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항상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조공무역의 시작은 한(漢)나라 때 부터라고 한나라는 고대 동아시아 역사에서 유럽의 로마제국과 비슷한 지위를 갖는 국가로 오늘날 한(漢)족의 시조국가로 여겨집니다.
고대 유라시아 역사를 보면 같은시기 로마제국과 한나라는 서로 비슷한 성격을 띄고 있는데요. 일단 두 나라 모두 최초의 '제국'의 성격을 가진 나라라는 점 그리고 '조공무역'을 했다는 겁니다.
조공무역이란 동아시아만의 특별한 공무역 형식이 아닙니다. 동아시아 뿐만 아니라 유럽을 포함한 인류모두가 국가를 만들고 국가끼리 충돌하고 통합되는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생겨날 수 밖에 없는 무역형식입니다.
이 무역형식이 만들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강한나라가 약한나라를 직접 통치할 정도의 힘이 없을 때 간접적으로 '명분'을 얻기 위함에 있는데요. 이 명분이란 국가 사이에서 위(上) 아래(下)를 정하는 것으로 대신 윗나라(상국)는 아랫나라(제후국)에게 막대한 하사품을 줍니다. 이는 당시 유럽역사에도 공통적으로 나오는 형식입니다.
그렇다면 왜 유럽에서는 조공무역형식이 사라지고 동아시아에서는 조공무역형식이 유지되었을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로마제국은 제후국들을 자신의 나라로 '속주화'시켜버려 조공무역이 없어집니다. 하나로 통일된 것이죠
하지만 한나라의 경우는 한나라가 위치한 중원이라는 지역 특정상 여러 이민족들이 얽히고 얽히는 지역이라 나라가 전성기를 이룬지 얼마 안되어 나라가 분열됩니다.
이후 유럽에서는 하나로 통일되었었던 로마제국이 멸망함에 따라 조공무역형식이 사라지고 현재의 일대일방식의 무역형식이 정착되었습니다. 하지만 동아시아의 경우는 이미 분열되어 있는 여러 국가들 사이에서 조공무역형식이 계속 유지되었고 점차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형식적'으로 굳어집니다.
원래는 강한나라가 약한나라에게서 명분을 얻기 위해 조공무역을 행하였지만 이제는 국력이 강하든 약하든 중원지역과 중원이 아닌지역으로 나뉘어 무역을 하게 됩니다. 중원에 위치한 국가가 상국, 중원에 위치하지 않은 국가가 제후국으로요. 이것은 조공무역의 기준이 국력에서 지역으로 바뀐겁니다. 즉 '형식화'되었다는 것이죠. 그리고 중원지역에 위치한 국가 즉 중국들은 이 조공무역을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하사품을 주는 것이 관례가 된 것입니다. 조공무역이 국력에서 지역으로 기준이 바뀌고 '형식적'으로 바뀜에 따라 상국이 제후국에게 행사할 수 있는 파워역시 형식적으로 바뀝니다. 이것이 제 글의 요지입니다. 속국이라는 것은 현대의 속국의 의미처럼 상국이 제후국에게 파워를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단순히 형식적이라는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