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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용섭 명예교수는 1931년 강원도 통천(현 북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연세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58년 서울대 교수로 교편을 잡았고, 75년부터 연세대로 옮겨 강의와 연구를 이어나갔다. 97년 정년퇴임 뒤 명예교수로 남은 그는 2000년 7월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 됐다.
고인은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근·현대 한국사회의 농업구조와 사회변혁 사상 연구로 당시 척박했던 한국농업사에 평생을 투신했다. 18~19세기 토지대장을 면밀히 분석해 '경영형 부농'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 농업의 내재적 발전론을 도출했다. 학계에선 "그의 실증적 연구로 일제 식민사학을 극복해 근대성의 기점을 조선 후기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본주의 맹아론' '내재적 발전론'의 대부로 꼽혔다.
그는 매일 도시락을 두개씩 싸서 연구실에 출근한 뒤, 종일 연구에 몰두하다가 도시락을 다 비운 뒤에야 연구실을 나선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한 제자는 "꼼꼼하고, 한편으론 깐깐한 교수님이었다. 온종일 연구에 몰두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그의 연구는『조선후기농업사연구(Ⅰ)(Ⅱ)』『조선후기농학사연구』『한국근대농업사연구(Ⅰ)(Ⅱ)(Ⅲ)』『한국근현대농업사연구』『한국중세농업사연구』『한국고대농업사연구』등으로 출판됐다. 지난 2월 한국학중앙연구원 '제1회 한국학 저술상' 수상작으로 그의 평생 연구가 선정돼 『김용섭 저작집 1∼9』으로 집대성되기도 했다.
고인은 당시 수상 소감을 통해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왜 우리가 전쟁을 해야 하는가'를 역사적으로 규명하고 싶어 역사학을 선택했다"며 "한국전쟁은 체제 간의 정쟁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조선 후기의 체제와 근대체제 비교를 하며 그 뿌리로서 조선 시대 농업 문제를 연구하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