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 진(陳)을 평정하던 해(589년) 전선(戰船) 한 척이 표류해서 동해(서해) 담모라국에 닿았다.(그래서) 이 전선이 돌아가게 되었는데 백제를 경유했다. 백제왕 여창(余昌=위덕왕)이 그 배에 물자와 평진축하사절(平陳祝賀使節. 진을 평정한 것을 축하하는 백제 사신)을 보내 후의(厚意)를 표했다...(중략) 그런데 (백제에서) 남쪽 바다로 3개월을 가면 담모라국이 있는데 남북이 천여리요 동서가 수백리다. 그 땅에는 마록(摩鹿.사슴의 일종)이 많이 난다. 백제에 부용(附庸)하고 있다』
이 기록을 김부식도 참조한 듯「삼국사기」 < 백제본기 > 위덕왕조에도 그대로 실려있다. 그런데 어찌된 셈인지 담모라국의 위치와 크기 등에 관한 내용은 빠져있다. 어떻든 「수서」 기록만 놓고 볼 때 지리 지식이 조금만 있는 일반인이라도 여기에 등장하는 담모라국이 현재의 대만임을 그리 어렵지 않게 알아차릴 수 있다.
「수서」를 믿는다면 담모라국이 제주도는 결코 될 수 없다. 왜냐하면 「수서」가 백제에서 담모라국까지 거리가 배로 3개월이나 걸린다고 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동서에 비해 남북이 훨씬 긴 섬으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남북보다 동서가 2배 가량이나 길어 도저히 담모라국이 될 수는 없다.
여기서 수.당(隨唐) 당시 리(里)라는 단위가 문제가 된다. 그런데 담모라국을 현재의 대만으로 지목하는 소진철 교수는 '관련 기록 등을 검토해 본 결과 당시의 리(里)가 현재의 것과 별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소 교수의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수서」가 기록한 담모라국이 현재의 대만과 그 크기가 매우 흡사함을 발견하게 된다. 즉 대만은 남북 386㎞(약 965리), 동서 폭은 144㎞(360리)로 「수서」의 담모라국과 거의 부합하고 있다.
과연 흑치국은 필리핀일까요 아니면 대만 일까요?
흑치국은 바로 일본을 가리킨다는 견해입니다. 일본, 즉, 왜국은 백제와 교류가 활발하고, 그 당시, 일본열도에 백제가 담로를 두었을 가능성도 있거니와 일본에서도 역시 이를 검게 물들이는 풍속이 있었다는 기록도 있기에, 가능한 후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후한서> 동이열전에 나온 기록입니다. ‘女王国南四千馀里至朱儒国,人长至朱儒东南行船一年,至裸国、黑齿国,使驿所传,极于此矣’ 여왕 비미호가 통치하는 왜국으로부터 남쪽으로 사천리를 가면 주유국(난장이들이 사는 나라)에 이르고, 주유국에서 다시 동남으로 배를 타고, 1년을 가면, 나국과 흑치국에 이른다고 되어 있습니다. <양서>에도 이와 유사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其南有侏儒國人長三四尺又南黑齒國裸國去倭四千餘裏船行可一年至). 왜국에서 남쪽으로 가면 나오는 나국을 현재의 대만으로, 또 다시 남쪽으로 가면 필리핀이 있고, 필리핀 원주민들이 이를 검게 칠하는 풍속이 있으므로, 흑치국을 필리핀에 비정하거나, 혹은 필리핀이 너무 멀리 있고, 대만원주민도 이를 검게 칠하는 습속이 있었기에 흑치국이대만을 가리킨다는 견해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