습니다.
마치 우리의 Kimchi 김치 라는 영문을 자기들 멋대로 ki mu chi 라고 표기하는것과 다를바가 무엇이냐? 라고 반문 할지도
모릅니다. 일본내의 최고 권력자(비록 상징적인 의미라 할지라도) 라는것은 우리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천황이라는
것은 천(하늘)황(황제) 즉, 살아있는 신의 상징입니다. 지금 대다수의 일본인들도 우리가 생각하는 신인
부처나 하느님 처럼 천황을 동일시 하지는 않습니다만, 과거에는 천황이 유일한 신이였죠.
그렇다면 살아있는 신이든 아니든 어쨋거나 그들만의 신이라고도 할수있는데 우리가 그것에 대하여 굳이 태클 걸 필요가
있느냐? 라고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알면 이것에 대해 납득할수 있을 것입니다. 과거 일본이 대동아공영권 이라는 기치아래 동아시아에서
침략의 행위가 정당화 될수 있었던것은 천황이라는 존재 때문이였습니다.
쉽게 생각해 보십시요. 우리가 흔히 개독이라고 불리는 기독교에서도 살인하라. 라고 가르치진 않습니다.
물론 십자군전쟁이든 뭐든 온갖 정당성을 붙여가며 수많은 전쟁 및 살인 희생을 한것이 종교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살인하고. 내가 면죄해주리라" 라고 가르치는 종교는 없고 그런 신 또한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 및 공격적 행위에 있어서는 천황이 있었습니다.
태평양 전쟁을 치를때도 카미카제 xx 특공을 하면서도 그들은 텐노헤이카반자이(천황폐하만세)를 외치며
자신의 목숨을 기꺼이 내놓았죠. 그럴수 있었던것은 천황의 명에 따라 살인을 하는것도 합당한것이요, 천황의 명에
따라 죽음을 선택하는것은 죽는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신의 반열에 오른다는 약속이였죠.
그래서 천황의 명에 따라 죽은 자들을 모신 사당이 야스쿠니 신사 구요, 신사= 즉 신들을 모신 장소입니다.
일본에 의해 희생된 국가들의 사람들은 일본자체도 증오하지만 천황이라는 살아있는 신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
시켜준다는 명목으로 잔인한 행위를 마음껏 했던, 집단 최면에 걸린듯한 일본군대를 보면서 천황이라는 존재가
어찌보면 순진한 사람들을 악마로 키워낸 악신 정도로 보였을 지도 모릅니다.
또한 천황에게 충성하며 죽어간 일본인들도 그들에게 남겨진 가족들이 많을진데, 천황때문에 죽어간 자기
자신의 아들, 남편, 오빠를 생각하면 천황을 증오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것이 현재 일본 우익의 현실입니다.
살아있는 신이 아닌 일반 사람으로 인정하는 순간.
자신 가족의 희생은 숭고한 희생으로 신의 반열에 오른 자가 아니라, 무지하게도 한낱 인간을 신으로 착각하여
바보 스럽게 죽어간 멍청한 전범자로 되버리는 것이니깐요.
일본 우익의 현실은 그런것입니다. 전쟁을 일으켜 수많은 자국민들과 동아시아 사람들을 죽음으로 내몰고
미국의 원폭에 항복하였지만, 항복했다는 이유만으로 주변 동아시아 국가들에게 해야할 사과와 책임에서
뒤로 도망가게 되었죠. 자신들이 졌고 원폭으로 인해 자신들만이 마치 희생양인것처럼..
그런 분위기에서 살아있는 신의 권위인 천황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내려놓고 인간 세상 일본을 재건하기 위해
신의 권력을 포기한 자애로운 천황으로 탈바꿈 하게되죠.
즉 전범책임자가 국가재건의 영웅이 되는 순간입니다. 이때부터 천황 이란 상징적 의미의 천황이 되죠.
일본인들은 그렇게 천황의 중심으로 우익화가 된것입니다.
천황을 일개 하나의 사람인 일왕으로 낮출 경우, 그들의 근간과 그들이 과거에 저질럿던 희생은 모두
바보짓으로 인정하는 꼴이기에 일본은 천황을 끝까지 인정할수 밖에 없는것입니다.
그런 일왕을 주변 피해국가의 사람들이 일왕 내지 왜왕 이라 부르고 천황이라 부르지않는것은 당연한것입니다.
그들에겐 당연한 천황이겠지만, 정작 피해국가 사람들이 천황이라는 단어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는것은
과거 우리의 피해가 마치 "일제시대는 근대화의 축복이다" 라고 말하는 것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