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최초로 쇠를 만든 종족

인류 가운데 어느 종족이 최초로 쇠를 만들어 신석기 시대를 마감했는지 그 설은 분분하나 추측에 일관할 뿐이다.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 지점에서 쇠를 발명하여 전파된 경우와 여러 지점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명한 경우가 가능하다. 현재로서는 앞서 가져온 그림의 흙솥이 최초이며, 이 흙솥은 논의한 바와 같이 우리말 [그륵], [그릇] 두 가지 음을 지님으로써 우리민족이 만든 작품임에 틀림없는 것이다. 그 증거가 문자 금金에 남아 있다.

1) 금金의 초음初音과 그 변천

쇠를 처음 발명했을 때, 새로운 문명에 대한 이름을 지었을 것임은 분명하다. 그 이름이 어떤 속성을 지니고 있는지 천착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金의 초음初音은 예濊의 초음初音과 일치한다. 북적北狄 종족이 불을 발견하였고 이 불로 서융西戎이 쇠를 처음 만들었다면 석기시대인 당시의 상황에서 이것은 종족의 대단한 긍지였을 것이다. 이를 감안하면 그들의 자랑거리인 신문물의 이름을 종족명으로 명명하기에 충분할 것이다. 

금金은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금성今聲이며 상고음은 [kjiəm]으로 재구된다. 이보다 앞선 음은 [kəm]이 된다. 이보다 더 앞선 음은 [kən]으로 이는 일본 한자음의 [kin(きん)]이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 한자음 [ㆍ]는 일본어에서 [i]로 반사되었기 때문에 [(kən)]이 [긴(kin/きん)]으로 반사된 것이며 이는 金의 일본 고유어인 [kana(かな)]가 이 사실을 증명한다. 매우 이른 시기의 우리 한자음이 일본으로 들어간 것이다. 결국 금金의 음은 [kən]이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앞선 음이 있다. [n]과 [d]의 교체는 동시대에 가능하여 우리말에서도 ‘군데/군네’, ‘덩굴/넝쿨’과 같이 교체한다. 이는 우리말이 개음절 시기에 교체되었던 말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개음절 당시는 [n]과 [d]의 교체가 매우 일반화되어 있었다. 결국 金은 [kəd]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국사기35>에 구지仇知는 금지金池로 되어 있다. 당시 지知와 지池는 구개음화가 일어나기 전이기 때문에 음이 [디(-di)]였다. 즉, 구지仇知는 [가디]로 전사되며 금金池도 [가디(kəd di)]의 [ㄷ]이 동음생략이 되어 [가디(kədi)]로 전사된 것이다. 그러나 이 [d] 이전에는 [r]이었던 것이다. <삼국유사1>에 금산金山은 가리촌加里村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예는 고대국어 지명에서 자주 나타난다. 결론적으로 金은 [가라]로 귀착된다. 그러나 아직 초음初音이 되기에는 이르다.

금金을 성聲부로 하는 한자에 쇠釗, 쇄鎖, 쇄鎩, 쇄鎻 등은 [쇠/쇄]로 음독된다. 어두음이 [s]라는 것이다. 이는 우리 고대지명에서도 종종 나타난다. <삼국유사3>에 금교金橋는송교松橋로 되어 있고 송松의 훈은 [솔]이며 음절말 [ㄹ]은 I-breaking 현상으로 [j]가 되면서 [soj(쇠)]로 변천했다. <산청군 호적부>에 가축 [노새]를 노금老金이라 기록하고 있다. 金이 [새(saj)]로 음독되었다는 것이다. [새<사ㅣ<쇠<살<사라]로 변천한 것이다. 결국 金은 [사라]였던 것이다.

앞에서 논의한 예濊의 초음初音은 [kəsər]이라 하였고 이것이 나뉘어 [kərə(가라)], [sərə(사라)]로 변천하였다고 하였다. 다시 말해서 金의 두 음인 [kərə(가라)], [sərə(사라)]는 나뉘기 전의 음이 [kəsər]이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금金의 초음初音은 [kəsər]이며 예濊의 초음初音과 일치하는 것이다. 그동안 제가諸家들은 금金의 음을 [kɨm(금)]이라 하고 [가라], [사라]는 金의 훈독으로 알아왔던 것이다. 이러한 오해가 있었던 것은 상고음에 대한 천착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초음初音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기 때문이다.

결국, 금金의 초음初音이 예濊의 초음初音과 같다는 것은 북적北狄이 불을 발견하고 서융西戎이 쇠를 녹이는 흙솥(격鬲)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우리민족이 금金(쇠)로 된 병장기를 처음 발명하였음이 분명한 것이다. 쇠로 만든 병장기로 가는 곳마다 목기와 석기 무기를 무용지물로 만들었으리라는 것은 어렵지 않은 추리이다. 우리민족이 아시아를 재패했다는 가설은 한자 초음初音으로 충분히 증명할 수 있다. 그동안 논란이 많았던 흉노와 돌궐, 말갈, 선비도 우리민족이었던 것이다(후술).

2) 문자에 나타난 철鐵의 발명 종족

앞에서 쇠(굼金)을 만든 것은 청동기였다. 仇知[구디]가 金池로 [가라>갈>갇>갇디>가디>구디]로 음독되었으나 모음 사이에서 유음화하여 [구디] > [구리]로 발전한다. 이것이 곧 동銅이다. 고구려高句麗도 [고高구리]를 음독된 적이 있었으며 이전 음은 [高가라]이다. 예濊의 후예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순수 동銅은 물러서 무기로 쓸 수 없으나 청동은 매우 단단하다. 구리에 주석과 아연을 섞어 동銅을 단단하게 만드는 야금술은 당시로서는 첨단의 기술이었을 것이다. 이 기술과 함께 우리민족은 청동보다 더욱 단단한 철鐵을 발명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민족이 철鐵을 발명했다는 증거는 문자에서도 나타난다. 철鐵의 고자古字는 철銕이다. 금金과 이夷의 합성이다. 한자의 제작 원리로 본다면 이夷가 금金을 만든 것이 틀림없는 것이다. 이 시기 금金의 개념은 철鐵이다. 음에서도 이 둘은 일치한다. 철銕의 상고음은 [di ̯ær]이며 이夷의 상고음도 [di ̯ær]이다. 이 둘의 초음初音은 모두 [dər]로 동일하며 대大의 음과도 일치한다. 철銕이철鐵보다 더 고古형태이며 고음古音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후에 철鐵이 되면서 음은 [tiet(eue)]으로 변천한다. [다라>달>닫>뎓>뎔>텰>쳘>철]로 변천한 것이다. 결국 오늘날 철음鐵 音은 이夷의 음이 변천한 것이었다. 청동靑銅은 예濊의 이름을, 철鐵은 이夷의 이름을 썼던 것이다.

6.낙랑군의 실체

낙랑樂浪의 위치에 대한 의견은 학계에서 분분하다. 또, 현재 한반도 내에 있는 지명은 대개 중국에도 있는 지명이다. 이러한 데는 중국에 살았던 예濊의 후예들이 한반도로 유입하여 옛 조상들의 지명을 썼을 가능성도 있었을 것이다. 낙랑樂浪도 이러한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기록 당시의 음으로 올라가면 그 전모가 밝혀지리라 믿는 것이다.

1) 낙랑樂浪의 초음初音

낙樂의 상고음은 [glak]이며 이에 앞선 음은 [gələg]이다. ‘즐기다’는 뜻으로 즐거운 [가락]이 현재 우리말로 남아 있다. 초음은 g가 생겨나기 전이므로 [gələ]가 된다. 랑浪의 상고음은 [lɑŋ]이며 초음初音은 [ləg]이다. 음절말 g 역시 락樂의 끝음절과 중첩된 것이다. 어미 [g]가 생겨나기 전에는 [lə(라)]로 읽혔다. 랑浪은 량良, 라羅와 함께 ‘나라’, ‘땅’의 의미로 쓴 접미어이다. 결국, 낙랑樂浪은 당시 음으로 [가라]였다. [가라]였던 낙랑樂浪의 음이 지금에 이르러 [낙랑]으로 변천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중국 땅 내에서 당시 음 이전, 혹은 이후에 명명된 [가라] 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통전(通典)>은 당(唐)나라 두우(杜佑)가 상고로부터, 현종 재위(712-755년)까지의 정치제도를 약 30년에 완성한 것인데, 여기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碣石山在漢樂浪郡遂成縣秦築長城東截遼水起於此山

갈석산은, 한漢나라 낙랑군(樂浪郡) 수성현에 있는데, 진(秦)나라가 쌓은 장성(長城)이 동쪽으로 요수(遼水)를 끊고, 이 山에서 시작되었다.

여기서 갈석산碣石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갈碣의 상고음은 [gi ̯at]이며 초음初音은 [gər]이다. [가라]의 표기이다. 석石의 상고음은 [di ̯ag]인데